사람으로 왔는데 중생으로 갈 수는 없잖아 - 지극히 평범하고 게으른 산골중의 성장기
법혜 지음 / 빈빈책방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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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이 되어가는 법혜 스님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보통은 잘 된 이야기만 책에 쓰고 싶기 마련이다. 또 그런 책들만 시중에 나온다. 과정 중에 있는 이야기나 실수나 안 좋은 일들은 굳이 책으로 펴내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우여곡절을 겪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성장기'라는 표현에서 볼 수 있듯, 도덕적으로나 지적으로 완벽한 스님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스님이 겪어가는 이야기를 맘 편히 접할 수 있다. 사실 이런 이야기가 더 솔깃할 수 있다. 우리가 그렇게 완벽한 존재가 아니니까.


한참 읽다가 문득 아 여자분인가? 싶어 유튜브를 검색해봤다. 얼굴은 자세히 못 봤는데, 목소리가 여자분이었다. 그럴 수도 있지. 비구니라는 표현을 비롯해서 불교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괜찮다. 스님이 되었지만, 사실은 어쩌다가 불교에서 그러하게 된 사연을 그냥 읽는다고 볼 수 있다.


일반인, 특히 종교가 불교가 아닌 사람에겐 낯설 수 있다. 근데 때로는 그건 스님에게도 낯선 것일 수 있다. 내부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거창하게 불교 개혁을 외치지 않는데 은은하게 젖어들 수 있다. 한 번 뵙고 같이 절하고 명상하며 차 한 잔 하고 싶은 분이다.


편하다. 이게 내공이겠지? 그런가보다 싶은 부분도 있고, 그럴 수 있구나 싶은 부분도 있는데 잔잔하고 부드럽게 들려온다. 유튜브에 가서 이야기를 들어도 마찬가지다. 참 편하게 말씀하신다. 이게 깊은 내공이다. 자기가 아는 게 옳다고 고집하는 선생들과 딴판이다.   


우리는 모두 중이다. 다들 열심히 살고 있는 중이다. 일반인이 쉽게 경험해보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잔잔하게 담겨 있다. 종교를 떠나 수련하는 삶의 이야기를 접해보고픈 모든 이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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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숨기고 있는 것들 - 인생의 판을 바꾸는 무의식의 힘
정도언 지음 / 지와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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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언 선생의 책은 <프로이트의 의자>를 통해 만난 적 있다. 예전에 그걸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역시 쉽고 명확하다. 대가의 느낌인데, 지금은 한층 더 깊어졌다.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성숙이라고 표현하기보다는, 뭔가 다른 말, 농후? 원숙? 아 잘 모르겠다.


암튼, 글 깊이가 더 심오해지면서도 경쾌하고 가벼워졌다. 이치를 깊이 깨달아서 그런 걸까? 제목과 표지는 약간 무서운 듯 하지만 내용에서는 여유와 따뜻함이 느껴진다. 책이 존댓말로 이뤄지기도 했는데 누구나 충분히 느낄 듯 하다.


무의식을 알아간다는 것은 나를 알아가는 것이다. 들여다보고 싶지 않고, 그래서 그게 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기 자신을 자기가 잘 모르고 사는 거다. 이 책은 이런 점들을 통째로 해소시킨다. 내가 회피했던 것들, 모르고 지냈던 것들을 한층 발견하도록 돕는다. (출생 역시 상실이라는 관점, 그 말을 통해 더 삶과 죽음은 양면이란 걸 느끼게 됐다)


주요 일간지에 실렸던 글들을 다듬어 묶은 것이라 책 호흡이 길지 않다. 금방 읽을 수 있고, 읽은 것은 금세 사라지지 않는다. 인생의 판을 건드리게 된다. 특히 한국인 저자라서 우리 맥락에 맞게 접근하고 해석한다는 점이 장점이다.


교수 퇴임하셨으니 이제 70세 즈음이실 듯 하다. 그런데도 학회, 연구원 등 공부를 부단히 하신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은 그 자체로도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그동안의 계승 발전과 수많은 비판을 거쳐 왔다. 오늘날의 뇌과학을 통해 새로운 발견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걸 종합시키는 역량이 있는 귀한 분이다.


프로이트의 입장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현대 이론, 우리나라 현실 등을 적용하신다. 심리학에 관심 있고, 정신분석학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분이라면 이 책을 놓치지 말길 바란다. 상당한 내공이 담겨 있다. (각 장마다 파란 글씨로 강조된 게 있는데, 이건 편집자가 한 걸까? 저자가 한 걸까? 너무 자주 있다는 점이 좀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책 읽을 때 '이만큼 남았구나' 싶은데, 그건 아직도 남았냐는 버거운 마음이 아니라 이 정도 밖에 안 남았네 하며 아끼는 마음이 든다. 이런 저자가 있다는 자체가 참 우리에게 반갑고 고마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또 책을 출간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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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6-10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들 살펴보다가 반가운 마음에 댓글답니당~ 책일으면서 ‘농후, 원숙, 성숙~’으로 표현이 안되는 어떤 대가의 스멜~이 제가 느낀 마음과 비슷하세요~ 전 짬바(짬에서 오는 바이브..)라고 표현했는데.. 좀…그런가요?ㅋㅋㅋ

별빛마루 2021-06-19 23:21   좋아요 1 | URL
제가 댓글을 진작 읽었는데 답글을 한참 뒤에 답니다. 짬바 ㅋㅋㅋ 아 엄청 웃었어요. 근데 그 말을 듣고 보니까 짬바라는 표현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딱 그 표현이 맞다 싶습니다. ㅎㅎㅎ
댓글 반갑게 잘 보았고요, 다른 글들 찾아보러 가겠습니다. 저도 심리학 관심 많은데 종종 대화나눠요~ ^^

- 2021-06-20 11:51   좋아요 0 | URL
저두 심리학 좋아해요 ^^ 관련된 책들 중에 쉬운건(?) 가리지 않고 읽는 데 ㅋㅋ 요즘 주춤했네요! 책 이야기 나누자는 말씀이 어찌나 반가운지 (덥썩)

별빛마루 2021-06-24 13:48   좋아요 1 | URL
근데 제가 댓글 달면, 그걸 어떻게 알고 다시 오신 거에요?
저는 누가 제 서재에 댓글을 달면 그게 메일로 알림이 오더라고요.
다만 다른 서재에 쓴 댓글의 답댓글은 연락이 없는 듯 해서요.
어디서 알람 설정을 해야 하는 건지 궁금하네요.

별빛마루 2021-06-24 13:49   좋아요 0 | URL
책 이야기 나누러 가겠습니다. 당연히 심리학 말고도 관심 있는 건 많고, 겹치는 책이 불쑥불쑥 나오겠지요. 반갑습니다 ^^

- 2021-06-24 15:22   좋아요 0 | URL
저의 경우 북플 이라는 알라딘 앱을 이용합니다. 서재의 존재도 여기서 알았어요 ㅋ 페이스북이랑 비슷한 구조라서, 댓글 단 거에 알림이 뜨더라고요.
 
김형률 - 반핵인권운동가, 영원한 청년 원폭 피해자 2세 김형률의 삶
김옥숙 지음, 정지혜 그림 / 도토리숲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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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률, 난 이 형을 모르고 있었다. (전태일 열사가 분신했던 1970년에 태어났다. 나와는 띠동갑 나이 차이인데, 형으로 부르려 한다) 원폭피해 2세 기자회견 등을 했을 때, 2002~05년, 내가 사회에 관심이 없을 때가 아니었는데 기억에 전혀 없다. 이번에 나온 책을 통해 알게 됐다. 그런데 앞으로 내가 잊을 수 없는 인물이 되었다.

 

형률이형이 살다간 삶, 마저 이루지 못한 꿈, 그 소명을 내가 받아 안아 살 거다. 내가 형률이형이 될 거다. 책 보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마음 많이 아팠다. 형의 아픔과 간절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 책을 만든 작가 김옥숙님, 도토리숲 출판사에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저자도 그렇고, 출판사도 그렇고 눈 여겨 볼 글쟁이들이다. 우리의 시선이 어디에 가 닿아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분들이다. 앞으로 건투를 빌고, 다른 책들도 살펴보려 한다.

 

형률이형은 반핵인권 활동가다. 어렸을 때부터 몸이 좋지 않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이유가 원폭 2세라는 점 때문이었다. 원폭이 무엇인가? 1945년 8월,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터뜨린 원자폭탄이다. 그 피해는 1세대 뿐 아니라 2세대에게도 있다.

 

그런데 이걸 밝히길 꺼려한다. 누가? 일본과 미국 뿐 아니라 피해자인 1세대, 2세대가 그렇다. 유전적 문제가 있다고 하면 사회에서 취업하고 결혼하기 어려워진다. 그런 불이익을 받고 싶지 않아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형률이형의 활동을 가장 꺼렸던 사람들이 원폭 피해 1세대, 2세대 사람들이었다. 그 때문에 마음 아팠을 형률이형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럼에도 형은 형의 길을 우직하게 걸어갔다. 그러면 죽는다고 해도,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원폭 피해받은 것을 반전반핵 평화운동으로 이어갔다. 이것의 가해자는 폭탄을 터뜨린 미국이기도 하고, 한국을 침략하여 원인 제공을 한 일본이기도 하고, 피해에 대해 제대로 조사 및 대응을 하지 못한 우리 정부다. 이걸 매우 통찰력 있게 바라본다. 그래, 그럴 거다. 삶의 마지막 자락에서 맑은 마음으로 진실을 찾아나섰기 때문이다.

 

형은 피를 토하며 세상을 떠났다. 형의 아버지가 형의 발이 되어, 형 자신이 되어 한참 활동하셨다. 지금은 몸이 안 좋으시다고 한다. 이제 내가 이어받을 거다. 또 다른 동지들이 생겨나길 바란다. 그래서 우리 함께 하자. 반전반핵 평화운동.

 

며칠 전 아들이 물었다. “아빠 군대는 언제 없어져?” 적어도 이 땅에서 군대는 사라져야 한다. 피와 한으로 얼룩진 우리 역사의 아픔을 이제 치유하고 회복해야 한다. 생명평화의 샘물이 이 땅에서 솟아 올라야 한다. 핵무기, 원자력 다 없어지고 남과 북의 대립도 사라져야 한다. 총을 내려 놓고, 함께 농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자)

 

그러한 꿈과 소명, 형이 못다한 걸음들, 내가 이어간다. 내 가슴을 울음 바다로 만들기도 했고, 내 마음을 뜨거운 용광로로 만들기도 한 책이다. 김형률, 이 이름은 우리들의 삶에서 부활해야 할 이름이다.

 

이 책을 권한다. 쉽고 얇다. 누구나 금방 읽을 수 있다. 김형률은 또 하나의 전태일이다.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을 외치며 생명감수성을 외쳤다면, 김형률은 원폭으로 말한다. 아주아주 소중하고 귀중한 책이다. 널리 읽히길! 생명평화의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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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을 쫓는 아이들 마음이 자라는 나무 33
브렌 맥디블 지음, 윤경선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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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한 소설이다. 영화를 보는 것처럼 홀딱 빠져 들어 쭉 보게 된다. 소설을 즐겨 읽지 않는데, 이런 필력을 지닌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아 물론 글솜씨 자체는 탁월한 이들이 많을 거다. 생명과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도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드물 거라는 말이다.


권정생 선생님, 황선미 선생님 등의 책을 좋아한다. 특히 강아지똥, 하느님의 눈물, 마당을 나온 암탉이 대표적이다. 생명을 주제로 하여 죽음을 바라보는 관점을 새롭게 해준다.


이 책 역시 우리를 상상 속의 새로운 공간으로 이끌어간다. 아직 우리에게 벌어지지 않은,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지만, 벌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은 일들이다. 우리는 미래에도 지금 같을 거라 생각하지만 아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발달한 만큼 역으로 자연은 심각하게 오염되고 있다. 바다 생물을 계속 먹는 게 유익한지 모르겠을 정도다.


이 책은 우리의 처절하고 각박한 사회에서의 삶을 그려낸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그걸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것보다 이렇게 소설로 접근하는 게 훨씬 흥미롭다. 얇기도 하지만 속도감이 나는 책이다.


어두운 현실 가운데서도 절망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우리는 씨앗을 모으고, 심고, 받고, 이러한 순환을 이어갈 수 있다.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우리의 근본이 무엇인지 잘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젊은 세대, 푸른이들 뿐 아니라 정치인들도 좀 보면 좋겠다. 뭣이 중한지 좀 잘 파악하게... 나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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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하는 몬테소리 감각 놀이 - 일상생활·감각 영역 발달을 위한
마자 피타믹 지음, 오광일 옮김 / 유아이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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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아이가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산책이라도 많이 하면 좋으련만, 그마저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이럴 때 부모를 비롯한 양육자는 죽을 맛이 될 수도 있다. 아이가 아무리 예쁘고 좋아도, 하루 종일 함께 하다보면 지치기 마련이다. 피곤해지면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스마트폰을 손에 쥐어주고 해방감을 맛보려 하기 쉬워진다.


하지만 스마트폰에 빠져 지내면 그것도 문제다. 다 안다. 그런데 당장 힘들고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그런 거다. 이 책은 집에서 아이와 함께 놀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알려주고 있다. 77가지 놀이를 자세하게 소개해주기 때문에 그 중에 맘에 드는 걸 골라서 하면 된다. 반에 반이라도 하면 훨씬 즐겁게 보낼 수 있다.


홈스쿨링은 어떤 대단한 철학이 있어야만 가능한 게 아니다. 필요와 역량이 되면 할 수 있다. 필요는 코로나로 인해 주어지게 되었다.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다. 역량? 그건 이 책을 보고 하나씩 배우면 된다. 사실 뭐 아 이 정도는 나도 생각할 수 있어 싶은 게 많다. 그럼 그냥 그걸 하면 된다. 몬테소리가 무엇에 초점을 맞췄는지, 그 원리를 이해하면 된다. 그러고 우리 현실에 맞게 응용하면 된다.


책 표지에 몬테소리가 특별하다고 하지만, 사실 매우 일상적이다. 일상에서 흔하게 마주하는 것을 주목해서 보게 한다. 이게 상당히 중요하다. 요즘 명상이 유행인데, 사실 명상에서 말하는 것이 바로 그거다. 현재의 감각에 충실한 것. 이걸 아이 때부터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거다.


반면, 스마트폰은 그것에서 거리가 멀다. 영상과 음악에 빨려 들어가 감각이 오히려 마비된다. 화려한 화면에 비해 일상은 심심하게 느껴지는 거다. 이러한 점에 대해 우려가 있는 부모들은 이 책을 한 번쯤 살펴보길 바란다. '몬테소리, 별 거 없는데?' 싶을 수도 있고, 그 별 거 없는 걸 실제 해보면서 풍성하게 아이와 즐거워질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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