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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률 - 반핵인권운동가, 영원한 청년 원폭 피해자 2세 김형률의 삶
김옥숙 지음, 정지혜 그림 / 도토리숲 / 2021년 3월
평점 :
김형률, 난 이 형을 모르고 있었다. (전태일 열사가 분신했던 1970년에 태어났다. 나와는 띠동갑 나이 차이인데, 형으로 부르려 한다) 원폭피해 2세 기자회견 등을 했을 때, 2002~05년, 내가 사회에 관심이 없을 때가 아니었는데 기억에 전혀 없다. 이번에 나온 책을 통해 알게 됐다. 그런데 앞으로 내가 잊을 수 없는 인물이 되었다.
형률이형이 살다간 삶, 마저 이루지 못한 꿈, 그 소명을 내가 받아 안아 살 거다. 내가 형률이형이 될 거다. 책 보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마음 많이 아팠다. 형의 아픔과 간절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 책을 만든 작가 김옥숙님, 도토리숲 출판사에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저자도 그렇고, 출판사도 그렇고 눈 여겨 볼 글쟁이들이다. 우리의 시선이 어디에 가 닿아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분들이다. 앞으로 건투를 빌고, 다른 책들도 살펴보려 한다.
형률이형은 반핵인권 활동가다. 어렸을 때부터 몸이 좋지 않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이유가 원폭 2세라는 점 때문이었다. 원폭이 무엇인가? 1945년 8월,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터뜨린 원자폭탄이다. 그 피해는 1세대 뿐 아니라 2세대에게도 있다.
그런데 이걸 밝히길 꺼려한다. 누가? 일본과 미국 뿐 아니라 피해자인 1세대, 2세대가 그렇다. 유전적 문제가 있다고 하면 사회에서 취업하고 결혼하기 어려워진다. 그런 불이익을 받고 싶지 않아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형률이형의 활동을 가장 꺼렸던 사람들이 원폭 피해 1세대, 2세대 사람들이었다. 그 때문에 마음 아팠을 형률이형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럼에도 형은 형의 길을 우직하게 걸어갔다. 그러면 죽는다고 해도,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원폭 피해받은 것을 반전반핵 평화운동으로 이어갔다. 이것의 가해자는 폭탄을 터뜨린 미국이기도 하고, 한국을 침략하여 원인 제공을 한 일본이기도 하고, 피해에 대해 제대로 조사 및 대응을 하지 못한 우리 정부다. 이걸 매우 통찰력 있게 바라본다. 그래, 그럴 거다. 삶의 마지막 자락에서 맑은 마음으로 진실을 찾아나섰기 때문이다.
형은 피를 토하며 세상을 떠났다. 형의 아버지가 형의 발이 되어, 형 자신이 되어 한참 활동하셨다. 지금은 몸이 안 좋으시다고 한다. 이제 내가 이어받을 거다. 또 다른 동지들이 생겨나길 바란다. 그래서 우리 함께 하자. 반전반핵 평화운동.
며칠 전 아들이 물었다. “아빠 군대는 언제 없어져?” 적어도 이 땅에서 군대는 사라져야 한다. 피와 한으로 얼룩진 우리 역사의 아픔을 이제 치유하고 회복해야 한다. 생명평화의 샘물이 이 땅에서 솟아 올라야 한다. 핵무기, 원자력 다 없어지고 남과 북의 대립도 사라져야 한다. 총을 내려 놓고, 함께 농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자)
그러한 꿈과 소명, 형이 못다한 걸음들, 내가 이어간다. 내 가슴을 울음 바다로 만들기도 했고, 내 마음을 뜨거운 용광로로 만들기도 한 책이다. 김형률, 이 이름은 우리들의 삶에서 부활해야 할 이름이다.
이 책을 권한다. 쉽고 얇다. 누구나 금방 읽을 수 있다. 김형률은 또 하나의 전태일이다.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을 외치며 생명감수성을 외쳤다면, 김형률은 원폭으로 말한다. 아주아주 소중하고 귀중한 책이다. 널리 읽히길! 생명평화의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