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대답들 - 10가지 주제로 본 철학사
케빈 페리 지음, 이원석 옮김, 사이먼 크리츨리 서문 / 북캠퍼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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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막상 펴면서 예상과 달라 조금 놀랐다. 각 주제에 대해 철학자 한 사람씩 말하는 건 줄 몰랐다. 물론 목차를 살펴보고 골랐지만, 철학자별로 나눠서 서술될 줄은 몰랐다. 주제에 맞게 툭툭 튀어 나올 줄 알았는데, 그보다는 철학자를 설명하는 게 1/3 정도(1쪽 정도) 되고, 2/3가 그 철학자의 요점이 정리된다.


그런데 이게 무슨 문제라고 보긴 어렵다. 다시 책 부제를 보니 '10가지 주제로 본 철학사'다. 그 주제에 맞는 철학사를 기술한 거다. 즉, 이를 철학사라고 한다면 위에서 말한 바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철학의 역사이기에, 주제에 대한 주장 뿐 아니라 철학자의 간략한 소개도 물론 이뤄져야 하는 것이었다. 이 책을 보실 분들은 구성이 이렇다는 걸 알아두길 바란다.


이 책의 색다른 점은 낯선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는 거다. '앨빈 플랜팅가'를 아는가? 아마 기독교철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들어봤을 수 있다. '유신론적 진화론' 등 기독교철학의 저명한 인사다. 그런데 이 사람을 철학사에서 볼 줄이야! 다양한, 잘 보지 못했던 철학자들 의견이 많아 더욱 흥미로웠다.


닉 보스트룸, 찰스 테일러, 캐서린 헤일스, 앨빈 고드먼, 존 설, 먼로 비어즐리 등 처음 접한 학자가 엄청 많다. 82명쯤 되는 철학자가 등장하는데 첫만남하게 된 사람이 30명쯤 된다. 물론 50명 중에도 이름만 들어본 사람이 꽤 된다.


주제별로 편집했기에, 철학자들에 대해 충분히 알 수 없는 조건이지만, 그렇다고 깊이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각 주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신' 주제를 다룬 것도 좋았고, 거기에 '앨런 와츠'가 언급된 것도 반가웠다. 켄 윌버 책 읽으며 관심 생겼던 사람인데, 고작 3쪽이지만 그의 이야기를 좀 접해서 반가웠다. 하지만 더 갈증나기도 한다.


본문에는 '찰스 하츠혼'이라고 나오는데, 나는 '찰스 하트숀'이라고 알고 있었다. 과정신학자인데, 이를 책에 등장시킨다. 


형식보다 내용에서 더 독특하고 개성 있는 책이다. 관심 주제를 따라 꺼내 읽어보기 괜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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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바랑 속의 동화 - 법정 스님에서 수불 스님까지 고승 14분의 뭇 생명 이야기
정찬주 지음, 정윤경 그림 / 다연(도서출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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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받아서 새 책 냄새 빠지도록 말려두었다. 그러고나서 한참 안 보였다. 어디갔지, 어디갔지.. 의외의 곳에서 발견했다. 아내가 읽고 있던 것이다. 잠시 읽나보다 싶었는데 그게 며칠을 갔다. 쪽이 점점 넘어가더니 다 읽고 내려 놓았다.


나와 달리 아내는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책 사는 것에 흥미가 거의 없다. 인생에 10~20권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할 사람이다. 그에 비해 나는 읽는 것보다 모으고 빌리고 쌓아두는 걸 좋아한다. 이 책 역시 한 번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 느껴서 고르게 됐다.


결론 ; 이런 류의 책이 또 있는지 모르겠는데, 아주 의미 있고 유익한 책이다. 실제 스님들의 삶 이야기를 바탕으로 어른 아이가 함께 볼 수 있는 동화책을 만들었다. '생명동화'라 표현하는데, 그런 이름도 참 잘 지었다. 불교라는 배경이 매우 진하게 드러나지만, 종교 상관없이 읽을만하다. 일반 대중이, 스님들의 귀중한 가르침을 전해듣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종교라는 말을 뜻풀이하면 마루 종, 가르칠 교다. 높은 가르침. 개념으로는 쉬울지 모르나 삶으로 이해하고 살아내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책에 나온 이야기 하나를 보자. 


어떤 스님이 장미꽃을 좋아했다. 절에서는 보통 장미꽃을 키우진 않지만, 그 스님을 위해 제자 스님들이 가꾸었다. 그러다 어느날, 제자 스님이 장미꽃에 약을 뿌리는 걸 스님이 보았다. 뭐하는 거냐고 묻자, 장미꽃을 약하게 만드는 진딧물을 잡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자 그 스님은 자신이 좋아하는 장미꽃을 보기 위해 진딧물을 살생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 장미나무를 뽑아 옮기라고 한다.


작은 생명도 이렇게 사랑하고 보살핀다. 그러니 코끼리 뼈로 만든 불상도 거절하셨다. 다른 이들 같으면 귀하게 여기며 좋아했을텐데, 코끼리의 고통과 죽음을 안타까워하신 분이다. 그런 생명감수성을 우리가 얼마나 느끼고, 체득할 수 있을까? 글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한 이야기들을 자꾸 듣는 게 좋겠다. 갈등과 폭력적인 이야기보다 이러한 생명 동화가 우리의 마음을 훨씬 부드럽게 해주지 않을까?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불교인 뿐 아니라 모든 이들이 이 책 읽어보면 좋겠다. 그림도 예쁘게 자주 나온다. 이런 책이 널리 읽히고, 풍성하게 출간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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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살 소원 거울
권혁진 지음, 김다정 그림 / 다섯수레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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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들어주는 거울이 있다면... 한 번씩 꿈꾸는 일이다. 이 책은 소원을 들어주는 거울에 관한 단편 모음이다. 하긴, 한 사람의 이야기라면 풍성하게 이야기되기 어렵겠다. 6가지 이야기가 짧게짧게 이어진다.


먹는 것 관련해서 나오기도 하는데, 나는 읽을지언정 아이에게 권하기는 좀 부담스럽다. 우리집은 인스턴트를 최대한 피하고, 시중에서 판매하는 피자, 치킨, 햄버거를 전혀 먹지 않는다. 그런데 일반적으로는 많이 선호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괜히 아이가 그게 뭐냐면서 나도 먹고 싶다고 하면 피곤해질 거다.


친구들끼리 어울리는 것도 약간 우려되는 바가 있다. 책에서 말하는 경우는 일반적이고, 물론 나도 어렸을 때 그렇게 지냈다. 하지만 아이들은 서로 깊게 소통하며 돈독해지길 바란다. 그렇기에 책에 나온 사례가 오히려 이럴 수도 있구나 하며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온실 속에서 아이를 키우려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바라는 건 내가 울타리 쳐놓고 보호하는 것을 넘어, 아이 스스로 분별력을 갖는 거다. 때로는 수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거부하기도 하며 자기 선택에 대한 책임도 지면서.. 


책보다가 문득 저자가 뭐하는 분이었지 하고 살펴보고 약간 놀랬다.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후 직장생활, 그러다 경희대 한의과대학 입학. 뭐 공부로는 문과 이과 가장 가기 어려운 곳들도 다 들어간 분이다. 아이들 교육과 상상력 기반으로 재밌는 이야기 만들어나는 걸 좋아하신다는데, 아쉽게도 나랑 취향이 맞진 않는다. 물론 나와 맞지 않는 것이지, 다른 아이들은 어떨지 모른다. 스마트폰과 SNS에 휘둘리는 이 시대에 이런 책으로 아이들의 상상력이 자극받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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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마음이 소중해 - 마음 챙김 마음의 힘 4
마멘 두크 지음, 라울 니에토 구리디 그림, 윤승진 옮김 / 상수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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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리에서 마음의 힘 연속물(시리즈)로 4권의 책을 낸다. 그 중 이 책은 '마음챙김'인데, 나는 이미 마음챙김에 대해 관심 갖고, 꾸준히 하고 있다. 짝꿍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이에 대해 가르쳐주거나 설명하지 않는다. 가끔 자기 마음이 어떤지를 묻긴 하지만, 그건 스스로 하는 마음챙김과는 거리가 있다.


마음챙김이 좋긴 하지만, 어린 아이들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이는 성인도 어려운 주제인데, 아이들은 더 어렵다. 일단 이 책을 읽어주는데, 처음에는 그냥그냥 따라오다가 2/3쯤 넘어가니 재미없다며 다른 책을 보자고 한다. 그림보다 글이 많고, 자기에게 딱딱 안 들어오나보다. 나에게도 흥미롭게 느껴지진 않았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책 내용 중에 자신의 걱정, 악몽, 기분 나빴던 일들을 '걱정 나무'에 걸어두는 게 있다. 이 이야기를 했었는데, '악몽 도둑' 책 이야기를 하며 악몽을 가져가는 도둑이 있었던 것처럼, 악몽을 이 나무에 걸어둘 수 있다고 했는데, 아이가 그걸 잘 기억했다가 써먹는 걸 봤다.


"아빠~ 여기에다가 마음을 걸어. 이게 나무인데 걸어두면 돼" 그 말 듣고 깜짝 놀랐다. 아니 그걸 어떻게 저렇게 자기 일상에서 놀이로 써먹을 수 있지? 그게 아이들의 능력이자 장점인 것 같다. 마음챙김의 핵심은 알아차리고, 써먹는 거다. 써먹지 않고, 머리로만 알고 있으면 소용없다. 오히려 방해가 된다. 늘 알아차리는 게 핵심이다.


그런 면에서 아이가 이걸 한다는 건 대단히 긍정적이다. 자기 기분이 상했을 때, 자기 마음을 나무에 걸어놓는다고 생각하는 것, 중요한 출발이자 훈련이다. 어렸을 때부터 알아차림-마음챙김이 가능한 거다.  


이런 게 적절할지, 가능할지 잘 몰랐다. 그저 아이가 직접 하는 걸 보며 깨닫는다. 어른에게는 어른에게 맞는 방법이 있다면, 이 책은 아이들에 맞는 방법이 나름 제시된다. 잘 되지 않을 수 있다. 또 이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 어른이 이 책을 잘 소화해서 보다 흥미롭게 전해주면 아이들은 그걸 재미있게 자기 삶에서 놀이로 꺼내볼 수 있을 거다. 그렇게 하면 된다.


이 책에는 그러한 요긴한 방법이 들어있고, 이걸 잘 꺼내서 아이에게 전해주는 몫은 읽어주는 이에게 있다. 마음챙김을 잘 하고픈 이들, 아이가 마음챙김을 하길 바라는 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 유용할 수 있다. 다만 마음챙김을 아이만 하면 좋겠다거나 관심 없는 분에게는 흥미로운 책이 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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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대국의 입지가 흔들리다 - 냉전, 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 세계통찰 시리즈 15
한솔교육연구모임 지음 / 솔과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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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한다. 매우 만족스럽다. 다른 책들도 살펴볼 의사가 있다. 아쉬운 점? 물론 없지 않다. 그건 정말 작은 부분이란 점을 먼저 말해둔다.


이 책은 방대한 시리즈다. 출판사 '솔과나무'에서 세계통찰 시리즈로 책을 펴내는데, 이 책은 그 중에서도 미국의 일부다. 내가 지금 알기로는 미국만 16권이다. 우와 엄청나지 않은가? 그럼 다른 나라/지역을 다루면서는 얼마나 많이 내려고? 이게 잘 팔릴까?


읽어보면 안다. 잘 팔릴 수 있다. 잘 읽히고, 내용이 쉽고 알차다. 나는 우선 내가 관심 가는 분야, 이건 꼭 알아야 하는 분야지 싶었던 책 1권을 골랐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을 다루기에 16권 중에서도 이걸 골랐다.


이 다음은 그 이후 걸프전, 이라크 전쟁 등을 다룬 것도 있었으나 여러 권을 선택하는 건 모험이다 생각했고, 하나 봐서 괜찮으면 더 읽으려 했다. 다른 책도 얼른 신청해야겠다 싶을 정도로 유익하다.


미국을 이야기한다지만, 어디 미국만 이야기 할 수 있는가. 트루먼 대통령은 한국 전쟁 관련해서 많은 영향을 끼친 인물이라 알긴 알았지만, 그의 배경, 특히 베를린 재건 사업에 마음 쓴 부분을 자세히 알게 되어 좋았다. 그렇기에 그의 사상+미국의 반공주의에 대해 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아쉬운 부분은 여기서 나오는데, 트루먼을 영웅이라 말한다. 베를린 재건사업에서는 분명 그러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히로시마 원폭을 투하하기로 결정한 것도 그다. 그렇기에 그를 좋게만 바라볼 수 없다. 부통령이었음에도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무시당하고, 보고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가난한 농부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학위도 좋지 않다는 이유 때문에 무시받았고, 오히려 그때문에 무난한(?) 부통령 자리에 올랐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갑자기 세상 떠나는 바람에, 예상치 못한 대통령이 됐고, 당시 주목할 지도자가 되었다.


이러한 세세한 흐름에 대해 파악할 수 있어 매우 좋았다. 사진도 무척 다양하다. 사진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 이렇게 두꺼운가 싶었는데, 그 내용들이 쓸모없지 않다. 16권이라는 엄청난 분량이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다.


없지 않아 아쉬운 부분들이 있지만, 그래도 교양도서로 손색없다. 풍성하게 세계를 통찰하게 도와준다. 미국만 이해해도, 참 많은 걸 이해할 수 있다는 걸 제대로 보여준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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