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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과 한국 사회의 대전환
포스텍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 엮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21년 6월
평점 :
5명이 서로 주고 받으며 펴낸 책이라 설마하며 기대했는데, 이야 진짜 제대로다. 물론 더 깊이 있게, 더 묵직한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괜찮다. 아주 만족스럽다.
이걸 보며 든 생각은 8명 정도? 같은 분야 전공자는 1명이어도, 그 계열 학자+활동가는 1명씩 더 구성에 넣는 거다. 이 책에서는 사회학, 역사, 철학, 경제학, 과학 분야에서 1명만 나온다. 여기에 여성이 최소 2명 정도 더 들어가고, 종교 분야 석학+현장 운동가도 괜찮을 것 같다. 시민사회 활동가도 괜찮을 듯 하고, 정치인도 좋을 듯 싶고.
책은 먼저 한 사람이 발제를 한다. 그 다음 그 발제자와 토론을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의견을 던지면 주로 발제자가 받아서 답하는 방식이다. 앞에서 잠시 깊이를 말했지만, 깊게 들어가기는 어렵다. 하지만 굵직한 줄기는 제시한다.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이런 책을 원했다!
철학자 이진우씨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괜찮게 느끼다가 얼마 전 칼럼 쓴 거보고, 이 사람의 사유는 더 보지 않아도 아쉬울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을 보면 무난했고, 그 무난함을 다른 사람들이 돋보이게 채워줬다. 특히 장대익의 과학적 시선은 새로웠다. 아주 동의가 되는 바는 아니지만, 무슨 말 하는지 알겠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논의를 좀 더 치열하게 치고 받아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논의할 수는 없을까 싶다. 뻔한 토론 말고, 주제를 잡아서 발제하고, 다른 이들이 그에 대해 질문하고 토론하며 보완하는 거다. 그래서 정말 주요한 정책을 잘 다듬어가는 거다. 예를 들어 '전국민 지원금' 혹은 '기본 소득', '저출산 노령화' 등이 그럴 수 있겠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정책적으로 한결 깊어졌으면 좋겠다. 진부한 논쟁은 이제 그만~
이진우씨는 전염병의 경우 사회적 신뢰 지수가 떨어진다고 한다. 서로 믿을 수 없으니까. 사회적으로 격리하고 거리두기 하는 게 나를 지킬 수 있기에 더 선호된다고 말한다. 아마 내가 현장에 있었다면 이진우씨에게, 사람을 믿을 수 없는 것과 거리두기하고 마스크쓰며 생활방역하는 건 다른 층위의 문제라고 말할 거다. 못 믿어서 행동하는 것과 조심하는 것은 분리될 수 있다.
사재기하는 나라, 바로 그 사회가 신뢰 없는 거다. 나 홀로 살겠다는 거다. 사재기 없는 것, 그건 사회에 대해, 사람들 간에 신뢰가 있는 거다. 그런 사회적 신뢰감, 시민의식 형성이 중요한 거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국가 단위로 보면 '나 하나쯤이야' 싶을 수 있지만, 마을 단위로 보면 '서로 조심해서 함께 잘 이겨내자'고 마음먹을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학자들 뿐 아니라 활동가, 혹은 주부들도 이 좌담회에 필요하다. 농촌에서 온 사람도 있고. 아 너무 환상적인 걸 꿈꾸는지 모르겠으나, 이 책 봐보시라. 그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고, 이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내가 대선 주자라면, 캠프를 통해 당선될 생각 못지 않게,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어떠한 정책으로, 어떠한 사회를 만들어가겠다는 것을 상호 소통하며, 깨어있는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방안을 더 흥미롭게 펼쳐가고 싶다. 장점은 부각시키고, 단점은 보완하는 그러한 토론을 꿈꾼다.
한 사람씩만 발제하고 묶어놓은 책들과 차원이 다르다. 이런 류의 책들이 부디 많이 나오길 바란다. 라인홀드 니버가 '도덕적 개인과 비도덕적 사회'라고 했나? 이런 책들을 보면 '평범한 개인과 성숙한 공동체'라는 게 떠오른다. 모이면 더 논의가 넓어지고 풍성해진다. 나에겐 무척 유익하고 좋았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