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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성철 1 - 너희가 세상에 온 도리를 알겠느냐
백금남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6월
평점 :
예전에는 불교에 전혀 관심없었다. 그러다가 수행하면서 조금씩 관심 갖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이 책도 읽게 되었다. 책을 읽어보니 마침 성철이 그러했다. 스님이 되어야만 수행하는 것인가? 스님이 아니어도 그냥 수행은 할 수 있는 것이다. 경전도 읽고. 그러다가 출가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거다.
성철은 결국 출가의 길을 나선다. 전통적 유림의 집안인데, 그것도 맏아들인데, 아내와 아이도 놔둔 채 결국 떠난다. 그러면서 겪는 과정을 매우 유려하게 잘 쓴다. 소설 책을 자주 읽는 편이 아닌데, 이건 뭐 빨려 들어서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든다.
물론 불교의 용어도 자주 나오고, 그 개념을 모를 경우엔 이게 뭐지 싶기도 하다. 한자도 필기 인식으로 찾아보기도 하면서 책을 봤다. 그걸 하나하나 다 따져가며 책 읽으면 못 읽는다. 그런데 별 걱정할 필요없다. 이야기가 워낙 재밌게 흘러가니까 그 흐름에 맡기면 된다. 어차피 나는 잘 모르니까 그냥 한 번 쭉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진도가 훌훌 나간다.
특히 불교의 수행 방법이 그러한데, 지금 한 번 그저 들어두는 거다. 그게 나중에 깨달음으로 올 수 있다. 집착하지 않고 마음을 비우며 봤다. 성철 스님에 대한 이야기는 90년대에, 내가 10대 시절에 얼핏 들었다. 그분이 돌아가셨다고 뉴스에 나왔던 게 기억난다. 그 분에 대해 거의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 잘 알게 되어 좋았다.
불교인이 아니어도 좋다. 소설 예수는 뭐 기독교인만 읽나. 종교 상관없이 그저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걸 느끼기에도 참 좋았다. 저자는 붓다 평전을 쓰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성철 평전보다는 소설 성철이 부담이 덜 하다. 쓰기에도, 읽기에도.
대표적인 스님을 꼽으라면 오늘날에는 법정 스님을 주로 손 꼽을 거다. 그런데 그 분은 그다지 존경하는 마음이 안 생긴다. 책을 절판하라 했지만, 그게 더 사람들 마음을 자극시킬 거란 걸 몰랐을까? 몰랐으면 순진한 거고, 알았으면 말도 안 되는 거다.
유명 무명을 논하는 것 자체가 사실 스님들에게 의미/무의미한 일이다. (무의미하다고 쓰기에는 또 의미가 없지 않다고 보기에 저렇게 썼는데, 사실 무의미한 게 더 낫다. 다 자기 업인 것을!) 그저 이렇게 살아간 사람이 있었다는 거, 그걸 느끼면 된다. 저자가 참 글을 잘 쓴다. 영화 <관상>의 책을 썼다고도 하는데, 필력이 상당하다. 출판사는 '마음서재'인데, 쌤앤파커스 계열이다. 책도 양장으로 잘 만들었다. 널리 읽히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