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묘지

        

비둘기들 노니는 저 고요한 지붕은

철썩인다 소나무들 사이에서, 무덤들 사이에서.

공정한 것 정오는 저기에서 화염으로 합성한다

바다를, 쉼없이 되살아나는 바다를!

신들의 정적에 오랜 시선을 보냄은

오 사유 다음에 찾아드는 보답이로다!

 

섬세한 섬광은 얼마나 순수한 솜씨로 다듬어내는가

지각할 길 없는 거품의 무수한 금강석을,

그리고 이 무슨 평화가 수태되려는 듯이 보이는가!

심연 위에서 태양이 쉴 때,

영원한 원인이 낳은 순수한 작품들,

시간은 반짝이고 꿈은 지식이로다.

 

견실한 보고, 미네르바의 간소한 사원,

정적의 더미, 눈에 보이는 저장고,

솟구쳐오르는 물, 불꽃의 베일 아래

하많은 잠을 네 속에 간직한 눈,

오 나의 침묵이여!…… 영혼 속의 신전,

허나 수천의 기와 물결치는 황금 꼭대기, 지붕!

 

단 한 숨결 속에 요약되는 시간의 신전,

이 순수경에 올라 나는 내 바다의

시선에 온통 둘러싸여 익숙해 진다.

또한 신에게 바치는 내 지고의 제물인 양,

잔잔한 반짝임은 심연 위에

극도의 경멸을 뿌린다.

 

과일이 향락으로 용해되듯이,

과일의 형태가 사라지는 입 안에서

과일의 부재가 더없는 맛으로 바뀌듯이,

나는 여기 내 미래의 향연을 들이마시고,

천공은 노래한다, 소진한 영혼에게,

웅성거림 높아가는 기슭의 변모를.

 

아름다운 하늘, 참다운 하늘이여, 보라 변해 가는 나를!

그토록 큰 교만 뒤에, 그토록 기이한,

그러나 힘에 넘치는 무위의 나태 뒤에,

나는 이 빛나는 공간에 몸을 내맡기니,

죽은 자들의 집 위로 내 그림자가 지나간다

그 가여린 움직임에 나를 순응시키며.

 

지일(至日)의 횃불에 노정된 영혼,

나는 너를 응시한다, 연민도 없이

화살을 퍼붓는 빛의 찬미할 정의여!

나는 순수한 너를 네 제일의 자리로 돌려놓는다.

스스로를 응시하라!……그러나 빛을 돌려주는 것은

그림자의 음울한 반면을 전제한다.

 

오 나 하나만을 위하여, 나 홀로, 내 자신 속에,

마음 곁에, 시의 원천에서,

허공과 순수한 도래 사이에서, 나는

기다린다, 내재하는 내 위대함의 반향을,

항상 미래에 오는 공허함 영혼 속에 울리는

가혹하고 음울하며 반향도 드높은 저수조를!

 

그대는 아는가, 녹음의 가짜 포로여,

이 여윈 철책을 먹어드는 만(灣)이여,

내 감겨진 눈 위에 반짝이는 눈부신 비밀이여,

어떤 육체가 그 나태한 종말로 나를 끌어넣으며

무슨 이마가 이 백골의 땅에 육체를 끌어당기는가를?

여기서 하나의 번득임이 나의 부재자들을 생각한다.

 

닫히고, 신성하고, 물질 없는 불로 가득 찬,

빛에 바쳐진 대지의 단편,

불꽃들에 지배되고, 황금과 돌과 침침한

나무들로 이루어진 이곳, 이토록 많은

대리석이 망령들 위에서 떠는 이곳이 나는 좋아.

여기선 충실한 바다가 나의 무덤들 위에 잠잔다!

 

찬란한 암케여, 우상숭배의 무리를 내쫓으라!

내가 목자의 미소를 띄우고 외로이

고요한 무덤의 하얀 양떼를,

신비로운 양들을 오래도록 방목할 때,

그들에게서 멀리하라 사려 깊은 비둘기들을,

 

여기에 이르면, 미래는 나태이다.

정결한 곤충은 건조함을 긁어대고,

만상은 불타고 해체되어, 대기 속

그 어떤 알지 못할 엄숙한 정기에 흡수된다……

삶은 부재에 취해있어 가이없고,

고초는 감미로우며, 정신은 맑도다.

 

감춰진 사자(死者)들은 바야흐로 이 대지 속에 있고,

대지는 사자들을 덥혀주며 그들의 신비를 말리운다.

저 하늘 높은 곳의 정오, 적연부동의 정오는

자신 안에서 스스로를 사유하고 스스로에 합치한다.

완벽한 두뇌여, 완전한 왕관이여,

나는 네 속의 은밀한 변화이다.

 

너의 공포를 저지하는 것은 오직 나뿐!

이 내 뉘우침도, 내 의혹도, 속박도

모두가 네 거대한 금강석의 결함이어라……

허나 대리석으로 무겁게 짓눌린 사자들의 밤에,

나무뿌리에 감긴 몽롱한 사람들은

이미 서서히 네 편이 되어버렸다

 

사자들은 두터운 부재 속에 용해되었고,

붉은 진흙은 하얀 종족을 삼켜버렸으며,

살아가는 천부의 힘은 꽃 속으로 옮겨갔도다!

어디있는가 사자들의 그 친밀한 언어들은,

고유한 기술은, 특이한 혼은?

눈물이 솟아나던 곳에서 애벌레가 기어간다.

 

간지 소녀들의 날카로운 외침,

눈, 이빨, 눈물 젖은 눈시울,

불과 희롱하는 어여쁜 젖가슴,

굴복하는 입술에 반짝이듯 빛나는 피,

마지막 선물, 그것을 지키려는 손가락들,

이 모두 땅 밑으로 들어가고 작용에 회귀한다.

 

또한 그대, 위대한 영혼이여, 그대는 바라는가

육체의 눈에 파도와 황금이 만들어내는,

이 거짓의 색체도 없을 덧없는 꿈을?

그대 노래하려나 그대 한줄기 연기로 화할 때에도?

가려므나! 일체는 사라진다! 내 존재는 구멍나고,

성스런 초조도 역시 사라진다!

 

깡마르고 금빛 도금한 검푸른 불멸이여,

죽음을 어머니의 젖가슴으로 만드는,

끔찍하게 월계관 쓴 위안부여,

아름다운 거짓말 겸 경건한 책략이여!

뉘라서 모르리, 어느 누가 부인하지 않으리,

이 텅빈 두개골과 이 영원한 홍소(哄笑)를!

 

땅밑에 누워 있는 조상들이여, 주민 없는 머리들이여,

가래삽으로 퍼올린 하많은 흙의 무게 아래

흙이 되어 우리네 발걸음을 혼동하는구나.

참으로 갉아먹는 자, 부인할 길 없는 구더기는

묘지의 석판 아래 잠자는 당신들을 위해 있지 않도다

생명을 먹고 살며, 나를 떠나지 않도다.

 

자기에 대한 사랑일까 아니면 미움일까?

구더기의 감춰진 이빨은 나에게 바짝 가까워서

그 무슨 이름이라도 어울릴 수 있으리!

무슨 상관이랴! 구더기는 보고 원하고 꿈꾸고 만진다!

내 육체가 그의 마음에 들어, 나는  침상에서까지

이 생물에 소속되어 살아간다!

 

제논! 잔인한 제논이여! 엘레아의 제논이여!

그대는 나래 돋친 화살로 나를 꿰뚫었어라

진동하며 나르고 또 날지 않는 화살로!

화살 소리는 나를 낳고 화살은 나를 죽이는도다!

아! 태양이여…… 이 무슨 거북이의 그림자인가

영혼에게는, 큰 걸음으로 달리면서 꼼짝도 않는 아킬레스여!

 

아니, 아니야!…… 일어서라! 이어지는 시대 속에!

부셔버려라, 내 육체여, 생각에 잠긴 이 형태를!

마셔라, 내 가슴이여, 바람의 탄생을!

신선한 기운이 바다에서 솟구쳐 올라

나에게 내 혼을 되돌려준다…… 오 엄청난 힘이여!

파도 속에 달려가 싱그럽게 용솟음치세!

그래! 일렁이는 헛소리를 부여받은 대해(大海)여,

아롱진 표범의 가죽이여, 태양이 비추이는

천만가지 환영으로 구멍 뚫린 외투여,

짙푸른 너의 살에 취해,

정적과 닮은 법석 속에서

너의 번뜩이는 꼬리를 물고 사납게 몰아치는 히드라여,

 

바람이 인다!……살려고 애써야 한다!

세찬 마파람은 내 책을 펼치고 또한 닫으며,

물결은 분말로 부서져 바위로부터 굳세게 뛰쳐나온다.

날아가거라, 온통 눈부신 책장들이여!

부숴라, 파도여! 뛰노는 물살로 부숴 버려라

 돛배가 먹이를 쪼고 있던 이 조용한 지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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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 필요한 순간들
홍승찬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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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제목처럼 나에게도 클래식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오랫동안 앉아 책을 읽다 머리가 지끈 지끈 아파올 때, 아침에 일어나 방안을 청소할 때, 요리과정이 까다로운 음식을 요리할 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할 때. 어김없이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

   홍승찬 교수는 어떨 때 클래식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는지 궁금해져 책을 펼쳤다. 목차는 1악장, 2악장, 3악장,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악장마다 음악가와 그 작품이 만들어진 에피소드를 조근 조근 들려준다. 한 편의 수필을 읽는 것 같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곡들이 대부분이라 쉽게 읽을 수 있다. 음악가들의 성장과정, 사랑 이야기, 정치적 상황들이 잘 설명되어 있어 글을 읽다보면 책에서 소개해준 음악들을 어서 찾아 듣고 싶은 마음뿐이다. 소개해준 음악들을 멜론에서 찾아 들으며 글을 읽으니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는 기분이다.

   <박종호의 클래식> 시리즈가 생각난다. 이 책도 쉽고 재밌게 쓰였다. 클래식 관련 책들은 책을 펼치면 음악이 나오지 않으니 음악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주로 소개한다. 책에 나온 음악들을 음반으로 만들어 책 뒤에 붙여 놓으면 참 좋을 텐데. 무명 연주가의 연주도 좋으니.....책을 덮으니 말러의 아내이자 클림트, 폰 쳄린스키 등 예술가의 연인이었던 알마 신들러를 만나고 싶어진다.

 

#쇼스타코비치 -혁명 교향곡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

마스네 -타이스의 명상곡

바그너 -저녁별의 노래

알비노니 -아다지오

차이콥스키 -비창 교향곡

드보르작 - 신세계 교향곡

카푸아 - 오 나의 태양

말러 -천인 교향곡

슈베르트 - 리타나이

슈베르트 - 미완성 교향곡

슈베르트 - 겨울 나그네

 

# Opera는 라틴어인 Opus의 복수형으로 '작품들'이라는 뜻입니다.

Phillharmonie는 '하모니를 사랑한다'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철학을 뜻하는 Philosophy가 '로고스를 사랑한다'는 뜻의 그리스어에 비롯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레퀴엠은 '안식'이라는 뜻의 라틴어입니다.

아카펠라는 원래는 A capella 즉 '교회에 맞게' 혹은 '교회풍으로'라는 뜻입니다.

누군가가 그랬다지요. 세상에 변하지 않는 유일한 모든 것은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 뿐이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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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 - 장석주의 문장 예찬 : 동서고금 명문장의 치명적 유혹에 빠지다
장석주 지음, 송영방 그림 / 문학의문학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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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09. 동화출판사 발행.

     장석주 시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대추 한 알> 시 한 편 정도이다. 짧고 간결한 그의 시가 마음에 들어 수첩에 적어 놓았고 이름만 마음에 두었다. <마흔의 서재>는 서점에서 스르륵 훑어 보기만 했다. <지금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는 목차를 보니 처음 보는 작가들이 있어 얼른 책을 펼쳐 들었다. 엘르아스 카네티, 김정국, 에크하르트 톨레, 막스 피카르트, 박용래, 에밀 시오랑, 박정만, 굴원, 미시마 유키오를 이 책을 통해 소개받았다. 감사하다.

     책에서 소개 한 작가들의 문장들을 허겁지겁 삼켰다. 작가들의 삶을 간략하게 소개해 놓아 글을 이해하기가 좋았다. 국적을 넘나드는 다양한 작가들을 소개해 주어 좋았다. 책을 읽으며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그가 마음에 들었던 문장과 내가 골랐던 문장이 다른 것을 볼 때 그 다름이 좋았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한 작가와 다른 작가를 굴비 엮듯이 스윽스윽 연결 지어가는 문체가 좋았다. 책에 적혀있는 수많은 시들이 좋았다. 지칠 줄 모르는 작가들의 독서에 대한 열정을 발견할 수 있어 좋았다. 침묵과 소박함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한권의 책 안에서 또 다른 좋은 책들을 발견할 수 있는 건 기쁜 일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참 좋은 책이다.

 

# 한줄의 시를 쓰려면 수많은 도시들, 사람들, 그리고 사물들을 보아야만 한다. 동물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 새들이 어떻게 나는지 느껴야 하며, 작은 꽃들이 아침에 피어날 때의 몸짓을 알아야 한다. 시인을 돌이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알지 못하는 지역의 길, 뜻밖의 만남, 오랫동안 다가오는 것을 지켜본 이별, 아직도 잘 이해할 수 없는 유년 시절에 우리를 기쁘게 해주려 한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서 기분을 언짢게 해드린 부모님들.....-릴케 <말테의 수기> 인용-

 

# 시를 쓰려는 자들은 무엇보다도 죽음을 알아야 하고, 죽음에 대한 충분한 숙고를 해야 한다.

 

# 남은 일생 내내 나에게 써먹지 못하는 문학은 해서 무엇하느냐 하는 질문을 던지신 어머니, 이제 나는 당신께 나 나름의 대답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확실히 문학은 이제 권력에의 지름길이 아니며, 그런 의미에서 문학은 써먹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문학은 그 써먹지 못한다는 것을 써먹고 있다. 문학을 함으로써 우리는 서유럽의 한 위대한 지성이 탄식했듯 배고픈 사람 하나 구하지 못하며, 물론 출세하지도, 큰돈을 벌지도 못한다. 그러나 그것은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유용한 것은 대체로 그것이 유용하다는 것 때문에 인간을 억압한다......그러나 문학은 유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 억압하지 않는 문학은 억압하는 모든 것이 인간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보여준다........- 김현,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인용

 

#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 - 폴 발레리 <해변의 묘지> 인용

 

# 살아남음의 순간은 권력의 순간이다. 죽음을 보고 느끼는 공포감은 이내 죽은 사람이 자기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한 만족감으로 변한다. 죽은 자가 누워 있다면 살아남은 자는 서 있다. 그것은 마치 조금 전의 싸움이 일어나서 누군가가 죽은 자를 쓰러뜨린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다. 살아남음에서 개개의 인간은 모든 다른 사람들의 적이다. 그리고 이런 본질적인 승리에 견주어본 때 모든 슬픔은 하찮은 것이다. -엘리아스 카네티 <살아남은 자> 인용.

 

# 토란국과 보리밥을 배불리 먹고, 부들자리와 따뜻한 온돌에서 잠을 넉넉하게 자고, 땅에서 솟는 맑은 샘물을 넉넉하게 마시고, 서가에 가득한 책을 넉넉하게 보고, 봄날에는 꽃을 가을에는 달빛을 넉넉하게 감상하고, 새들의 지저귐과 솔바람 소리를 넉넉하게 듣고, 눈 속에 핀 매화와 서리 맞은 국화에서는 넉넉하게 향기를 맡는다네. 한 가지 더, 이 일곱 가지를 넉넉하게 즐기기에 팔여(八餘)라고 했네. -김정국 <사재> 인용

 

# 모든 가치 있는 말들은 그 침묵에서 흘러나온다. 침묵은 말들이 태어나는 자궁이다. 침묵은 자궁을 가졌으니 말들을 낳는 어머니이다.

 

# 하이쿠는 최소한의 언어만을 남긴다.

‘홍시여, 젊었을 때는 너도 무척 떫었지-소세키-’

‘방랑에 병들어 꿈은 마른 들판을 헤매고 돈다 -바쇼-’

이런 하이쿠를 읽을 때 텅 빈 느낌을 받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 한 줄의 시에서 더할 것도 없고 뺄 것도 없다. 이렇듯 하이쿠는 찰나의 언어이다. 찰나를 드러냄으로써 역설적으로 그 위에 숨은 영원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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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아이들 - 개정판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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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만난 아이들> 이 세상 모든 어른이 읽어야 하는 책. 1판 1쇄 2004년 5월, 2판 2쇄 2007년 6월 발행본 읽음. 처음 책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 건 초등학교 5학년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읽고 나서이다. 5살의 주인공 꼬마 ‘제제’와 함께 울고 웃으며 책을 읽었다. 그때의 감동과 놀람이 아직도 희미하게 남아있다. 그리고 하이타니 겐지로님의 이 책을 읽으며 그때의 기분을 다시 한번 느꼈다. <안나 카레리나>나 위대하고 <논어>도 훌륭하고 <율리시스>도 멋진 책이지만,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감동이 더 크다고 말하고 싶다. 특히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어린 아이를 둔 부모님들은 꼭 읽도록 법으로 정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겐지로를 처음 알게 된 건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를 통해서였다. 단지 제목이 너무 예뻐 읽은 책이었는데 읽고 나서 글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 고다니 선생님이 데쓰조가 삐뚤삐뚤한 글씨로 쓴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라는 문장을 읽는 순간 얼마나 울었는지.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을 쓴 사람이니 그는 어렸을 때부터 가족의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을 거라고 생각했다. <태양의 아이>, <소녀의 마음>을 읽으면서도 당연히 그럴 줄만 알았다. 그러나 겐지로의 자전적인 책 <내가 만난 아이들>을 읽으며 작가의 처참한 삶을 알게 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작품들을 내놓을 수 있는 그의 마음이 놀랍기만 하였다.

    겐지로는 1934년 일본 고베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 너무 가난하여 공사장에서 일해야 했던 그. 17년간 교사 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그러던 중 큰형이 들보에 목을 메고, 잇따라 어머니까지 세상을 떠나자 충격과 절망감에 휩싸인 그는 교단을 떠나 오키나와를 여행한다. 2차 세계 대전 당신 민간인 학살로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던 참혹한 역사의 땅 오키나와에서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천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충격을 받는다. 그는 그들의 낙천성은 생명을 사랑하는 정신이며 그 속에서 인간의 참된 상냥함이 잉태됨을 깨닫는다. “인간의 상냥함을 생각함으로써, 나는 소생했는지 모른다.” 그 뒤 그는 그곳에서 수많은 작품들을 써내며 소박하게 살다 2006년 암으로 조용히 세상을 떠난다. 그의 작품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오키나와를 새롭게 알게 되고 어린이들을 존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만난 아이들>은 일본의 어린이 문학가이자 우리시대의 큰 스승이었던 겐지로의 치열한 삶의 기록을 적은 것이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한자도 버릴 것이 없다. 모든 구절을 다 머릿속에 넣고 싶다. 책에는 겐지로의 글 뿐만 아니라 수없이 많은 아이들의 보석 같은 시들이 담겨 있다. 그는 아이들이 얼마나 상처받기 쉬운 존재인지, 또 얼마나 놀라운 존재인지 알게 해준다. 그는 아이들이 절망에도 불구하고 상냥함을 잃지 않고 낙천적으로 살아가는지 보여준다. 그는 우리가 지금까지 만났던 아이들에게 어떤 행동과 말을 했는지 돌아보게 한다. 정신이 번쩍 든다.

 

# 주머니에서 영어 사전을 꺼내 본다. 학문의 세계가 언젠가는 이 비참한 세상에서 나를 구원해 줄꺼야. 나는 남몰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것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 훔친 옥수수를 굽는 동안 둘 다 이상하게 손발이 떨렸다. 아무리 애를 써도 떨림이 멎지 않아 우리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다같이 옥수수를 먹었다. 사람은 배가 고프면 왜 눈이 빛나는 것일까? 다섯 살배기 남동생도, 세 살배기 여동생도 눈빛을 번뜩이며 옥수수를 뜯어 먹었다.

 

# 선생님의 구두 -5학년 오카모토 료코

 

교단 옆에

선생님의 구두가 있다

오른쪽 구두가

누워 있다

왼쪽은

똑바로

일으켜 주고 싶지만

수업중

 

# 나는 그 아이를 통해 저항의 의미를 배웠다. “절망과 맞부딪쳐 이겨 내지 않고서는 진정한 상냥함을 지닐 수 없다..”는 노 철학자 하야시 다케지 씨의 말이 지금 이 순간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그 말이 내 가슴을 찌른다. 새삼 나는 생각한다. 나는 지금껏 나를 길러 준 상냥한 사람들의 고독과 절망을 먹으며 살아왔다고.

 

# 눈 - 이시이 도시오

 

눈이 펑펑 옵니다

사람은

그 밑에서 살고 있습니다

 

# 나보고 돼지라고 한다

돼지우리로 돌아가라

한다

나는 돼지 말을 몰라

하고 말했다

그러니까

꿀꿀꿀만 하면 된다고

한다

꿀꿀꿀은 우리나라 말이야

-1년 나카노 마사유키-

 

# 아름다운 것은 말이지, 참고 참고 또 참았을 때 만들어지는 거야

 

# 어린이는 작은 거인이다. 어마어마한 힘을 지닌 인간으로서의 어린이, 스스로 성장하려는 한없는 에너지를 지닌 인간으로서의 어린이, 내가 어린이를 이런 존재로 보게 된 바탕에 오키나와가 있다.

딱지 -마코토

 

딱지는 재미있으니까

못하게 하면 안돼

나는 딱지를 못하게 하면

밥도 안 먹을 거야

나는 딱지가 없으면

공부도 안 할 거야

딱지가 없으면

나는 죽는 게 나아

딱지를 찢으면

아무것도 안 할 거야

딱지는 내 친구니까

찢으면 안 돼

 

# 읽는 사람에게 그 감촉이 전해지도록 쓰지 않은 것은 표현이라고 할 수 없어

 

# 창의성 없는 교사의 빈약한 수업이 정말로 공부하고 싶은 아이를 공부하기 싫은 아이로 만들고 있다.

 

# 하느님, 요즘은 왜 새로운 동물을 발명하지 않으세요? 지금 있는 동물은 죄다 너무 오래된 것들뿐이에요.

 

# 하야시 선생님의 질문에 누가 대답을 하면 선생님은 자꾸 꼬치꼬치 캐묻는다. 그래도 생각하는 힘이 좋아진다. 그리고 머리에 쏙 들어온다.

 

# 하이시 선생님은 이렇게 말한다. “내 수업이 다른 사람의 수업과 조금이나마 다른 점이 있다면, 내가 소크라테스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수업은 독사(doxa, 참된 인식의 이데아에 대하여 낮은 주관적 인식)를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으로 이루어집니다. 뭔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갖고 있는 것’을 꼼꼼히 들여다 보는 거죠. 다른 수업에는 이런 면이 좀 부족하지 않을까요?

아이들이 조사해 온 몇몇 가지를 발표하고, 교사가 그것을 적당히 안배해서 결론을 내린다면 과연 수업이 제대로 될까요? 아이들이 조사해 온 것은 아이들의 의견, 내가 쓰는 말로 하자면 독사에 지나지 않아요. 교사는 그것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따져봐야 해요. 아이들이 발표하는 의견은 교사에게 꼼꼼히 들여다보고 따져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으로서 필요하지요.

 

# 내 수업에서도 아이들의 반응이 뚜렷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활발하게 발표했지만, 그것은 말의 유희에 지나지 않았다. 활발하게 발표하던 아이들이 침묵했을 때, 아이들의 얼굴은 확연히 달라졌다. 그 아름다운 얼굴은 무엇일까. 하이시 선생님은 이렇게 말한다.

“ 아이들은 발가벗겨진 경험을 결코 고통스럽다거나 불쾌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것 역시 하나의 해방이며 일종의 카타르시스, 즉 정화가 아닐까요? 빌려온 지식은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그것을 이해함으로써 아이들은 해방되고 정화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수업중인 아이들이 그토록 아름다웠던 것이 아닐까요?”

 

# 내가 만난 아이들아, 너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나는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한다. 이 인사는 내가 계속 살아가는 것으로 표현해야 한다. 내 속에 있는 수많은 죽은 이가 언제까지나 살아 있도록, 내가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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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영미시 입문 - 시인과 작품
우상균 지음 / 동인(이성모)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현대 영미시 입문> 2003년 9월에 초판 1쇄 발행본 읽음. 현대 시인들의 작품을 영어와 한글을 함께 실어놓았고 작가의 삶도 간략하게 소개해놓아 작품을 이해하기가 훨씬 좋았다. 특히 몇몇 시들은 그 시가 만들어진 배경과 설명도 덧붙여 놓았다. 책에 소개된 시인은 토마스 하디, 제라드 맨리 홉킨즈, A.E.하우스먼,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에드윈 알링턴 로빈슨, 월터 드 라 메어, 에이미 로월, 로버트 프로스트, 존 메이스필드, 칼 샌드버그, 왈러스 스티븐즈,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즈, 새러 티즈데일, 엘리너 와일리, D.H. 로렌스, 에즈라 파운드, 로빈슨 제퍼즈, 메리앤 무어, T.S. 엘리엇, 존 크로우 랜섬, 빈슨트 밀레이, 아치볼드 머클리쉬, 윌프레도 오윈, E.E.커밍즈, 하트 크레인, 리처드 에버하트, W.H.오든, 시어도어 렛키, 스티븐 스펜더, 딜런 토머스, 존 베리먼, 로버트 로월, 리처드 윌버, 필립 라킨, 앨런 긴즈버그, 테드 휴즈, 게리 스나이더, 실비아 플라스, 셰이머스 히니이다. 이 중 반은 몰랐던 시인이라 살짝 좌절하였다. 이들 중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인들 몇명의 생애만 적어본다.

 

    토머스 하디 1840-1928. 영국 출생. 두 번 결혼했다. 숙명론은 하디 작품의 근간을 이루는 태도이다. 그는 농부들의 모진 고생, 가뭄과 질병으로 인한 비극, 식물이나 인간의 끊임없는 투쟁과 필연적인 죽음을 보았다. 하디의 시는 19세기말의 염세적인 태도와 20세기 초 제 1차 세계대전을 전후한 암울한 시기의 비관적 세계관이 시적으로 표현된 것이다.

 

     예이츠는 1865-1939. 아일랜드 출생. 예이츠는 20대 초반에 라이머스 클럽에 가입하였는데 이 단체는 유미주의, 라파엘 전파 모방하였다. 그는 1889년 처음으로 모든 곤을 만나 그녀에게 빠졌다. 그의 시에서 모드 곤을 집요하고 열정적으로 찬미하였다. 그러나 모드 곤은 다른 사람과 결혼하였다. 모드곤 남편이 부활절 봉기의 주동자로 처형된 후 그때까지 미혼이던 52살 예이츠는 그녀에게 다시 청혼하였고 거절당하자 그녀의 딸에게도 청혼하고 거절당한다. 얼마나 집요한 사랑이란 말인가. 그리고 그 다음해 조지 하이드리와 결혼했다. 1923년에 노벨상을 받았다. 처음에 그의 시는 몽환적이고 이국적이었으나 점차 정상적이고 정열적이며 구어체의 일상어와 격식있는 말을 결합시켰다.

 

그대 늙었을 때

 

그대 늙어서 백발로 잠이 많아

벽로가에서 꾸벅꾸벅 졸 때, 이 책을 꺼내

천천히 읽으면서 꿈꾸시오, 그대의 눈이 한 때 지녔던

그 부드러운 표정과 깊은 그림자를,

 

얼마나 많은 이들 기쁨에 찬 그대의 우아한 순간을 사랑했고

거짓사랑 참사랑으로 그대의 아름다움을 사랑했던가를,

그러나 한 사람 그대 안에 있는 편력하는 영혼을 사랑했고

그대의 변해 가는 얼굴의 슬픔을 사랑했음을.

 

그리곤 불빛 환히 비친 쇠 살대 곁에 몸을 구부리고

좀 서글프게 중얼거리시오, 어떻게 사랑이 달아나

저 높은 산 위를 거닐다

별들의 무리 속에 얼굴을 감추었는지를.

 

When you are old

 

When you are old and gray and full of sleep,

and nodding by the fire, take down this book,

and slowly read, and dream of the soft look

your eyes had ones, and of their shadows deep;

 

How many loved your moments of glad grace,

and loved your beauty with love false or true,

but one man loved the pilgrim soul in you,

and loved the sorrows of your changing face;

 

and bending down beside the glowing bars,

murmur, a little sadly, how love fled

and paced upon the mountains overhead

and hid his face amid a crowd of stars

 

* 모드 곤을 생각하며 쓴 시

 

     로버트 프로스트. 1875-1963. 미국 샌프란시스코 출생. 가장 사랑하는 시인 중 한분.

그의 말은 일상적인 것이고 장면은 평범하다. 또한 교훈적인 시도 많다. 그러나 그는 은유와 뛰어난 기교와 일상어의 적절한 사용을 통하여 철학적인 시인이 되었다. 프로스트에게 인간은 뉴잉글랜드의 아름다운 전원 속에서 목가적 삶을 누리는 존재와는 거리가 멀다. 그의 시에서 자연은 대개 인간의 드라마가 펼쳐질 때 그 배경으로 이용된다.

 

눈오는 날 저녁 숲가에 멈추어 서서(Stoppint by woods on a snowy evening)

 

Whose woods theses are I think I know.

His house is in the village, though;

He will not see me stopping here

To watch his woods fill up with snow.

 

My little horse must think it queer

To stop without a farmhouse near

Between the woods and frozen lake

The darkest evening of the year

 

He gives his harness bells a shake

To ask if there is some mistake.

The only other sound's the sweep

Of easy wind and downy flake.

 

The woods are lovely, dark and deep,

But I have promises to k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D.H.로렌스. 1885-1930. 영국 노팅엄셔의 이스트우드 출생. 1912년 대학 은사의 아내 프리다 위클리와 달아났으며 2년뒤 그녀가 이혼하고 정식 결혼함. 프리다는 독일 출신으로 1차 세계대전중 두 사람에게 큰 어려움을 안겨주었다. 로렌스는 생활 속의 즉각적인 감정들을 표출하려고 하였다. 많은 것은 식물이나 동물의 외적, 내적 생명을 다룬다. 

뱀(snake)

 

     에즈라 파운드. 1885-1972. 미국 아이다호 출신. 학교에서 고대 그리스어, 라틴어, 앵글로색슨어 등 유럽의 중요 언어들 공부. 1914년 예이츠의 오랜 여자친구 올리비아 셰익스피어의 딸 도로시 셰익스피어와 결혼. 그는 무명의 젋은 작가들의 작품이 발표될 수 있도록 열심히 도왔는데 제임스 조이스, 엘리엇, 프로스트, 칼로스 윌리엄즈, 헤밍웨이, 메리엔 무어 같은 작가들에게 도움을 주었다. 엘리엇은 황무지 서두에 붙인 헌사에서 ‘보다 나은 예술가’파운드에게 이 시를 바친다고 썼다. 2차 대전 전 10년동안 파운드는 경제이론에 깊이 몰두했고 세계의 죄악이 대부분 자본주의 금융 방식들에 원인이 있으 거라고 결론내렸다. 그리하여 그는 무솔리니 정권을 지지하였고 2차 대전 중 처칠과 루즈벨트를 비롯하 국제적인 유태인 음모조직이 전쟁을 획책하고 있다며 이들을 공격하는 라디오 방송을 몇차례 하였다. 1945년 반역제로 재판 받기 위해 미국으로 송환되었고 정신이상 판정을 받아 12년간 정신병원에 수용되었다. 작가들의 거듭된 청원에 1958년 퇴원하였다. 파운즈의 시는 응축과 압축이라고 할 수 있다. 압축, 정확한 이미지, 구체적인 형태로 표현된 관념은 파운드가 집념을 가지고 추구한 것이다.

 

     T.S.엘리엇.1888-1965. 미국 세인트루이스 출생. 1927년 영국 국적 취득. 1933년 아내가 정신질환에 걸리자 그들은 별거했으며 그녀는 1947년에 죽었다. 1957년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자신의 젋은 비사와 재혼해 행복한 여생을 보냈다. 왜 나는 이런 사소한 사생활이 재밌지? 역시 위대한 예술가는 나이를 떠나 매력적으로 보이는가보다. 뮤지컬 캣츠가 그의 작품 <Old possum's book of practical cats>에서 가져온 것이라니. 와우~이제 알았네.

황무지<The waste land>

 

     스티븐 스펜더. 1909-1995. 런던 출생. 책을 통해 알게 된 시인. 마음에 드는 시가 있어 옮겨본다. 이 시는 토버스가 병석에 누워 있던 부친의 임종이 임박했을 때 쓴 것이라고 한다.

 

저 좋은 밤으로 얌전히 들어가지 마소서

 

저 좋은 밤으로 얌전히 들어가지 마소서,

노년은 날 저물 때 미친 듯 분내고 외쳐야 합니다,

빛이 꺼져감에 격노해요, 격노하소서.

 

현자들은 최후를 맞을 때 어둠이 마땅함을 알지만,

그들의 말이 번개를 치게 한 적 없기에 그들은

저 좋은 밤으로 얌전히 들어가지 않습니다.

 

착한 사람들은, 마지막 물결이 지나간 뒤, 얼마나 밝게

그들의 연약한 행위들이 초록 포구에서 춤추었을지 외치면서

빛이 꺼져감에 격노합니다, 격노합니다.

 

날아가는 태양을 붙잡아 노래한 뒤,

제 갈길 가는 태양을 비통해 함을 너무 늦게 배운 방종한 자들은

저 좋은 밤으로 얌전히 들어가지 않습니다.

 

앞못보는 눈도 유성처럼 타오르고 유쾌해질 수 있음을

감겨져 가는 눈으로 보는, 죽음이 임박한 진지한 사람들은

빛이 꺼져감에 격노합니다, 격노합니다.

 

그러니 아버지, 나의 아버지여, 거기 슬픈 고지에서

이제 당신의 격렬한 눈물로 나를 저주하소서, 축복하소서, 비옵나니.

저 좋은 밤으로 얌전히 들어가지 마소서.

빛이 꺼져감에 격노하소서, 격노하소서.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old age should burn and rave at close of d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though wise men at their end know dark is right,

because their words had forked no lightning they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good men, the last wave by, crying how bright

their frail deeds might have danced in a green b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wild men who caught and sang the sun in flight,

and learn, too late, they grieved it on its way,

do not go gentel into that good night.

 

grave men, near death, who see with blinding sight

blind eyes could blaze like meteors and be g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and you, my father, there on the sad height,

curse, bless, me now with your fierce tears, I pray.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테드 휴즈. 1930-1998. 요크셔 지역 출신. 시인 실비아 플러스 만나 넉달만에 결혼. 그러나 휴즈가 애시어 위블이라는 여인과 불륜을 저질러 1962년부터 별거. 1963년 플라스 자살, 3년뒤에는 위블이 휴즈와의 사이에 난 딸과 동반자살. 둘 다 가스자살함. 시인으로서 휴즈와 플라스는 둘 다 원초적 감각과 상처 난 신경을 다루지만, 플라스의 시가 희생자의 곤경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휴즈는 약탈자의 의식을 주로 다룸.휴즈는 자신의 시에 나타난 불길하고 폭력적인 분위기는 자신의 아버지가 들려준 1차 대전 참전 경험담과 자신이 어린시절 요크셔의 황무지에서 경험한 것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말함.

 

    실비아 플라스. 1932-1963. 미국 보스턴 출생. 그녀가 아홉살때 아버지가 당뇨병 합병증으로 사망, 이 죽음은 플라스에게 깊은 충격을 줌. 가난한 플라스는 열심히 공부하여 고등학교, 대학교 최우등 졸업. 1953년 대학교 3학년때 수면제로 자살 시도 했으나 실패. 1956년 영국시인 테드 휴즈 만나 곧 결혼. 그러나 휴즈의 불륜 발견 뒤 별거. 플라스는 홀로 두 아이를 키우며 살다 30세의 나이에 가스 오븐에 머리 집어넣고 자살. 그녀는 작품에서 아버지에 대한 일렉트라 컴플렉스와 어머니에 대한 증오의 김경 숨기지 않았고, 자살 충동을 빈번하게 드러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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