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uthering Heights (Paperback) - Penguin Classics
에밀리 브론테 지음 / Penguin Classics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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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밀리 브론테의 작품이다. <제인에어>를 쓴 샬롯 브론테와 자매이다. 이 소설은 요즘 말로 하면 막장 드라마를 뛰어넘는다. 히스클리프의 병적인 사랑과 복수가 소설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왜 사랑이 이렇게 광적이어야만 하는가? 히스클리프의 집착은 개츠비를 넘어선다. 소설의 화자는 두 명이다. 넬리와 록 우드. 두 화자를 통해 독자들은 이야기를 전해듣기 때문에 주인공들의 삶과 행동은 화자를 통해 필터링 된다. 따라서 우리는 화자가 보지 못한 것은 볼 수 없고, 안타깝게도 화자를 전적으로 믿을 수 밖에 없다.

   소설에는 이중적 요소가 많다. 워터링 헤이츠와 스러쉬크로스 그랜지를 비교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에드거와 린튼, 캐시와 캐서린, 헤어튼과 히스클리프의 유사성 등이 반복된다. 이름들 역시 상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삼대에 걸쳐 일어나는 일들을 보여주는 소설은 결말에 가서야 가까스로 불행을 극복한다. 이 행복은 히스클리프가 죽어서야 가능하다.

   히스클리프와 캐시의 관계는 남녀간의 사랑이었다기보다는 샴쌍둥이처럼 한 몸이어야 하는데 둘로 나뉘어져 겪게 되는 고통을 그린 것 같다. 둘은 끊임없이 서로가 곧 자신이라고 말하고, 떨어져 있으면 불안해한다. 어렸을 적에 함께 한 집에서 자랐을 뿐인데 어떻게 그토록 서로에게 집착할 수 있을까? 무엇이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었을까?

   아직 히스클리프를 이해할 수 없다. 캐시가 죽음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는 그의 복수를 보면 그 잔인하고 차가운 마음이 싫다. 왜 그는 무의미한 복수를 멈추지 않은 것일까? 화창한 가을에 폭풍이 몰아치는 소설을 읽고 나니 마음이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이런 소설은 겨울에 읽어야 하는데 말이다.

 

* "my love for Linton is like the foliage in the woods. Time will change it, I'm well aware, as winter changes the trees-my love for Heathcliff resembles the eternal rocks beneath-a source of little visible delight, but necessary. Nelly, I am Heathcliff-he's always, always in my mind-not as a pleasure, any more than I am always a pleasure to myself-but, as my own being-so, don't talk of our separation again-it is impractic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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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wthorne's Short Stories (Paperback)
Hawthorne, Nathaniel / Vintage Books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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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그래, 단편이니 이해하기 쉬울꺼야 자신있게 책을 펼쳤건만 이 애매모호함은 뭐지? 호손의 글쓰기는 단편에서도 어김없이 실력을 발휘한다. 온갖 상징들과, 명확하지 않은 결말로 가득한 단편집이다. 글에 내포된 의미를 찾지 않는다면 금방 읽을 수 있지만, 왜? 라는 질문을 하기 시작하니 한 편을 읽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차라리 그의 장편소설이 낫겠다는 생각을 한다. 호손이 무서워진다. 단편에서 많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원죄와 구원, 과학과 자연의 대립, 신과 인간의 물음 등이다. 그의 삶이 녹아있는 글을 읽다보니 모처럼 나 자신이 진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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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rble Faun (Paperback)
Hawthorne, Nathaniel / Oxford Univ Pr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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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손이라면 <주홍글씨> 작가로만 알고 있었다. 호손이 말년에 쓴 작품이다. 아, 이 책은 대체 무슨 이야기이지? 삼분의 일정도 읽었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술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이분의 일정도 읽었을 때 든 생각. 원죄와 구원에 관한 이야기인가? 다읽고 나서 든 생각이다. 특별한 사건도 없고, 몽롱한 느낌을 주는 이야기를 영어로 읽으려니 참으로 진도가 안나갔다. 몇 년 전 로마에 여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들이 로마를 배회할 때 묘사되는 건축물과 그림, 조각상들은 왠지 처음 보는 것처럼 생소했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네 명의 주인공 미리암(화가), 힐다(카피스트), 도나텔로(백작), 캐넌(조각가)이 등장한다. 힐다와 캐넌, 미리암은 미국에서 왔으며 도나텔로는 이탈리아인이다. 도나텔로는 미리암을 좋아하고 캐넌은 힐다를 사랑한다. 그러나 미리암의 모델이었던 한 남자가 미리암을 계속 쫒아다니고 미리암은 두려움에 떤다. 미리암과 있던 어느날 도나텔로는뒤따라오는 모델을 절벽에서 밀어 살인을 저지르고 힐다는 우연히 이 장면을 목격한다. 그 뒤로 도나텔로와 힐다는 고뇌에 빠지고 마지막에 도나텔로는 자수하여 감옥에 간다. 힐다는 캐넌의 프로포즈를 받아들여 로마를 떠나는 것으로 끝이난다.

   하지만 간단한 이야기 안에는 많은 상징들이 숨어있다. 도나텔로는 아담을 상징하며 미리암은 이브이다. 순수했던 도나텔로는 죄를 지음으로 인해 더러워지나 한편으로는 그것으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발전하는 인간상으로 변모한다. 힐다는 카톨릭과 기독교 사이에서 고민하며 캐넌은 청교도의 모습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호손은 귀도, 라파엘과 같은 그림들, 미켈란젤로의 조각상 등을 통해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성격을 묘사한다. 로마는 영원한 도시이자 숨겨진 과거이다. 인간은 단지 잠시 지상에 머무르는 것 뿐이며 곧 사라진다는 것을 암시한다.

   소설은 어렵다. 무언가 딱 잘라 말하기엔 모든 것이 애매모호하다. 끝까지 미리암의 과거에 대해 확실하게 알 수 없고 도나텔로가 정말 Faun인지도 나오지 않는다(진짜 Faun이라면 이 소설은 판타지로 분리되야 하나?) 대체 호손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주인공들을 따라 로마의 거리를 함께 걸으며 건축물들을 보고, 그림들을 감상하는 것으로 만족해도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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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e Eyre (Paperback) Oxford World's Classics 78
Bronte, Charlotte / Oxford Univ Pr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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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인에어를 읽었다. 어떤 내용인지 알고만 있었지, 정독하기는 처음이다. 19세기 소설이 이렇게 재밌는 걸 보니 역시 정전소설이라 불릴 만하다. 제인은 고아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부유한 친척 리드 고모에게 맡겨진다. 그러나 리드 부인은 제인을 냉대하고 로우드 기숙사 학교로 보내버린다. 그곳 역시 어둡고 가혹한 장소이다. 그러나 제인은 견디고, 18살에 가정교사를 지원하여 로체스터 가문에서 소피라는 여자아이를 맡아 가르치게 된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로체스터 경과 제인은 사랑에 빠지고,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둘은 결혼한다.

   소설에는 풍부한 담론거리가 담겨있다. 사회적 계급에 대한 인식, 가부장제에 대한 사고,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 위치, 고딕 장치, 기독교에 대한 시선 등 다양한 각도에서 제인에어를 바라볼 수 있다. 제인은 그 당시 모든 관습을 거부하는 여성이다. 그녀의 대담함은 어렸을 때부터 빛을 발한다. 10살인 제인은 자신을 학대한 리드 고모에게 당당하게 말한다. “I will never call you aunt again as long as I live. I will never come to see you when I am grown up." 제인이 원하는 것은 평등함이다. 그 당시 여성들의 인권은 거의 존중받지 못했고, 참정권도 없었다. 여성들은 심지어 좋아하는 남자에게 먼저 사랑한다고 고백할 수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가난하고, 지위도 없고, 고아이고, 예쁘지도 않은 제인은 결코 현실에 타협하거나 순응하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찾아나가며 원칙을 고수한다. 그녀는 심지어 로체스터에게 당신과 나는 평등한 존재라고 소리친다. “Do you think, because I am poor, obscure, plain, and little, I am soudless and heartless? You think wrong!-I have as much soul as you,-and full as much heart! .........and we stood at God's feet, equal-as we are!"

   이렇게 멋진 여성이 있다니. 제인의 행동들은 현대의 관점에서 보아도 놀라운 부분이 많다. 비록 결말에 가서 로체스터와 결혼을 하고 가정 안에서 행복을 찾는 것으로 끝나기는 하지만, 이것은 브론테가 그 당시 사회 상황에서 맺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Jane, will you marry me?"

" Yes, sir."

"A poor blind man, whom you will have to lead about by the hand?"

" Yes, sir."

"A crippled man, whom you will have to lead about by the hand?"

" Yes, sir."

" Truly, Jane?"

"Most truly, sir."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와 <오만과 편견>의 다시와 더불어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이상형이 또 한명 추가되었다. 과연 현실에서도 이런 사람을 찾을 수 있냐가 문제겠지만, 우선 나부터 제인에어처럼 멋진 사람이 되어야겠지.

로체스터의 미친 아내 버사를 주인공으로 한 Wide Sargasso Sea 도 읽어보고 싶다. 그 책에선 로체스터가 나쁜? 인물로 묘사된다고 하니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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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몽타주 - 서울 1988년 여름,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
류동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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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1988년 여름 말한 것과 말하지 않는 것-이란 부제가 달려있는 이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작가이자 화자인 자신이 1988년 여름의 일을 자서전적 요소를 띤 허구로 만든 것이고 2부는 1부의 자신이 쓴 글을 분석한 재현의 재현이다. 1부는 소설 형식이다. 화자는 그해 24살 서울대학교 대학원 경제학과 석사과정 2학년 학생이다. 그는 흉흉한 시국 속 어느 출판에서 몰래 <자본론>을 번역하여 그 해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단상 형식으로 기록한다. 그리고 그 해 여름으로부터 10년 후 화자인 그는 마르크스 경제학을 가르치는 지방 국립대학 교수가 된다.

   1부의 화자였던 저자는 2부에서 비판가의 위치로 되돌아와 자신이 쓴 이야기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쓰여졌으며, 무엇이 허구인지 스스로 분석한다. 그는 자신의 욕망들이 글 속에서 어떤 식으로 변형되었는지 보여준다. 작가이자 동시에 비평가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구성의 글은 처음이라 매우 신선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작가는 자신이 쓴 글을 이렇게 표현한다. ‘작가와 비평가가 같은 사람이라면 그가 완벽한 무의미함이나 해체를 추구하는 것이 아닌 한, 소설은 비평을 예상할 것이며 반대로 비평은 소설에 맞추어질 것이다. 즉 재현의 재현이 재현 그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작동하는 셈이다.’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것. 기억을 재현하는 것. 일어난 사건을 불완전한 언어를 사용하여 기록하는 것. 자신이 기록한 삶을 다시 분석하는 것. 꽤 재밌는 방법이다. 한번 시도해 보고 싶군. 얇은 책이라 금방 읽힌다.

 

# 사실 내 독일어 실력은 일단 단어들을 사전에서 찾은 다음, 그것들을 적절하게 조합하여 한국말이 되도록 문장을 만들어내는 수준이었다. 비유하자면 낱낱이 흩어져 있는 많은 레고 조각들을 모아서 원래 모습이 무엇이었을지 상상하면서 다시 조립하는 작업과도 같았다. 내가 생각하는 완성품을 만들고 나서도 어떤 때는 레고 조각이 남았고 또 어떤 때는 모자랐다. 남는 조각은 버리고 모자라는 조각은 적당한 상상력으로 채워 넣었다. 원래 우주정거장이었을지도 모르는 레고 세트로 나는 우주선을, 심지어는 로봇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26-27

 

# “언어의 한계가 생각의 한계”라는 비트겐슈타인의 명제가 이를 포착하고 있다. 언어는 궁극적으로 대상에 이름을 붙여 부르는 것이다. 이름이 없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인간의 언어적 본질은 인간이 사물을 명명한다는 것”이라는 발터 벤야민의 명제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90

 

# “네 저는 진실을 말하지 않은채 진실을 말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해요. 결국 문학이란 정확하게 그것이지요. 은밀하게 진실을 말하는 능숙한 거짓말 -시몬드 보부아르 <연애편지> 중 126

 

# 당신은 내가 가고 싶어하지 않는 곳에서 나를 기다리며, 내가 없는 곳에서 나를 사랑한다.-롤랑 바르트 <사랑의 단상>중 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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