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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당신을 사랑해서 미안해요
사랑한다는 것이,
미안해야 한다는 것
처음 알았어요

당신을
힘들게 해서 미안해요
사랑하면
행복할 줄만 알았죠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 하지 말아요

당신을 사랑해서
행복했으면 되는거죠
아프지만, 힘이들지만
곧 익숙해 지겠죠

당신 만나기 전처럼
혼자서 밥먹고,
혼자서 영화보고
혼자 노는 것에
다시 익숙해 지겠죠

사랑은 아프기 위해서
존재하는 거라잖아요
미안해 하지 말아요

지금의 아픔을,
지금의 고통을 잘 견디면
새로운 기쁨이 찾아 올거에요

시린 겨울을 견디면
따뜻한 봄이 오잖아요
기다릴거에요
나에게 봄이 올 때 까지요

사랑하는 당신,
아프게 해서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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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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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4 2022-05-22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림..진중한..

Meta4 2022-05-22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Meta4 2022-05-22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시든지..
 


미아삼거리에서 소나기를 만났다

어디서 비를 피해야 할지 잠시 망설이다

쉘부르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차창 너무 주유소 앞 우산 하나가 몸을 웅크린 채 비를 맞고 있다

한쪽 다리를 저는 청년이 다가가 우산이 되어준다

강물같이 흐르는 시간의 버스를 타고

기억 너머 흑백의 시간으로 거슬러 흐르다 보면

쉘부르는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서 있고

젖은 내 어깨를 감싸며

우산을 받쳐주던,

사랑을 노래하던 쉘부르의 우산은

언제부턴가 슬픈 이별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쉘부르의 우산은

비를 맞으며

어둡고 차가운 시간 속으로 멀어져간다

버스는 정체되어 교차로에 멈춰서고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 한 켠 젖은 추억의 영상을 떠올리듯

차창 밖 내리는 비의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다

신호등이 바뀌면서 차는 다시 속력을 내고

빗길을 달려간다

비 내리는 쉘부르의 통기타 가수는

목소리를 잃은 지 이미 오래이고

늙은 디제이도 세상을 떠나버렸다

팔아야 할 추억의 한 페이지조차 남아 있지 않은

우산장수 마저 골목에서 사라져버린

쉘부르엔 더 이상 비가 내리지 않는다

잃어버린 우산을 어디에서도 찾을 길 없다

내리는 비를 향해 버스가 달리면 달릴수록

쉘부르는 점점 멀어져 가고

한 여자가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홀로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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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산을 오르면서 나는 본다.

가장 높은 것들은 추운 곳에서
얼음처럼 빛나고,
얼어붙은 폭포의 단호한 침묵.
가장 높은 정신은
추운 곳에서 살아 움직이며
허옇게 얼어터진 계곡과 계곡 사이
바위와 바위의 결빙을 노래한다.
간밤의 눈이 다 녹아버린 이른 아침,
산정(山頂)은
얼음을 그대로 뒤집어 쓴 채
빛을 받들고 있다.
만일 내 영혼이 천상(天上)의 누각을 꿈꾸어 왔다면
나는 신이 거주하는 저 천상(天上)의 일각(一角)을 그리워하리.
가장 높은 정신은 가장 추운 곳을 향하는 법
저 아래 흐르는 것은 이제부터 결빙하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침묵하는 것.
움직이는 것들도 이제부터는 멈추는 것이 아니라
침묵의 노래가 되어 침묵의 동렬(同列)에 서는 것.
그러나 한 번 잠든 정신은
깊은 휴식에서 헤어나지 못하리.
하나의 형상 역시
다른 형상을 취하지 못하리.
육신이란 누더기에 지나지 않는 것.
헛된 휴식과 잠 속에서의 방황의 나날들.
나의 영혼이
이 침묵 속에서
손뼉 소리를 크게 내지 못한다면
어느 형상도 다시 꿈꾸지 않으리.
지금은 결빙하는 계절, 밤이 되면
물과 물이 서로 끌어당기며
결빙의 노래를 내 발밑에서 들려 주리.

여름 내내
제 스스로의 힘에 도취하여
계곡을 울리며 폭포를 타고 내려오는
물줄기들은 얼어붙어 있다.
계곡과 계곡 사이 잔뜩 엎드려 있는
얼음 덩어리들은
제 스스로의 힘에 도취해 있다.
결빙의 바람이여,
내 핏줄 속으로
회오리 치라.
나의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나의 전신을
관통하라.
점령하라.
도취하게 하라.
산정의 새들은
마른 나무 꼭대기 위에서
날개를 접은 채 도취의 시간을 꿈꾸고
열매들은 마른 씨앗 몇 개로 남아
껍데기 속에서 도취하고 있다.
여름 내내 빗방울과 입맞추던
뿌리는 얼어붙은 바위 옆에서
흙을 물어뜯으며 제 이빨에 도취하고
바위는 우둔스런 제 무게에 도취하여
스스로 기쁨에 떨고 있다.

보라, 바위는 스스로의 무거운 등짐에
스스로 도취하고 있다.
허나 하늘은 허공에 바쳐진 무수한 가슴.
무수한 가슴들이 소거(消去)된 허공으로,
무수한 손목들이 촛불을 받치면서
빛의 축복이 쌓인 나목(裸木)의 계단을 오르지 않았는가.
정결한 씨앗을 품은 불꽃을
천상의 계단마다 하나씩 바치며
나의 눈은 도취의 시간을 꿈꾸지 않았는가.
나의 시간은 오히려 눈부신 성숙의 무게로 인해
침잠하며 하강하지 않았는가.
밤이여 이제 출동 명령을 내리라.
좀더 가까이 좀더 가까이
나의 핏줄을 나의 뼈를
점령하라, 압도하라,
관통하라.

한때는 눈비의 형상으로 내게 오던 나날의 어둠.
한때는 바람의 형상으로 내게 오던 나날의 어둠.
그리고 다시 한때는 물과 불의 형상으로 오던 나날의 어둠.
그 어둠 속에서 헛된 휴식과 오랜 기다림
지치고 지친 자의 불면의 밤을
내 나날의 인력으로 맞이하지 않았던가.
어둠은 존재의 처소(處所)에 뿌려진 생목(生木)의 향기
나의 영혼은 그 향기 속에 얼마나 적셔두길 갈망해 왔던가.
내 영혼이 내 자신의 축복을 주는 휘황한 백야(白夜)를
내 얼마나 꿈꾸어 왔는가.
육신이란 바람에 굴러가는 헌 누더기에 지나지 않는다.
영혼이 그 위를 지그시 내려누르지 않는다면.



 포스타입 꿈과 잡담 ---> https://frycar01.posty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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