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철장 그물 속의 새처럼 살아야 하는

가여운 내 영혼에 낯선 거리의 사람들이

엿보는 저녁 해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하이얀 전등이 지친 몸으로 잠시 쉬고 있는

거리의 어느 쓸쓸한 귀퉁이에서

꿈속의 여왕, 아내의 미소를 보았다

흐릿한 시야를 사라지는 나비의 꿈..


아~ 꿈속이었을까

세월은 흘러 낙양의 외로운 새가 되어

길 떠난 나그네처럼 살았으니

 

 

새는 자유를 얻어 바람같이 허공을 나를 때

내 영혼의 아내, 꿈속의 여왕은

시들지 않는 꽃으로 내 곁에 맴도니

아~ 나는 늙으나 그대는 아직 청춘이구나.



<몽상의 시학>


언제나 철장 그물 속에 사는 가여운 내영혼이라고 화자는 고백하고 있다. 시적진술에서 볼 수 있듯이 화자는 자신이 어떤 형벌에 갇혀 사는 수인임을 진술하고 있다. 과연 무슨 죄를 지었기에 낙양의 외로운 새가 되어 나그네처럼 떠돌았을까? 아마도 화자는 천하를 훔치려다 발각되어 고향을 떠나 천하를 주유하는 나그네의 신세가 된 것은 아닐까? 


시적 화자로 나오는 나그네는 세상속으로 잠행하다가 하이얀 전등이 지친 몸으로 잠시 쉬고 있는 거리의 어느 쓸쓸한 귀퉁이에서 꿈속의 여왕, 아내의 미소를 본다. 나비가 나를 꿈꾸는지 내가 나비를 꿈꾸는지, 장자의 호접몽에 나오는 신화적 사유가 시적장치로써 돋보인다.


꿈속에서 세월은 흘러 시인은 낙양의 외로운 새가 되어 방랑하는 음유시인이 되었으나 나그네와 함께 동행하는 꿈속의 여왕은 시들지 않는 꽃으로 자신의 주위를 맴돌고 있다고 나그네의 꿈속의 아내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시인은 탄식한다. 세월은 흘러 자신은 늙어 백발이 되었으나 자신의 아내는 시들지 않는 꽃으로 맴돌면서 애틋한 정분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젊은 시절에 만난 아내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 하는 나그네의 꿈은 그래서 더 정감이 가고 어딘지 모르게 슬픈 정조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들판의 곡식이 익을 때면 천하를 떠도는 나그네의 묵직한 발걸음과 고단함이 베어 있는 낙양의 외로운 새는 석양의 하늘아래에서 거리를 떠도는 외로움과 쓸쓸함 속에서 아직도 시들지 않는 꽃으로 맴도는 꿈속의 아내를 잊지 못하는 나그네의 사랑과 애환을 엿볼 수 있는 시적 감동이 돋보이는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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