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질병의 문학도, 담배 한개비에 몽환적 유희를 낳고
사물과 풍경과 침잠하는 사유는 황량한 도로를 질주하는
헤드라이트의 교차로, 사막을 유영하는 건조한 유목의 언어들
이내 쓰디 쓴 커피향과 함께 도로를 질주하며
밤마다 찾아드는 불면의 언어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처절한 사투에서 한 마리 거대한 허무주의만 낚고
세속의 사태를 교살하고 있다
거대한 물고기는 은밀한 배교자, 어둠 속에서 피는 나태의 천일야화,
퇴락을 반복하는 영겁회귀의 데카당스
질병의 문학도가 거처할 곳은 문학을 버리고, 사랑을 버리고,
영혼을 버리고 악마와 교신하는 타락한 천사의 미로, 미지를 순례하는
어둠을 낳은 빛의 그림자, 그림자의 그림자, 생멸하는 의식 속을
무한분열하는 회색의 언어들
커피와 끽연과 일탈과 통정하는 언어의 식민주의, 돌아서면 초라한
침묵만이 고통스럽게 반겨주는 불온한 악마

<몽상의 시학>
호모루덴스는 유희하는 인간이라는 뜻인데 시인은 예술활동을 하는 인간으로서 시인 자신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화자는 '나는 질병의 문학도'라고 자기 고백을 하고 있다. 담배 한개비에 몽환적 유희를 낳는 유희적 인간으로서의 문학에 탐닉하는 시적자아이기도 하다.
쓰디 쓴 커피를 마시면서 시적자아는 황량한 도로를 질주하는 헤드라이트의 교차로를 응시하기도 하고 사막의 건조한 유목의 언어들이 있는 환상을 횡단하기도 한다. 밤마다 불면의 언어들 때문에 밤새 뒤척이기도 하면서 화자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등장하는 거대한 물고기를 낚는 어부가 되어 한마리 거대한 허무주의와 처절한 사투를 경험하고 세속의 사태와 교감하기도 한다.
거대한 물고기는 노인과 바다에서처럼 시인의 사상이기도 하고 사유의 바다속에서 건져 올린 시인의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거대한 물고기는 처절한 사투의 과정에서 상처를 입기도 하고 부패하기도 하고 변형되기도 하면서 이내 피냄새를 맡은 상어들에 의해 거대한 물고기의 신비한 형상은 해변에 이르러 앙상한 뼈만 남아 한마리 거대한 허무주의만 남는다.
하여 시인은 사유의 바다에서 본 거대한 물고기의 형상을 작품으로 건져올리려고 하나 환상을 횡단하고 나면 거대한 물고기는 은밀한 배교자, 어둠 속에서 피는 천일야화, 퇴락을 반복하는 영겁회귀의 데카당스로 언제나 거대한 허무주의로서 자신의 모습을 드런낸다.
그리하여 화자는 언어의 그물속을 빠져나가는 거대한 물고기를 하나의 사유로서 미지를 순례하는 어둠을 낳은 빛의 그림자, 그림자의 그림자, 생멸하는 의식 속을 무한분열하는 회색의 언어들이라고 말한다. 시인은 사유의 바다를 항해하면서 거대한 물고기로 은유되고 있는 신비한 작품을 건져 올리려고 하지만 그러한 지난한 사유의 과정은 커피와 끽연과 일탈과 통정하는 무한분열하는 언어의 식민주의임을, 돌아서면 초라한 침묵만이 고통스럽게 반겨주는 불온한 악마와 같은 것이라고 자신의 허무주의를 고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