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두 위에서 그녀가 사막을 걷고 있다
징과 장구 소리에 놀란 원혼을 달래기 위해
한바탕 진혼 굿을 벌여야
산 자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몸 짓,
더 이상 이 곳은 머무를 곳이 못된다는
절정을 노래해야 무녀의 위엄을 자랑할 수 있는
칼 위를 걷는 여자,
굿판을 벌인 핏줄들에게서 부지런히
노잣돈이 나오지 않으면
그녀는 물 한방울 나지 않는 사막을 걷는다
집에 두고 온 아이를 생각하면 눈물이 쏟아진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눈물이 쏟아진다
원혼의 슬픈 눈물 앞에 구겨진 지폐는 쌓이기 시작하고
슬픔의 절정,
그녀는 물 위를 걷고 있다

<몽상의 시학>
작두 위에서 사막을 걷는 여자가 있다. 시퍼런 칼날 위를 걷는 무녀는 징과 장구 소리에 놀란 원혼을 달래기 위해 물 한방울 나지 않는 사막을 걷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한바탕 진혼 굿을 벌여야 산 자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몸 짓이라고 말한다.
무녀는 원혼들에게 더 이상 이 곳은 머무를 곳이 못된다는 절정을 노래해야 무녀의 위엄을 자랑할 수 있기에, 물 한방울 나지 않는 시퍼런 칼날 위를 걷고 있는 것이다.
굿판을 벌인 핏줄들에게 부지런히 노잣돈이 나오지 않으면 그녀는 물 한방울 나지 않는 사막을 걷는다고 시적 자아는 발설하고 있다. 가냘픈 몸매를 가진 무녀가 시퍼런 칼날을 걷고 사막을 걷는 것은 아마도 집에 두고 온 아이 때문은 아닐까라고 시적 진술은 고백하고 있다.
시적 자아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칼위를 걷는 굿판을 벌이고 있는 무녀의 행위를 지극한 모성으로 형상화하고 슬픔의 의미를 증폭시키고 있다. 아이를 생각하는 지극한 모성의 눈물이 원혼의 눈물로 전이되고 원혼의 핏줄들은 가장 슬픈 원혼의 눈물에 사로잡혀 원혼의 눈물 앞에서 구겨진 지폐로 저승길 노잣돈으로 원혼을 달래는 것이다.
원혼의 슬픔을 달래는 눈물이 슬픔의 절정에 이르면 구겨진 지폐는 쌓이고 무녀는 산자의 고통과 원혼의 슬픔을 치유하는 물 위를 걷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시적진술은 산 자의 고통이라는 사막의 현실을 반전시키면서 가장 슬픈 눈물로 진혼 굿은 시작되고 무녀의 위엄은 칼 위를 걷는 원혼의 슬픔이 되고, 원혼의 핏줄들의 슬픔으로 의미가 확장되는 우리는 물 위를 걷는 여자의 슬픔에 압도당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