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상은 나를 버리고 나는 세상을 버렸다
우리가 만난 곳은 불신이 창궐하는 세속적 정원이었다
2.
그윽한 물살이여~ 네게 이르노니 물신의 그림자로 슬픈 정원을
만들지 말며..
3.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4.
바다를 보았나요
아뇨, 바다는 죽었습니다
바다가 살해되었나요
바다만 알 뿐입니다
한 사람이 바다로 간다
신발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저혼자 물속을 걷고 있다
5.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그 무엇도 아닌~
6.
그녀의 꿈이 나의 꿈이 되었을 때
우리들의 식탁, 우리들의 정원은
하나가 되었다

<몽상의 시학>
사랑, 꿈, 식탁과 정원은 그녀의 꿈이자 나의 꿈이다. 세상은 나를 버리고 나는 세상을 버렸다는 시적 진술에서 버림과 버려짐의 권력 관계가 대칭적임을 암시하고 있다. 니체는 누군가에게 버림을 당했을 때 세상을 원망하고 저주하는 것을 노예의 도덕이라고 하였다. 버려짐에 대한 부정적인 힘을 극복하지 못하고 반응적으로 세상을 원망하고 저주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니체는 주인의 도덕은 무엇에 반응하여 자신의 힘에의 의지를 상실하고 세상을 원망하고 저주하면서 살아가는 노예적 삶을 극복하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긍정하는 것을 주인의 도덕이라고 한다.
하여 세상이 나를 버렸으니 나도 세상을 버리는 대칭적인 권력 관계를 통해서 버려짐에 대한 억울함, 세상에 대한 원망과 저주의 부정적인 힘에 사로잡힐 것이 아니라 나 또한 세상을 버리면서 세상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것이 주인 도덕의 담지자로서 니체가 말하는 자신을 극복하려는 힘에의 의지를 긍정하라고 한다.
내가 가치 없는 세상이라면 세상 또한 나에게도 가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가치 없는 것에 노예적으로 메달려 부정적인 파토스에 휩싸여 세상을 원망하고 저주하면서 살아갈 필요는 없는 것이다.
물신의 그림자가 드리운 바다는 말과 사물의 권력 관계만 있는 에로스적 생명충동이 존재하지 않는 죽음충동이 지배적인 오염된 바다이다.
하여 한 사람이 바다로 간다.
바다가 살해되었는지는 말할 수 없는 것들이라고 시적 자아는 진술을 하고 있다. 거기에서 그윽한 물살로 은유되는 한 여자를 만난다. 그 무엇도 아닌 한 남자가 한 여자를 꿈꾼다. 그녀의 꿈이 나의 꿈이 되었을 때 비로소 바다는 생명을 얻고 식탁이 되고 정원이 된다. 온갖 진귀한 것들을 바다는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나의 꿈이 그녀의 꿈이 된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생명충동을 느끼면서 하나의 식탁, 하나의 정원이 된 바다에서 그녀와 나는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같은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