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2
한수산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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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군함도 1,2권을 모두 읽고 난 후의 나의 소감은 한 마디로 '부끄럽다'이다. 지금껏 나는 하시마섬 군함도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알고 있기나 했었는지.. 차마 부끄러워서 다 말을 할 수가 없다.

이 소설은 수면 위로 보이는 '얼음덩어리'일 뿐입니다. 이 소설이 독자 여러분에게 저 어두운 바닷속 그 수면 아래 잠겨 있는 죄악과 진실의 거대한 얼음덩어리를 마주하는 '순간'이 되어준다면 "군함도"의 작가로서 저는 제 몫을 다하는 것이라 믿습니다.

(한수산 작가의 말에서..)


예능 프로 무한도전에서 기획으로 다룰 때까지만 해도 '음.. 김태호 피디가 또 괜찮은 일을 하군' 정도였으며. 올 봄에 영화 '군함도'가 제작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아.. 소지섭, 송중기. 꼭 보러 가야지'하며 영화와 영화 배우에 대한 설렘만을 피력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 도서관에 들렀다가 '군함도' 세 글자의 제목을 발견한 후. 그래 영화한다고 했지. 무슨 얘기일까. 그 원작을 한 번 봐야겠다. 영화를 재밌게 보기 위해서. 정말 그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 책을 꺼내 들었다. 아..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이건 부끄러움이다, 이건 아픔이다, 이건 슬픔이다, 이건 통곡이다, 이건 분노다, 라고 말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일제강점기 하에서 우리 민족이 당한 핍박과 아픔과 설움을 문장으로 읽어낸다는 것, 그 문장의 사이사이에 담긴 작가의 의도를 문자로 해독한다는 것은. 칼로 베인 살끝에 소금을 뿌린 것처럼 아팠다. 그 아픔과 살끝에 저며오는 고통이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이건 그냥 소설로(물론 사실적인 자료와 해석을 바탕으로 서술이 되었기에 거의 르포/다큐에 가까운 내용이지만) 머물러서는 안 될 것 같다. 더더욱 2시간짜리 영화로 끝낼 일이 아닌 것 같다. 춘천 어디선가 올린 '까마귀' 연극으로만 될 일도 아닐 것 같다. 최소한 30부작 이상의 드라마로도 만들어질 뿐만 아니라. 독도 교육에 버금가는 '일제 강점기 하의 강제 징용, 강제 징병, 강제 위안부' 등에 대한 홍보물을 제작하여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내 주변인들에게 이 책 '군함도'를 꼭 읽으라고 권하고 있다. 나처럼 우리의 역사를 무슨 '수박 겉 핥기' 식으로 공부한, 얄팍한 지식인들에게 더욱 경종을 울리는 소설. 이런 소설을 꼭 읽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27년 대장정에 가까운 깊은 노고에 감탄하고. 소설 속 인물들의 서사에 눈물이 솟고.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일본의 책임과 사죄에 대해 분노한다.

그리고 내 짧은 필력으로는 도저히 이 책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 배경, 자료, 작가의 의도, 원폭 피해 등을 다 설명할 수가 없어서. '작가의 말'을 고스란히 그대로 여기에 옮겨 적어 보고자 한다.

 

나가사끼 조선인 징용공 피폭자를 결코 역사와 망각 속으로 흘려보낼 수 없다는 기저 위에 나는 그분들을 만나 강제 노역에 처해졌던 해저탄광 현장을 함께 걸으며 '여기서 살았다' '저기서 울었다' '이 해안 절벽에서 자살을 결심했었다'는 증언을 토대로 역사를 복원하고 문학으로 기억한다는 작가적 의무 속에서 27년을 보냈습니다.
이 소설의 출발은 토오꾜오의 한 고서점에서 "원폭과 조선인"이라는 작은 책 하나를 만난 1989년으로 거슬러올라갑니다. 강제징용과 피폭이 뒤얽힌 이 역사를 모르고 있었다는 자책과 함께 취재를 시작한 나는 1990년 여름 나가사끼를 거쳐 히로시마로 올라가며 다양한 원폭 피해자를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 한수산 작가의 말 (군함도 2권에 마지막에 실린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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