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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날들을 위한 철학 - 철학자가 들려주는 행복한 개인으로 사는 법
스벤 브링크만 지음, 강경이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스탠드펌(stand firm)
행복지수 세계 1위 덴마크에서 철학 열풍을 일으키며 10만 부 가까이 판매된 베스트셀러의 개정판이다. '불안한 날들을 위한 철학' 그리고 '철학자가 들려주는 행복한 개인으로 사는 법'이라고 부제가 붙었는데, 읽고 난 느낌은 원제 그대로 『스탠드펌(stand firm)』가 더 적합한 것 같다.
저자는 조금 불완전하더라도 있는 모습 그대로 존엄하게 살아가는 법, 자기 자리에서 단단히 서서 뿌리내리는 삶에 대해 말하면서 스토아 철학과 비판적 사고의 유용성을 피력한다. 스토아철학의 실용적인 면을 독자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심리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을 예를 들어 설명한다.
소제목을 나열하면,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라, 삶은 흠투성이라는 걸 받아들여라, 때로는 과감히 '아니요'라고 말하라, 감정의 노예가 되지 말아라, 멘토를 좇는 대신 우정을 쌓아라, 소설을 읽어라, 당신이 뿌리내릴 곳을 찾아라'이다.
가속화 문화 속의 삶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간다. 가만히 있으면 나만 도태될 것 같대. 불안감으로 인해 시선이 바깥으로 쏠려있는 사람들은 더 많이, 더 잘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부담을 느낀다. 자기 개발서가 잘 팔리는 이유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간다.
가속화 문화는 끝없는 혁신과 창조성, 자기계발을 요구한다. 자기계발서는 열심히 뛰라고 구호를 외치고, 심리학, 주류문화는 자아를 찾으라고 강조한다. 스스로 경영하고, 책임지고,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라고 강조하기 때문에 불안과 스트레스가 전염병처럼 번졌고, 사람 사이의 신뢰와 연대가 무너졌다.
우리 주변에는 개발, 변화, 혁신, 학습 같은 가속화 문화를 끌고 가는 온갖 역동적 개념에 에워싸여 있다. 저자는 휩쓸리지 않고 굳건히 서있기 위해 '발 디딜 곳'을 찾으라고 주장한다. 자기탐색을 통한 자기계발이나 자아실현은 가속화 문화를 키워 온갖 문제를 만들어내는 근본 원인이기 때문이다.
한곳에 단단히 서있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 가속화 문화에서 잘 적응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도 이유 없는 불안을 겪고 결국 존엄을 읽고, 삶의 중요한 면을 놓치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실용적 스토아 철학
'스토아학파'는 주랑(여러 개의 기둥만 나란히 서있고 벽이 없는 복도를 가리키는 말)을 뜻하는 그리스어 '스토이코스(stoikos)에서 나온 말이다. 원래 스토아 철학은 고대 그리스에서 서로 경쟁하던 많은 철학 학파 중 하나였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만들어낸 기본적인 철학 체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탐구하여, 두 창시자가 주장했던 많은 생각을 더 정교하게 발전시켰다. 첫 번째 스토아 철학자 제논은 윤리를 비롯해 실용적인 인생철학을 논리학과 자연과학 같은 더 이론적이고 과학적인 학문과 연결했다.
스토아 철학자들에게 좋은 삶은 덕 있는 탁월한 삶, 윤리적인 삶을 사는 것이었다. 그런 삶을 살 때, 사람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잘 살 수 있고, 인간다운 삶을 살게 된다고 여겼다. 스토아 철학자의 이상과 목표는 지금 시대에도 균형 있는 삶을 사는데 유용하다는 생각이 든다.
로마의 스토아 철학을 참고한 책이며, 스토아 철학의 실용성과 실천에 대해 말하고 다룬다. 로마의 세네카, 에픽테토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그리고 키케로까지 등장시켜, 생활에서 스토아 철학을 선택적으로 사용하라고 설득한다.
스토아 철학의 이상은 자기 절제이며, 스토아 철학자는 이성을 중요시 여기며, 목표는 화를 내지 않고도 부정적인 면을 바라보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저자는 스토아 철학이 '나'를 발견하는 삶이 아니라 '나'와 화해하는 삶을 강조하는 특성이 있다고 말한다.
생활 스토아 철학
- '당신이 가진 것을 잃었을 때, 마지막까지 남는 건 무엇인가?'를 고민하라
-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즐겨라
- 자기 절제를 배우고 가끔은 감정을 억제해라
- 매일 자신의 유한한 삶을 생각하며, 지금의 삶을 고맙게 여겨라
현대인을 괴롭히는 불안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정신적 백신이 필요하다. 나의 처방전은 철학이다. 특히 가속화 문화에서 불안 없이 생존하는 법, 단단히 서 있는 법을 배우기 위해선 스토아 철학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이 고대 철학이 강조하는 자기통제, 마음의 평화를 얻는 법, 존엄과 의무, 삶의 유한한 본성에 대한 성찰 같은 가르침은 우리에게 평안과 지혜를 준다. 스토아 철학의 덕목들은 끝없는 변화와 발전을 얄팍하게 강조하기보다는 우리가 일상적 삶에서 더 깊은 충만감을 느끼도록 한다.
프롤로그, P. 22~23
자기 계발서 양식을 흉내 낸 ' 7단계 안내서'
1.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라
2. 삶이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라
3. 때로는 과감히 '아니오'라고 말하라
4. 감정의 노예가 되지 말라
5. 멘토를 좇는 대신 우정을 쌓아라
6. 소설을 읽어라
7. 당신이 뿌리내릴 곳을 찾아라
'나는 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나는 안다'라는 표현은 맹목적이다. 본질적으로 확실성은 독선적이다. 반면에 의심에는 중요한 윤리적 가치가 있고, 열린 생각을 낳는다. TOC(제약이론) 기본 이념에도 '안다고 말하지 않는다'가 있다. 열린 생각을 가져야 세상을 달리 이해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고 문제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답을 알 수 없고, 때로는 문제가 뭔지도 알 수 없는 사회에서 ‘의심’은 우리가 딛고 설 만한 토대다. 우리는 의심을 딛고서도 단단히 서 있을 수 있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무지의 지’를 강조하면서, 의심하는 태도야말로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단단한 뿌리가 되는 자세로 여겼다.
또한 철학자 리처드 로티는 이런 의심하는 삶의 방식을 실존적 이상으로 제안했다. 그는 이것을 일종의 실존적 아이러니로 설명한다. 그러니까 우리의 세계관이 유일한 것이 아니라 많은 세계관 가운데 하나일 뿐임을 인정하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다른 세계관을 찾아 돌아다니라는 말이 아니다. 자신의 세계관을 토대로 단단히 서되, 다른 사람들은 다른 세계관을 가질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이상적이다. 이런 태도를 ‘관용’이라 부른다. 3장 때로는 과감히 ‘아니요’라고 말하라, P. 99~100
일관된 정체성으로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자기 삶에서 정말 중요한 일에만 매달리는 삶이 건강한 삶이다. 다른 사람과 공동체를 위해 좋은 일을 하면 결국은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 된다. 이는 다시 말하면 윤리적으로 옳은 일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많은 사람이 이런 삶을 살면 세상은 좀 더 살기 좋은 곳이 된다.
출판사의 책소개는 이 책이 품고 있는 저자의 의도를 전달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처음부터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은 책으로, 술술 읽히는 책이다. 자기계발, 심리, 코칭, 멘토 등의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 읽으면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비판적사고 훈련에도 유용하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