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1859년 초판에는 '적자생존'이라는 말이 등장하지 않는다. '적자'라는 말도 없다. 몇 년 후, 허버트 스펜서는 <동물의 다산성에 관한 일반 법칙으로부터 추구된 인구론> 제하의 논문에서 경제학 이론과 진화 이론을 연결하면서 처음으로 '적자생존'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그리고 진화론을 같이 발견한 엘프리드 윌리스가 찰스 다윈에게 자연선택을 대신할 말로 '전자생존'을 제안했다.
스펜서는 다윈이 「종의 기원」을 펴내기 이전부터 라마르크식 이론에 열중하고 있었다. 다윈은 스펜서에 대해서 '끔찍한 이론적 쓰레기'라고 평할 정도였지만, '적자생존'이라는 용어에 큰 관심을 보였다. 「종의 기원」 제5판에 그 용어를 도입했다.
다윈이 말하는 '적자'란 당장의 '국소적 환경에 대한 적응 능력'이다. 그러나 신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우월한' 자가 더 잘 생존하며, 심지어 더 잘 생존해야 마땅하다는 오해를 낳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표현을 좋아했다.
자기가축화
'가축화'란 인간의 목적에 맞도록 야생 식물이나 야생 동물을 길들이는 것이다. 개나 고양이 같은 소형 포유류, 닭이나 오리 같은 조류, 벼나 밀 등의 식물, 심지어 버섯 등의 균류 등 셀 수 없는 많은 종이 인간에 의해 가축화되었다.
포유류의 상당수는 가축화가 어려운 종이다. 우리에 가두면 싸우고, 좀처럼 새끼도 낳지 않는다. 느리게 자라고 일찍 죽는다. 지금까지 겨우 14종의 대형 포유류(양, 염소, 소, 돼지, 말, 단봉낙타, 라마와 알파카, 당나귀, 순록, 물소, 야크, 발리 소, 인도 소)를 가축화할 수 있었다.
인간은 자기가축화 가설에 의하면 스스로 가축화가 되었다. 이 가설은 첫째, 감정반응이 격하지 않고, 관용이 높을수록 자연선택에 유리해졌고, 이것이 협력적 의사소통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능력과 연관된다. 둘째, 우리의 외형과 생리 작용, 인지능력의 변화가 다른 동물들에게서 나타나는 가축화징후와 유사하다는 근거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사람 자기가축화 가설은 자연선택이 다정하게 행동하는 개체들에게 우호적으로 작용하여 우리가 유연하게 협력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켰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친화력이 높아질수록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이 강화되는 발달 패턴을 보이고, 관련 호르몬 수치가 높은 개인들이 세대를 거듭하면서 더욱 성공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본다.
친화력은 자기가축화를 통해 진화
사람 종은 약 600만 년에서 900만 년 전 보노보와 침팬지와 같은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이래 호모 속 안에서 다른 수십여 종을 만들어냈다. 다른 사람 종이 멸종하는 와중에 오모 사피엔스를 번성하게 한 것은 초강력 인지능력이었는데, 바로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인 친화력이다.
친화력은 자기가축화(self-domestication)를 통해서 진화했다. 수 세대에 걸친 가축화는, 기존의 통념과는 달리, 지능을 쇠퇴시키지 않으면서 친화력을 향상시킨다. 저자가 연구에서 발견한 것은 조건이 일정하다면 자기가축화가 타인과 협력하고 소통하는 능력도 향상시킨다는 점이다.
사람의 자기가축화설이 옳다면, 우리 종이 번성한 것은 친화적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애착과 접촉, 호기심과 놀이, 공감과 협력 등의 여러 정식적 형질은 그 자체로 인간성의 본질이라고 할 만하다. 가장 높은 수준의 가축화를 이룬 종이지만, 동시에 가장 끔찍한 종이 되었다.
자기가축화의 부작용
인간의 3분의 1은 암으로 죽는다. 야생 동물은 암을 거의 앓지 않지만, 가축과 인간만 자주 암을 앓는다. 인간은 개와 마찬가지로 치매를 앓으며, 우울장애, 불안장애, 강박장애 등의 정신장애도 인간과 가축에서 흔히 발견된다.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성인 4명 중 1명이 정신장애를 앓는다.
외집단 혐오와 차별, 살인이나 전쟁도 그렇다. 신석기시대 초기, 어떤 지역에서는 성인의 약 절반이 다른 인간의 손에 죽었다. 지금도 인간의 주적은 인간이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약 10명이 늑대에 물려 죽는데, 살인 사건은 매년 40만 건에 달한다. 전쟁 사망자를 뺀 수치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라고 말할 수 있으나, 덕분에 많이 죽기도 했다.
마음이론
손짓은 심리학에서 '마음이론(Theory of Mind)'라고 부르는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시작되는 관문이다. 인간에게는 '마음이론' 능력이 있어서 지구에서 가정 정교한 방식으로 타인과 협력하며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우리가 겪는 거의 모든 문제에서 마음이론이 중대하게 작용한다.
때로는 마음이론, 즉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은 고통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모든 감정은 우리가 세상을 보는 렌즈를 통해서 더 크게 자라난다. 감정은 우리의 가슴에, 육감에, 손끝에 있디고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우리의 생각에 있으며, 대개는 타인의 생각에 대한 나의 추론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사회연결망은 기술발전의 필수 요소이며, 사회적으로 연결될수록 더 나은 기술을 갖게 된다. 인구밀도가 높은 집단은 기술을 더 발전시키며 순환 고리를 만든다. 그러나 희소자원을 때문에 폭력과 전쟁이 일어나기도 하고 환경이 파괴되기도 한다.
벤듀라의 비인간화 실험
캐나다 출신의 발달심리학자 앨버트 밴듀라(Albert Bandura)가 비인간화 실험을 다룬 선구적인 논문을 발표했다. 밀그램의 권위에 대한 복종실험(약 20배 이상 인용)에 비해 별로 알려지지 않는 실험이다.
밴듀라는 평범한 사람이 잔인한 행동을 했을 때, 그 행동이 누군가의 명령에 복종한 것이 아니라, 그 잔인한 결정의 책임을 여러 사람과 나누었기 때문은 아닌지를 알고자 했다. 밴듀라는 어떤 결정에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기여한다면, 그 잔인함이 한 개인이 책임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잔인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감독관 일부에게는 충격의 강도를 결정하는 책임이 오로지 그들의 것이라고 말하고, 다른 일부에게는 그 결정의 책임을 다른 감독관과 균등하게 나눈다고 말했을 때, 책임을 나눈다고 생각한 감독관들이 더 강한 충격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때 피험자를이 모르는 조작이 있었는데, 학생들을 살짝 비인간화하자 책임을 분산할 때보다 더 큰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벤듀라의 예측과 달랐던 것으로, 비인간적인 취급을 받은 사람에게 해를 가했을 때는 징벌을 가한 사람 스스로 자신을 면책할 수 있었을 뿐만 아리나, 징벌을 받은 사람이 고통에 덜 민감하기 때문에 전기 충격을 더 강화해야 조금이라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믿었다.
벤듀라는 비인간화가 인간의 잔인성을 설명해 주는 중심 요소라고 결론 내렸다. 암묵적 형태로 이루어지는 '신종 편견'에 대한 이해를 돕는 실험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인간이 '타자를 비인간화하는 이유'이고, 상호 적대감은 짧은 시간에 인류를 멸망으로 이끌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