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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공부 - 완벽하지 않은 스무 살을 위한
후지하라 가즈히로 지음, 임해성 옮김 / 21세기북스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우리 사회가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달려갈 때 세상에는 누구나가 인정하는 ‘정답’이 있었다. 진학, 취업, 결혼, 자동차나 집 구입이라는 인생의 절차가 있었다. 좋은 대학을 나오면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공무원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연공서열에 따라 급여가 오르고 일만 열심히 하면 출세가 가능하다는 것. 이것이 모든 사람이 꿈꾸는 행복하고 이상적인 삶의 모습이었다. 또 ‘더 많이’ ‘더 싸게’ ‘더 균일하게’라는 사회가 정해준 정답이 있고, 그 목표를 향해 정진하면 밝은 미래가 약속되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1초라도 빨리 정답에 도달하는 ‘정보처리능력’이었다. 정보처리능력을 기르는 데 가장 유효한 수단은 ‘읽고 쓰고 외우는 공부’였다. ‘공부만 잘하면 어떻게든 잘된다’ ‘부모님이나 선생님 또는 나라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뭐가 되도 된다’라는 어떤 의미에서는 꽤 편하고 공평한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런 성장사회는 어느 단계에서 멈춰버렸다. (...) 이제 물건은 더 이상 욕구 충족의 대상이 되지 못할 것이다. 기술이 더욱 발달해서 텔레비전이 1센티미터로 얇아진다고 해도, 일반 자동차가 시속 400킬로미터를 달리게 된다 해도 그것은 우리가 찾는 ‘행복’과는 상관없게 될 것이다. 더 이상 물건으로는 채울 수 없게 된 행복을 우리는 ‘마음의 풍요로움’에서 찾게 될 것이다.
이 새로운 시대의 양상을 나는 ‘성숙사회’라고 부른다. 물건의 풍요를 추구하는 것이 성장사회라면, 그에 비해 마음의 풍요를 추구하는 것이 성숙사회다. 34-37p
성숙사회에는 그 ‘정답’이 없다. 퍼즐과 같은 정답이 없는 그 속에서 과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성숙사회는 레고 블록을 조립하는 것과 같은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레고 블록으로 개를 만든다고 했을 때 가지고 있는 블록을 어떻게 조합하여 어떤 모양의 개를 만들 것인가? 또는 크기는 어느 정도로 하고 견종은 무엇으로 할 것인가? (...) 백 명의 사람이 만든다면 백 가지 종류의 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레고 블록을 조립하는 것과 같은 능력을 ‘정보편집능력’이라고 부른다. 주어진 블록(정보)을 조합하여 새로운 답안을 만들어내는 능력. 누군가가 만든 정답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손을 쓰고, 다리를 쓰고, 머리를 써서 자신만의 답을 ‘편집’해가는 능력. 자신이 가진 모든 기술, 지식, 경험을 조합하고 연결하여 ‘편집’하는 능력. 이것은 정답을 찾아내기만 하면 되는 ‘정보 처리능력’과는 완전히 다른 능력이다.
여 기서 커다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세상에 정답이 존재하던 시대에는 그 정답을 가르쳐주는 ‘선생’이 있었다. 학교 선생은 물론, 가정에서는 부모나 친척 어른들, 나아가 사회의 상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들이 선생의 역할을 해왔다.
원래 선생이란 한자는 ‘먼저 태어난 사람’이라는 뜻이다. 먼저 태어난 사람은 이미 세상의 ‘정답’을 알고 있다고 여겼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나 사회의 상사들은 ‘선생’으로서 많은 ‘정답’을 가르쳐줄 수 있었다. 여기서의 정답은 ‘상식’이라고 바꾸어 말해도 좋을 것이다. (....)
그러면 정답을 잃어버린 성숙사회에서는 어떨까? (...) 세상에 정답이 없다는 것은 그 정답을 가르쳐주는 선생이 없다는 말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국어나 수학, 영어 등 특정 과목을 가르쳐주는 선생은 언제나 존재한다. (...) 하지만 지식 레벨의 정답을 넘어선 삶의 방식이나 일하는 방식의 정답을 가르쳐주는 선생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42-43p
앞서 말했듯이 나는 ‘선생’이 아니라 한 사람의 ‘선배’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 이 한마디에 성숙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중요한 키워드가 숨겨져 있다. (...) 사선의 ‘선배’는 문제의 정답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힌트’를 알려줄 뿐이다. 스스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부모나 학교의 선생들과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빛을 비춰 새로운 관점이나 사고방식의 존재를 보여준다.
여러분 정도의 나이가 되면 아무래도 학교나 사회의 부정적인 모습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관점으로 바라보며 반발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것은 여러분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위한 과정 또는 나를 가르치는 사람들을 넘어서려는 과정으로 누구나 반드시 겪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반발할 필요가 없는 사선의 관계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나도 여러분과는 사선의 관계에 있는 선배라고 할 수 있다. 45-47p
올해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 반강제적으로 3달 만에 읽은 책 100권을 넘어버렸다. 물론 만화책 제외. - 상당히 정신적으로 지쳐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펼치기 전까지는 괜히 서평단을 신청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올해 30살 되었는데 20살을 위한 진짜 세상 공부를 읽어서 뭐하냐는 느낌으로. 그런데 막상 몇 장도 읽기 전에 그 생각이 바뀌었다. 나의 머리를 신나게 자극시켜줄 책이었다.
사람들이 상식이라고 여기는 것에도 ‘정말 그럴까?’라는 의문을 가져보자. 또는 자신이 도출한 생각에 대해서도 ‘이대로 좋은가?’라는 의문의 눈길을 던져보자. 나아가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제삼자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보고, 이성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보고, 어른이나 노인의 입장, 아이들의 입장, 외국인의 입장 등 다양한 입장에서도 생각해보라.
이것을 ‘크리티컬 씽킹 Critical thinking’ 이라고 한다. 직역하면 비판적 사고지만, 영어의 ‘Critical'’는 ‘본질적인’이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나는 ‘복안사고’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복안사고라는 것은 결국 ‘다양한 관점에서 사상을 보고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 말하는 것을 받아들여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선거에 관련된 기사 하나라도 여러 신문을 비교해서 읽어보라. 저마다 보도의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물며 인터넷에 있는 정보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고 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속마음과 표현을 달리하는 사람들도 많다.
세상에 흘러다니는 정보를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일단 멈춰 서서 ‘정말로 그럴까?’라고 의심해본다. 다른 각도로도 빛을 비춰보며 다각적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여러분은 많은 생각의 자료를 갖게 된다. 65-66p
‘믿는다는 것’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당신을 믿습니다’ ‘운명적인 만남을 믿습니다’라는 식의 기술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믿는다’는 것은 하나의 결단이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검토한 결과,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은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니까 믿는다. 속임을 당하거나 부정되거나 하는 일이 있더라도 믿는다는 것은 결코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인 결단이다.
한편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결단이 아니다. 상대방의 말이나 텔레비전, 신문이 전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자신의 머리로 음미하는 일 없이 눈이나 귀로 들어온 정보를 체크하지 않고 정답이라고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 무엇이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지금까지 반복해서 설명한 크리티컬 씽킹이라는 단어를 직역하면 ‘비판적 사고’다. 이것은 ‘무엇이든 의심해본다’는 의미가 아니라 ‘무엇이든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의미다. 세상에 넘쳐나는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일단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라는 말이다. 또는 자신이 내 놓은 ‘답’이 정말로 옳은 것인가를 다시 한 번 객관적으로, 그리고 논리적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확인 작업을 ‘검증’이라고 한다. 121-123p
얼마 전 읽었던 [세계 1% 의 철학수업]과 살짝 비슷하게 정답이 없는 문제를 고민하고 생각하는 길이 이 책에 가득하다. 이전 책이 철학 ‘수업’이기에 다양한 질문과 생각거리를 던져 주었다면 이 ‘공부’ 책은 조금더 족집게 수업을 해준다. 정답이 없는 문제에 대해서 어떤식으로 접근을 하고 어떤 식으로 나만의 답 -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납, 득, 해’를 끌어낼 것인지 여러 가지 힌트를 준다.
시뮬레이션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로지컬씽킹 능력, 롤플레잉 능력, 프레젠테이션 능력. 굳이 번역을 하지 않고 영어를 그대로 썼는지는 크리티컬 씽킹을 비판적 사고로 바꾸면 담고 있는 의미가 살짝 변질되기 때문. 이런 능력의 본질이 무엇이고, 그 능력이 삶과 사회생활에 어떤 임팩트를 가져오는지, 또 어떤 식으로 나의 것으로 만들지를 이 책은 한 교시 한 교시 마다 짚어나간다.
나의 크리티컬 씽킹을 가장 자극해 준 것은 역시 만화책이다. [다닥유현의 책 읽기. 그리고 리뷰/ 서평 쓰는 법]에도 적었듯이 현재 나의 독서 습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이 만화책 속독이었고, 그렇게 만화책을 거의 20년 정도 함께했더니 그 안의 지혜가 나에게로 왔다. 그 중에 하나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기. 여러 가지 만화에서 그런 부분을 배웠지만 여러 차례 포스팅도 했었던 만화 [쿠니미츠의 정치]가 상당히 큰 작용을 했다. 만화책 안에 내용 상의 오류는 상당히 있었지만 나의 크리티컬 씽킹 능력은 엄청나게 길러졌다. [신문 기사의 제목만 읽으면 안 되는 이유], [그럴 듯한 이야기에 넘어가지 말자] 등등 그럴 듯한 겉면이 아니라 심부까지 파악하기 위해서 노력해야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물론 부모님은 그렇게 내가 미친듯이 탐독하는 만화책을 질색하셨지만.
이 책에는 위의 다양한 사고 능력을 자극시켜볼만한 예시들이 잔뜩 나오는데 그중에 제일 인상적이었던 것. ‘아이 방이 왜 필요한가’
대부분 ‘아이 방은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그 이유를 생각해보자.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해서는 개인 방이 필요하다.’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공부방이 필요하다.’
바로 떠오르는 것은 이 두 가지가 아닌가 싶다. 여기에 크리티컬씽킹의 눈을 적용해보자.
우선 프라이버시의 문제를 생각해 보자. (...) 이 이유라면 가족 전원이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말이 된다. 아버지 방, 어머니 방, 형과 누나의 방, 남동생이나 여동생의 방, 할아버지 방, 할머니 방이 필요하게 된다. 그런데 일반 가정에서 가족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방을 가지고 있는 집은 거의 없다. (...)
‘공부방을 만들어주면 공부한다’라는 것이 타당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의문의 많은 논제이기도 하다. 실제로 몇 년 전에는 ‘도교 대학생의 절반이 자기 방이 없이 거실이나 부엌에서 공부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데이터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아이 방이 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공부를 한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늦게까지 게임에 몰두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디에 살든 어떻게 살든 거기에서의 생활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144-147p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작가에게 상당히 설득을 당했다. 일단 지금 언니가 결혼을 해서 3인 가족이 되었는데 그 중에 내 방이 있는 것은 나밖에 없다. 게다가 나는 이사 전까지는 방 2개. 그런데다가 가족 서재도 내맘대로 쓰고 있다. 왜 너만 방이 있냐고 하면 할 말이 없다. 게다가 나도 방에서 공부를 못하는 스타일이어서 더 할 말이 없다. 거실이나 식탁이나 카페나 가끔은 소파에 누워서도 공부했다. 책상에 앉아서 공부한 시간보다 소파에 누워서 한 시간이 많을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배운대로 왜 아이 방이 필요한지 작가를 설득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가지 근거를 끌어오고 혼자서 설득하는 상상도 해보고. 그렇게 이런 저런 생각 연습을 하면서 작가가 이 책을 통해서 끌어내고 싶은 게 이런 생각들이었구나 느꼈고. 내가 생각해본 아이 방이 필요한 이유 중에 하나만 적어보면 ‘부부가 둘이서 한 방 쓰고 싶으니까’. 8살, 10살이 넘은 아이와 함께 부부가 한 방에 산다고 하면 부부 둘이 할 이야기도 나누기 힘들고, 둘만의 시간도 없을 거니까. 제법 납득할만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우리의 사고를 깨워주는 데 그 중에서 프레젠테이션 능력에 관한 부분.
이것을 비즈니스에서 ‘프레젠테이션 능력’이라고 한다. 면접에서 보이는 자기 PR이나 세일즈맨의 영업멘트, 정치가의 선거연설도 모두 프레젠테이션이다. 자신의 ‘가설 = 납,득,해’를 소개하여 공감을 얻고 신뢰하도록 함으로써 신임을 얻는 행위다.
예전에 어느 만화가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만화 1편은 독자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이라고 한다. 앞으로 새로 시작하는 연재는 어떤 무대에서 어떤 주인공이 어떤 적들과 만나 어떤 위기를 겪게 될것인가라는 것을 꼼꼼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 놀라운 전개를 준비해서 ‘어떻습니까, 여러분. 다음 주에도 보고 싶지 않나요?’라고 묻는다. 결국 이 프레젠테이션에 성공한 만화가 독자들의 지지를 받아서 인기 만화로 성장해간다.
그렇게 생각하면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귀자고 고백하거나 프러포즈하는 것도 일종의 프레젠테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프레젠테이션 능력의 유무는 여러분의 인생을 크게 바꾼다. 반드시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 사람, 다른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187-188p
대학생활 이후 프레젠테이션 하면 PPT가 바로 떠오르는데 프레젠테이션은 그보다 훨씬 큰 의미를 담고 있었다. 면접도, 영업도 심지어는 만화책의 1권이나 드라마의 첫 회도 다 프레젠테이션이다. 그리고 소개팅이나 고백도 다 프레젠테이션이다. 따라서 프레젠테이션이 인생을 바꾼다는 것도 과장이 아니다.
그런 프레젠테이션 능력을 기르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
다른 사람들 앞에 서서 이야기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일 수록 의식해야 하는 포인트가 있다. 그것은 일부러 약점을 ‘노출’하는 것이다. 실패담이라든가 좌절한 경험, 콤플렉스 등 감추고 싶고 드러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일부러 앞에 내세운다. 물론 심각하고 진지하게 하느 것이 아니라 가벼운 느낌으로 말이다. (...)
사람은 누구나 잘 보이고 싶다든가, 똑똑하게 보이고 싶다든다, 자신의 치부를 감추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도 그런 마음이 있고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에만 옭매어 있다 보면 사람들은 마음을 닫고 경계심을 갖게 된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좀처럼 진심을 보여주지 않고 숨기는 것이 많은 사람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갇힌 마음의 틀을 깨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좌절이나 실패한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
나는 이외에도 실패나 좌절, 콤플렉스와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가지고 있다. 앞서 0교시 수업에서 르나르의 <홍당무>와 헤세의 <수레바퀴 밑에서> 때문에 내가 독서를 싫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이것도 실패담이라고 할까? 좌절의 기억이기도 하다. 30세에 발병한 메니에르 증후군의 이야기도 그렇다. 그리고 또 나는 지금도 콘택트렌즈가 겁이 나서 렌즈를 끼지 못한다. 웃기는 이야기지 않는가?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진지하고 무거운 이야기일수록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둡고 심각한 얼굴을 하고 좌절이나 실패담을 이야기하면 상대방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난감해진다. 밝은 표정으로 가볍게 이야기하기 때문에 ‘아, 저 사람은 이미 극복한 것이구나’라고 안심하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것은 연습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특히 자신의 실패나 좌절 경험이나 콤플렉스에 관해 종이에 적어두는 것도 좋다. 하나의 에피소드에 대해 A4용지의 반 페이지에 정도 분량으로 작성하고 제목을 붙인다. 내 경우를 예로 들면 ‘배영과 유턴 사건’이라든가 ‘지겨운 독서 사건’과 같이 재미있는 제목을 붙이는 것이다. 213-217p
나는 프레젠테이션 능력도 능력이지만 단점을 숨기려고하면 약점이 된다고 생각해서 활짝활짝 드러내는 편이다. 남을 가지고 웃기보다는 나를 가지고 같이 웃는 것이 편하고. 그렇게 웃고나면 확실히 이야기를 하는 것이 편해지더라. 그리고 나의 단점을 알아차리지 않을까 불안하지도 않고.
나는 엄청나게 칠칠 맞다. 올해 이미 핸드폰을 3번 잃어버렸다 찾았다. 물론 그 외에 잃어버린 것도 많고. 빅뱅 티켓을 받자마자 10분 안에 길바닥에 흘리기도 했고, 며칠전에는 주머니에 만원 짜리가 어느 순간 없어졌다. 친구들은 농담삼아 나 따라다니기만해도 밥벌이가 될거라고도 많이 이야기한다.
나는 상당히 멍청하다. 관심 분야에 대해서 공부하는 것은 워낙에 좋아하지만 일반 상식은 거의 전무하다. 얼마전에 했던 무한도전의 뇌순녀 정도의 수준이다. 한자도 워낙 약해서 ‘납,득,해’에 달아준 한자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전혀 모른다. 한 글자도. 의대를 가기는 했지만 원래 문과인데도. 상당히 무식하다.
자랑이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자랑은 아니지만 숨길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괜히 모르는 거 아는 체 하고 싶지도 않고,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내가 일하는 분야에 대해서 꾸준히 공부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언제나 스스로를 발전시키려고 노력하고 열심히 생각하고 또 나의 생각에 맞게 행동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까 부끄러울 거 하나도 없다. 단지 노력의 방향이 세상의 평균이 되기 위한 일반 상식들이 아닐 뿐이니까!
칠칠 맞은 것은 조금 부끄럽지만 완벽한 인간은 매력이 없다는 것으로 스스로를 합리화 하고 있다. 그리고 칠칠 맞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내가 지나간 자리를 주변 사람들이 한 번 더 살피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어찌 됐든 간에 이것만은 기억해두기 바란다. 세상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직장’이나 ‘이상적인 가정’은 모두 환상이다. 그런 것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으며, 찾으려는 시도 자체가 잘못이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의 수업을 되돌아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눈앞의 현실에 눈을 감고 ‘어딘가에 나에게 딱 맞는 직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또는 실제 직장 생활에 필요한 능력이나 기술은 익히지 않고 학교 수업에만 몰두해서 점수를 올리는 것. 이것은 완전히 퍼즐의 조각을 찾는 ‘정답주의’의 발상이다. 한 조각의 퍼즐을 찾지 못한면 퍼즐은 영원히 완성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한편으로 성숙사회에 필요한 것은 퍼즐과 비슷하지만 좀 더 입체적인 레고형의 ‘수정주의’다. 필요한 블록이 없다고 하더라도 다른 블록을 대용해서 자신이 그린 이상에 가깝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기성품의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손으로 ‘납,득,해’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220p
내가 글을 쓸 때 어쨌든을 워낙에 많이 쓰는데 이 책의 마무리에서 ‘어찌 됐든’을 발견하고 괜히 반가웠다. 그리고 이 부분이 이 책의 엑기스이기도 하다. 완벽한 답, 정답은 없다. 기성세대들은 그것을 모르고 우리에게 그대로 정답을 요구하겠지만 이제는 그런 정답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 누군가 나에게 정답을 알려주지도 답을 떠먹여주지도 않을 거다. 귀찮겠지만 나의 답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자. 게임이라고 여기면 생각을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거다.
이 책의 리뷰는 상당히 힘들었다. 그 이유는 ‘ ’가 너무 많아서. 그거를 제외하면 상당히 재미있게 일었다. 나는 처음에 제목이 20살을 위한 진짜 공부라고 해서 워낙 흔하게 널려 있는 ‘20대에 해야할 것 혹은 배워야할 것 몇 가지’ 이런 류의 책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라 크리티컬 씽킹 Critical thinking 에 관한 책이었다. 철학적 사고보다는 조금 더 실용적인 사고를 끌어내게 만드는 크리티컬 씽킹. 지금 세상에 앞서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능력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 능력을 원한다면 선생님이 아닌 선배의 책을 통해서 세상 공부의 힌트를 얻어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