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찾아가는 자기돌봄 - 삶이 고단하고 불안한 이들을 위한 철학 읽기
크리스티나 뮌크 지음, 박규호 옮김 / 더좋은책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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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을 통해서 어떻게 더 행복한 삶을 찾고, 또 자기돌봄을 시도할 것인가.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의문이 먼저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철학의 모습은 행복을 향해가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멀리하더라도 끝까지 사고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게다가 이 책을 첫 번째 읽으면서는 살짝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던 목차가 워낙 구체적이라(일상의 골칫거리들로 머리가 아플 때, 나쁜 습관과 이별하고 싶을 때, 타인이 지옥처럼 느껴질 때, ‘여자답게’라는 말에 주먹을 날리고 싶을 때, 생존을 위한 호신술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등 - 그렇게 구체적 챕터 제목에 대해서 과연 이런 그럴 듯하고 복잡한 말들이 해법이 될 수 있을지. 계속 겉도는 느낌이었따.. 하지만 리뷰를 정리하기 위해서 이 책을 다시 한 번 읽으면서야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겨우 전달되었다.

 자기계발서가 문제집 & 해설집이라고 하면 이 철학을 이용해서 자기 발전을 이끌어주는 이 책은 교과서나 사전에 가깝다. 작가가 ‘철학적 치료제’라고 표현한 이 내용들은 그냥 읽었을 때 효능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올바른 투약 방법이 필요하다. 단순한 철학사나 사고의 오류, 이론적 허점에 매달리는 것을 멀리하면서 비판적인 숙고와 검토를 통해서 자기 자신의 것을 만들어야 한다. 과연 이런 글들 - 게다가 실제적인 조언이 아니다! - 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라는 의심도 가지고 있었는데 그에 대해서도 작가가 언급을 한다. [철학의 위안]이라는 철학서의 이야기를 통해서 말이지. 무뚝뚝하고, 딱딱하고, 차갑고 추상적인 이런 글들이 실제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 때 기억해야 할 부분. 철학적 위안을 다른 누군가의 가르침과 현명한 조언을 받아서 위안을 얻게 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끌어내는 것이다. 철학적 위안의 내용보다도 자기 자신의 감정과 상황에 대면하면서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서 노력하는 방식에 집중해야한다. 그처럼 이 책도 마찬가지로 내가 자기돌봄을 하기 위해서는 또 행복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조언을 기대하지 말고 이 책을 통해서 스스로와 대면하는 과정을 거쳐야 치료제 효과가 제대로 나올 수 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책을 읽었고, 위에 적었듯이 처음 읽을 때와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 덕에 지금까지 내가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철학에 대한 인식들이 상당히 바뀌었다.

 소크라테스 하면 ‘너 자신을 알라’

 니체 하면 ‘신은 죽었다’

 보부아르 하면 ‘제2의성’ 작가

 사르트르 하면 [지금 외롭다면 잘 되고 있는 것이다]에서 읽었던 ‘혼자 있을 때 외로움을 느낀다면 같이 있는 사람, 즉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이정도. 게다가 왠지 내가 생각하는 철학자는 최소 몇 백년 전 사람인데 사르트르는 1900년대 사람이고, 1980년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도 살짝 충격이었다.

 

 이렇게 생각했던 철학자들의 모습이 이 책을 읽으면서 상당히 바뀌었다.

 소크라테스가 마지막에 죽음을 결심한 것이 굉장히 고집스럽고 꼬장꼬장하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악법도 법이라니 그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속터졌을까 싶었고. 그런데 그게 아니라 사후의 삶을 믿고, 또 주어진 삶의 시간을 훌륭하고 올바르게 사용했기에 아무런 후회도 없어 죽음을 받아들였다니. 그렇다고 그를 보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겠지만, 현재의 삶을 만족스럽게 마무리했기 때문에 죽어도 괜찮다는 사람이라면 덜 안타까웠을 것 같은 느낌도.

 그리고 니체의 ‘신은 죽었다’라는 단어가 사람들에게 허무라는 감정을 안겨줬다는 것도. 신은 우리가 고통과 부당함과 운명의 시련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여기면서 그를 견뎌낼 수 있도록 돕는다. 그 때까지는 신이 세상을 살아가는 기준이었기에 신이 죽었다는 것으로 의지할 곳도 인생의 방향도 사라져버렸다는 거. 그 과정을 따라가다보면서 나의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이 살짝 넓어진 느낌이었다.

 

 각각의 철학자와 작가가 그 철학자로부터 뽑아낸 철학적 치료제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많다. 특히, 이 책을 읽게 만든 <현대 여성 운동의 핵심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 - ‘여자답게’라는 말에 주먹을 날리고 싶을 때>. 그녀가 여자만을 위한 여성 운동을 한 것이 아니라 남녀 모두 성 역할에 대한 사회적 압박에서 벗어나 여자도 남자도 같이 편안해질 수 있기를 바란 거. 그에 격하게 동의하는 만큼 하고 싶은 말도 너무나도 많지만 이 책의 서평 기한이 오늘까지라 이정도로 마무리 한다.

 

 [행복을 찾아가는 자기돌봄]이라는 제목에 끌려서 편안한 에세이나 자기계발서를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는 책이다. 제목보다도 ‘삶이 고단하고 불안한 이들을 위한 철학 읽기’가 더 이 책을 잘 설명해주는 것 같다. 나 역시 두 번째 읽을 때야 이 책에 접근할 수 있었듯이 평소에 철학에 대해 관심이 크게 없다면 진입장벽이 살짝 느껴질 수 있다. 그렇지만 그를 넘어섰을 때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자신을 끌어올려줄 수 있는 생각과 가치들을 발견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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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비의 특별한 하루 - 감사 누리과정 유아 인성동화 14
김미나 글.그림, 최혜영 감수 / 소담주니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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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담출판사의 꼼꼼평가단 2번째 책. 은비의 특별한 하루 / 누리과정 유아 인성동화

 이 책도 소담주니어의 책이다!


 초등학교 때 이미 안 읽게 된 동화책을 다시 잡은 것은 예전에도 언급했듯이 만화책 [도서관의 주인] 덕분. 만화책에 대해서 무한 신뢰를 해서 그런지 어린이 도서관의 이야기를 담은 그 만화책을 보면서 성인도 동화책 안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있겠구나 깨달았다. 원래도 잡독성이었는데 그 이후로는 동화책도 가리지 않고 읽고 있다.


 이 [은비의 특별한 하루]는 제목에도 적었듯이 누리과정 유아 인성동화 시리즈!

 유아들이 참된 인성과 바른 생활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담주니어 시리즈 중 하나였음. 어렸을 때부터 인성 교육은 중요할텐데 사실 그런 부분에 대한 교육은 쉽지 않다. 그럴 때 이런 동화를 통해서 익히는 것이 상당히 도움이 될 듯!


"우리 집은 너무 낡았어!"

"뭐야, 전부 채소뿐이잖아!"

"휴, 재미없어. 새 장난감을 사달라고 해야지."


투덜투덜 거리는 가족들 때문에 마음속의 먹구름이 조금씩 집안에 쌓였다.

그렇게 몽글몽글 집안에 먹구름이 끼면서 비가 오고 홍수가 나버린다.


 

그러다 마음속 먹구름을 물리치는 기적의 주문인 '다행이야, 다행' 과 '모두 모두 고마워요!' 덕에 비가 그치고 맑은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동화가 끝나고 마지막은 감사에 대한 짧은 이야기로.


 '우리는 마음속에 무심코 불만과 짜증, 우울함이라는 먹구름을 만들 때가 있어요. 그 먹구름은 나 자신뿐 아니라 내 주변까지도 어둡게 만들지요. 그런데 이런 마음속 먹구름을 없애는 좋은 방법이 있다고 해요. 바로 '감사'입니다. 감사란, 내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있는 그대로의 '소중함'과 '가치'를 아는 것이에요.

 감사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모두가 하고 있지는 않아요. 오히려 더 많이 가질수록 불평도 늘어나고, 감사를 자주 잊어버리기도 하지요. (...) 감사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우울함과 시기심이 적으며 낙관적이라고 해요. 아이들에게 감사를 가르치면 자연스럽게 남을 배려하고 관계를 잘 맺는 아이, 목표한 바를 더 잘 성취하는 아이가 되는 것이지요.

 감사는 운동처럼 자꾸 하면 늘고, 더 잘 할 수 있게 된답니다. 가정에서 부모님이 모범이 되어 작은 것부터 진심으로 감사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감사를 통해 우리 아이들은 넉넉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인생을 잘 가꿔 가는 사람으로 성장할 거예요.'


그리고 그런 감사 능력을 키우는 방법!

 감사 일기 쓰기, 감사 체험하기, 가족과 함께 감사하는 시간 갖기, 나눔 활동.


 정확히 감사 일기는 아니지만 행복, 칭찬, 성공 일기에 감사도 담아서 남기고 있는데 이는 정말 쉽고 효과적인 방법일 듯!

 만일 감사일기를 처음으로 쓰려니 힘들다면 이 책에 나온 것처럼 '오늘 가장 친절했던 사람은?' '감사했던 일 세 가지는?' '오늘 새롭게 배운 것은?'에 대답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동화책이 성인들에게도 깨달을 점을 안겨주듯, 이 책도 읽는 혹은 듣는 아이에게 뿐만 읽어주는 부모에게도 배움이 될 것 같다. 성인이 되어서도 감사일기는 정말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있고, 위에 글에도 적혀있듯이 감사를 하는 태도는 부모가 가르치는 것이라기 보다는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글에서도 볼 수 있지만, 그림에서도 툴툴 거리고 불평하는 모습은 아이에게서 나오기보다는 아이가 부모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은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작가인 이사카 코타로의 책 칠드런의 리뷰에 남겼던 내용 살짝.


 아이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멋있는 어른들이 많아야 된다! 혹은 멋있는 어른들이 있으면 아이는 잘 자랄 수 있다.



 겉으로 화려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진짜 '멋'있는 어른 말이지. 나는 사실 학교도 빠지고, 도둑질도 하면서(그래봐야 집밖에서는 못했지만^^;) 굉장히 쓰레기 같은 마인드로 살다가 다시 조금은 세상에 받아들여질 만한 수준으로 돌아오게 된 것은 아마... 엄마 아빠가 멋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우리 엄마 아빠는 진짜 멋있거든. 각자 직장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인정 받으면서도 취미 생활도 엄청 열심히 한다. 아빠는 여전히 대학교 동아리에서 연주회도 종종 하고, 사진도 열심히 찍고, 엄마도 오카리나에 요리도 배우고, 연주회와 합창도 하고. 그러면서도 가족은 엄청 챙긴다. 멋지잖아? 반항기를 겪을 때도 나는 항상 나이들면 아빠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항상 마음에 담고 있듯이 아이가 멋지게 자라기를 원한다면 내가 멋있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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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루와 라라의 아이스크림 - 숲 속의 꼬마 파티시에 루루와 라라 시리즈
안비루 야스코 글.그림, 정문주 옮김 / 소담주니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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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담출판사의 꼼꼼평가단 6기에 뽑히고 제일 처음으로 남기는 소담 서평!

 2월 미션 도서를 신청하는 걸 까먹어서 ㅎㅎㅎ


 요즘 아이들을 위한 책들을 읽으면서 상당히 기분이 좋았고, 또 은근히 얻는 것이 많아서 소담 주니어의 책도 함께 신청했다! 제목은 '루루와 라라의 아이스크림'!



 

 이 책에는 제목처럼 아이스크림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는 건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뿐만 아니라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도 나와있었다!! 레시피 말이지~~


소담출판사의 숲 속의 꼬마 파티시에 시리즈인 '루루와 라라'들이 전부 레시피와 함께하는 동화 이야기인가보다!! 지금까지 나와 있는 책들 살짝 살펴보면 반짝반짝 젤리, 초콜릿 데이, 컵케이크, 행복한 마시멜로, 화려한 쿠키 등등.... 아.... 군침 돈다 ㅎㅎㅎㅎ


 어쨌든 이 책에 나와있는 아이스크림 만들기!


 


* 바닐라 아이스크림 만들기 *

재료 : 계란 노른자 2개, 설탕 5큰술, 우유 200cc, 생크림 100cc, 바닐라 에센스 약간


 시작하기 전에 얼음을 준비하세요.

1. 생크림은 그릇을 뒤집어도 흐르지 않을 정도로 거품기로 치고, 냉장고에서 차갑게 식혀요.

2. 그릇에 계란 노른자 2개와 설탕 5큰술을 넣고, 하얘질 때가지 섞어요.

3. 우유 200cc를 전자렌지에 2분 30초 동안 데워요.

4. 2의 그릇에 3을 넣고 설탕이 녹을 때까지 섞어요.

5. 4를 전자렌지에 넣고 2분 동안 데워요.

6. 5를 체에 걸려요.

7. 6을 그릇째로 얼음 위에 올려놓고 2-3분 동안 거품기로 치세요.

8. 7에 1의 생크림을 넣고 바닐라 에센스를 뿌린 다음 잘 섞어요.

9. 크고 평평한 플라스틱 그릇이나 종이컵에 담아 '냉동실'에서 4-5시간 얼리세요.

 

 바닐라 아이스크림 말고도 딸기 아이스크림, 초코 아이스크림 그리고 눈사람 아이스크림 만들기도 나와있다!  아이스크림 장식하기도~~ 

 아마 다른 숲 속의 꼬마 피티시에 시리즈에도 다양한 레시피들이 담겨있을 듯하다 ㅎㅎㅎ


 이 책을 읽으면서는 어렸을 때 생각이 많이 났다.


 동화책이라서도 그렇지만 어렸을 때 미국에서 잠깐 살았는데 그때부터 집에서 과자, 케이크, 젤리 등 이것저것 많이 만들어 먹었거든. 물론 준비나 뒷정리 같은 진짜 일은 거의 엄마가 다 했겠지만 ㅎㅎㅎ 그래도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다. 그 당시 미국에서는 (어쩌면 지금도?) 케이크 = 만들어 먹는 거라서 ㅎㅎㅎ 요즘도 가끔 쿠키나 마들렌은 구워먹는데 어렸을 때처럼 본격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구나 ㅎㅎ 괜히 아쉽다 ㅎㅎ


 그리고 책에 레시피가 나와있고 그대로 따라볼 수 있다는 면에서 초등학교 때 방학숙제로 나왔던 방학 생활도 생각났다. 그 안에 수제비 만들기가 있었는데 엉성하게나마 친구랑 같이 만들면서 재미있었는데 ㅎㅎ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와 같이 혹은 아이 친구들과 함께 시도해본다면 꽤나 오래 기억에 남을 추억이 될 것 같다.


 


 그리고 그냥 레시피 만으로 끝나는 책은 아니다!


 '저에게 하시려던 감사의 인사는 제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해 주세요.

 방법은 쉽습니다.

 누군가를 돕거나, 기분 좋게 하면 된답니다.'


 루루와 라라가 숲 속의 동물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선물하기로 결심한 계기도 감사의 릴레이 편지 덕분!


 이 내용은 할리 조엘 오스먼트 주연의 영화 [Pay it Forward / 행복한 세상을 위하여] 를 닮아있었다.


고마운 사람에게 보답을 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주고 받고 그걸로 끝나버린다. 하지만 감사를 나를 도와준 상대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릴레이로 전달하면, 즉 Pay it Forward 하면 행복과 기쁨이 원 안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쭉쭉쭉 뻗어나가게된다.

 물론 영화 만큼의 묵직한 감동을 주지는 않지만 도움과 친절을 받고 그를 전달하는 소소한 행동이 세상을 조금씩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게다가 맛있는 아이스크림과 함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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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공부 - 완벽하지 않은 스무 살을 위한
후지하라 가즈히로 지음, 임해성 옮김 / 21세기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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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사회가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달려갈 때 세상에는 누구나가 인정하는 ‘정답’이 있었다. 진학, 취업, 결혼, 자동차나 집 구입이라는 인생의 절차가 있었다. 좋은 대학을 나오면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공무원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연공서열에 따라 급여가 오르고 일만 열심히 하면 출세가 가능하다는 것. 이것이 모든 사람이 꿈꾸는 행복하고 이상적인 삶의 모습이었다. 또 ‘더 많이’ ‘더 싸게’ ‘더 균일하게’라는 사회가 정해준 정답이 있고, 그 목표를 향해 정진하면 밝은 미래가 약속되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1초라도 빨리 정답에 도달하는 ‘정보처리능력’이었다. 정보처리능력을 기르는 데 가장 유효한 수단은 ‘읽고 쓰고 외우는 공부’였다. ‘공부만 잘하면 어떻게든 잘된다’ ‘부모님이나 선생님 또는 나라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뭐가 되도 된다’라는 어떤 의미에서는 꽤 편하고 공평한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런 성장사회는 어느 단계에서 멈춰버렸다. (...) 이제 물건은 더 이상 욕구 충족의 대상이 되지 못할 것이다. 기술이 더욱 발달해서 텔레비전이 1센티미터로 얇아진다고 해도, 일반 자동차가 시속 400킬로미터를 달리게 된다 해도 그것은 우리가 찾는 ‘행복’과는 상관없게 될 것이다. 더 이상 물건으로는 채울 수 없게 된 행복을 우리는 ‘마음의 풍요로움’에서 찾게 될 것이다.

 이 새로운 시대의 양상을 나는 ‘성숙사회’라고 부른다. 물건의 풍요를 추구하는 것이 성장사회라면, 그에 비해 마음의 풍요를 추구하는 것이 성숙사회다. 34-37p

 

 성숙사회에는 그 ‘정답’이 없다. 퍼즐과 같은 정답이 없는 그 속에서 과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성숙사회는 레고 블록을 조립하는 것과 같은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레고 블록으로 개를 만든다고 했을 때 가지고 있는 블록을 어떻게 조합하여 어떤 모양의 개를 만들 것인가? 또는 크기는 어느 정도로 하고 견종은 무엇으로 할 것인가? (...) 백 명의 사람이 만든다면 백 가지 종류의 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레고 블록을 조립하는 것과 같은 능력을 ‘정보편집능력’이라고 부른다. 주어진 블록(정보)을 조합하여 새로운 답안을 만들어내는 능력. 누군가가 만든 정답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손을 쓰고, 다리를 쓰고, 머리를 써서 자신만의 답을 ‘편집’해가는 능력. 자신이 가진 모든 기술, 지식, 경험을 조합하고 연결하여 ‘편집’하는 능력. 이것은 정답을 찾아내기만 하면 되는 ‘정보 처리능력’과는 완전히 다른 능력이다.

여 기서 커다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세상에 정답이 존재하던 시대에는 그 정답을 가르쳐주는 ‘선생’이 있었다. 학교 선생은 물론, 가정에서는 부모나 친척 어른들, 나아가 사회의 상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들이 선생의 역할을 해왔다.

 원래 선생이란 한자는 ‘먼저 태어난 사람’이라는 뜻이다. 먼저 태어난 사람은 이미 세상의 ‘정답’을 알고 있다고 여겼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나 사회의 상사들은 ‘선생’으로서 많은 ‘정답’을 가르쳐줄 수 있었다. 여기서의 정답은 ‘상식’이라고 바꾸어 말해도 좋을 것이다. (....)

 그러면 정답을 잃어버린 성숙사회에서는 어떨까? (...) 세상에 정답이 없다는 것은 그 정답을 가르쳐주는 선생이 없다는 말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국어나 수학, 영어 등 특정 과목을 가르쳐주는 선생은 언제나 존재한다. (...) 하지만 지식 레벨의 정답을 넘어선 삶의 방식이나 일하는 방식의 정답을 가르쳐주는 선생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42-43p

 

 앞서 말했듯이 나는 ‘선생’이 아니라 한 사람의 ‘선배’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 이 한마디에 성숙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중요한 키워드가 숨겨져 있다. (...) 사선의 ‘선배’는 문제의 정답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힌트’를 알려줄 뿐이다. 스스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부모나 학교의 선생들과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빛을 비춰 새로운 관점이나 사고방식의 존재를 보여준다.

 여러분 정도의 나이가 되면 아무래도 학교나 사회의 부정적인 모습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관점으로 바라보며 반발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것은 여러분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위한 과정 또는 나를 가르치는 사람들을 넘어서려는 과정으로 누구나 반드시 겪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반발할 필요가 없는 사선의 관계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나도 여러분과는 사선의 관계에 있는 선배라고 할 수 있다. 45-47p

 

 올해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 반강제적으로 3달 만에 읽은 책 100권을 넘어버렸다. 물론 만화책 제외. - 상당히 정신적으로 지쳐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펼치기 전까지는 괜히 서평단을 신청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올해 30살 되었는데 20살을 위한 진짜 세상 공부를 읽어서 뭐하냐는 느낌으로. 그런데 막상 몇 장도 읽기 전에 그 생각이 바뀌었다. 나의 머리를 신나게 자극시켜줄 책이었다.

 


 사람들이 상식이라고 여기는 것에도 ‘정말 그럴까?’라는 의문을 가져보자. 또는 자신이 도출한 생각에 대해서도 ‘이대로 좋은가?’라는 의문의 눈길을 던져보자. 나아가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제삼자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보고, 이성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보고, 어른이나 노인의 입장, 아이들의 입장, 외국인의 입장 등 다양한 입장에서도 생각해보라.

 이것을 ‘크리티컬 씽킹 Critical thinking’ 이라고 한다. 직역하면 비판적 사고지만, 영어의 ‘Critical'’는 ‘본질적인’이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나는 ‘복안사고’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복안사고라는 것은 결국 ‘다양한 관점에서 사상을 보고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 말하는 것을 받아들여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선거에 관련된 기사 하나라도 여러 신문을 비교해서 읽어보라. 저마다 보도의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물며 인터넷에 있는 정보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고 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속마음과 표현을 달리하는 사람들도 많다.

 세상에 흘러다니는 정보를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일단 멈춰 서서 ‘정말로 그럴까?’라고 의심해본다. 다른 각도로도 빛을 비춰보며 다각적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여러분은 많은 생각의 자료를 갖게 된다. 65-66p

 

 ‘믿는다는 것’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당신을 믿습니다’ ‘운명적인 만남을 믿습니다’라는 식의 기술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믿는다’는 것은 하나의 결단이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검토한 결과,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은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니까 믿는다. 속임을 당하거나 부정되거나 하는 일이 있더라도 믿는다는 것은 결코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인 결단이다.

 한편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결단이 아니다. 상대방의 말이나 텔레비전, 신문이 전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자신의 머리로 음미하는 일 없이 눈이나 귀로 들어온 정보를 체크하지 않고 정답이라고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 무엇이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지금까지 반복해서 설명한 크리티컬 씽킹이라는 단어를 직역하면 ‘비판적 사고’다. 이것은 ‘무엇이든 의심해본다’는 의미가 아니라 ‘무엇이든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의미다. 세상에 넘쳐나는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일단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라는 말이다. 또는 자신이 내 놓은 ‘답’이 정말로 옳은 것인가를 다시 한 번 객관적으로, 그리고 논리적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확인 작업을 ‘검증’이라고 한다. 121-123p


 얼마 전 읽었던 [세계 1% 의 철학수업]과 살짝 비슷하게 정답이 없는 문제를 고민하고 생각하는 길이 이 책에 가득하다. 이전 책이 철학 ‘수업’이기에 다양한 질문과 생각거리를 던져 주었다면 이 ‘공부’ 책은 조금더 족집게 수업을 해준다. 정답이 없는 문제에 대해서 어떤식으로 접근을 하고 어떤 식으로 나만의 답 -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납, 득, 해’를 끌어낼 것인지 여러 가지 힌트를 준다. 

 시뮬레이션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로지컬씽킹 능력, 롤플레잉 능력, 프레젠테이션 능력. 굳이 번역을 하지 않고 영어를 그대로 썼는지는 크리티컬 씽킹을 비판적 사고로 바꾸면 담고 있는 의미가 살짝 변질되기 때문. 이런 능력의 본질이 무엇이고, 그 능력이 삶과 사회생활에 어떤 임팩트를 가져오는지, 또 어떤 식으로 나의 것으로 만들지를 이 책은 한 교시 한 교시 마다 짚어나간다.


 나의 크리티컬 씽킹을 가장 자극해 준 것은 역시 만화책이다. [다닥유현의 책 읽기. 그리고 리뷰/ 서평 쓰는 법]에도 적었듯이 현재 나의 독서 습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이 만화책 속독이었고, 그렇게 만화책을 거의 20년 정도 함께했더니 그 안의 지혜가 나에게로 왔다. 그 중에 하나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기. 여러 가지 만화에서 그런 부분을 배웠지만 여러 차례 포스팅도 했었던 만화 [쿠니미츠의 정치]가 상당히 큰 작용을 했다. 만화책 안에 내용 상의 오류는 상당히 있었지만 나의 크리티컬 씽킹 능력은 엄청나게 길러졌다. [신문 기사의 제목만 읽으면 안 되는 이유], [그럴 듯한 이야기에 넘어가지 말자] 등등 그럴 듯한 겉면이 아니라 심부까지 파악하기 위해서 노력해야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물론 부모님은 그렇게 내가 미친듯이 탐독하는 만화책을 질색하셨지만.

 

 이 책에는 위의 다양한 사고 능력을 자극시켜볼만한 예시들이 잔뜩 나오는데 그중에 제일 인상적이었던 것. ‘아이 방이 왜 필요한가’

 

 대부분 ‘아이 방은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그 이유를 생각해보자.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해서는 개인 방이 필요하다.’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공부방이 필요하다.’

 바로 떠오르는 것은 이 두 가지가 아닌가 싶다. 여기에 크리티컬씽킹의 눈을 적용해보자.

 우선 프라이버시의 문제를 생각해 보자. (...) 이 이유라면 가족 전원이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말이 된다. 아버지 방, 어머니 방, 형과 누나의 방, 남동생이나 여동생의 방, 할아버지 방, 할머니 방이 필요하게 된다. 그런데 일반 가정에서 가족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방을 가지고 있는 집은 거의 없다. (...)

‘공부방을 만들어주면 공부한다’라는 것이 타당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의문의 많은 논제이기도 하다. 실제로 몇 년 전에는 ‘도교 대학생의 절반이 자기 방이 없이 거실이나 부엌에서 공부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데이터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아이 방이 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공부를 한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늦게까지 게임에 몰두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디에 살든 어떻게 살든 거기에서의 생활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144-147p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작가에게 상당히 설득을 당했다. 일단 지금 언니가 결혼을 해서 3인 가족이 되었는데 그 중에 내 방이 있는 것은 나밖에 없다. 게다가 나는 이사 전까지는 방 2개. 그런데다가 가족 서재도 내맘대로 쓰고 있다. 왜 너만 방이 있냐고 하면 할 말이 없다. 게다가 나도 방에서 공부를 못하는 스타일이어서 더 할 말이 없다. 거실이나 식탁이나 카페나 가끔은 소파에 누워서도 공부했다. 책상에 앉아서 공부한 시간보다 소파에 누워서 한 시간이 많을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배운대로 왜 아이 방이 필요한지 작가를 설득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가지 근거를 끌어오고 혼자서 설득하는 상상도 해보고. 그렇게 이런 저런 생각 연습을 하면서 작가가 이 책을 통해서 끌어내고 싶은 게 이런 생각들이었구나 느꼈고. 내가 생각해본 아이 방이 필요한 이유 중에 하나만 적어보면 ‘부부가 둘이서 한 방 쓰고 싶으니까’. 8살, 10살이 넘은 아이와 함께 부부가 한 방에 산다고 하면 부부 둘이 할 이야기도 나누기 힘들고, 둘만의 시간도 없을 거니까. 제법 납득할만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우리의 사고를 깨워주는 데 그 중에서 프레젠테이션 능력에 관한 부분.

 

 

 이것을 비즈니스에서 ‘프레젠테이션 능력’이라고 한다. 면접에서 보이는 자기 PR이나 세일즈맨의 영업멘트, 정치가의 선거연설도 모두 프레젠테이션이다. 자신의 ‘가설 = 납,득,해’를 소개하여 공감을 얻고 신뢰하도록 함으로써 신임을 얻는 행위다.

 예전에 어느 만화가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만화 1편은 독자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이라고 한다. 앞으로 새로 시작하는 연재는 어떤 무대에서 어떤 주인공이 어떤 적들과 만나 어떤 위기를 겪게 될것인가라는 것을 꼼꼼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 놀라운 전개를 준비해서 ‘어떻습니까, 여러분. 다음 주에도 보고 싶지 않나요?’라고 묻는다. 결국 이 프레젠테이션에 성공한 만화가 독자들의 지지를 받아서 인기 만화로 성장해간다.

 그렇게 생각하면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귀자고 고백하거나 프러포즈하는 것도 일종의 프레젠테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프레젠테이션 능력의 유무는 여러분의 인생을 크게 바꾼다. 반드시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 사람, 다른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187-188p

 

 대학생활 이후 프레젠테이션 하면 PPT가 바로 떠오르는데 프레젠테이션은 그보다 훨씬 큰 의미를 담고 있었다. 면접도, 영업도 심지어는 만화책의 1권이나 드라마의 첫 회도 다 프레젠테이션이다. 그리고 소개팅이나 고백도 다 프레젠테이션이다. 따라서 프레젠테이션이 인생을 바꾼다는 것도 과장이 아니다.


 그런 프레젠테이션 능력을 기르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

 

 다른 사람들 앞에 서서 이야기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일 수록 의식해야 하는 포인트가 있다. 그것은 일부러 약점을 ‘노출’하는 것이다. 실패담이라든가 좌절한 경험, 콤플렉스 등 감추고 싶고 드러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일부러 앞에 내세운다. 물론 심각하고 진지하게 하느 것이 아니라 가벼운 느낌으로 말이다. (...)

 사람은 누구나 잘 보이고 싶다든가, 똑똑하게 보이고 싶다든다, 자신의 치부를 감추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도 그런 마음이 있고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에만 옭매어 있다 보면 사람들은 마음을 닫고 경계심을 갖게 된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좀처럼 진심을 보여주지 않고 숨기는 것이 많은 사람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갇힌 마음의 틀을 깨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좌절이나 실패한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

 나는 이외에도 실패나 좌절, 콤플렉스와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가지고 있다. 앞서 0교시 수업에서 르나르의 <홍당무>와 헤세의 <수레바퀴 밑에서> 때문에 내가 독서를 싫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이것도 실패담이라고 할까? 좌절의 기억이기도 하다. 30세에 발병한 메니에르 증후군의 이야기도 그렇다. 그리고 또 나는 지금도 콘택트렌즈가 겁이 나서 렌즈를 끼지 못한다. 웃기는 이야기지 않는가?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진지하고 무거운 이야기일수록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둡고 심각한 얼굴을 하고 좌절이나 실패담을 이야기하면 상대방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난감해진다. 밝은 표정으로 가볍게 이야기하기 때문에 ‘아, 저 사람은 이미 극복한 것이구나’라고 안심하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것은 연습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특히 자신의 실패나 좌절 경험이나 콤플렉스에 관해 종이에 적어두는 것도 좋다. 하나의 에피소드에 대해 A4용지의 반 페이지에 정도 분량으로 작성하고 제목을 붙인다. 내 경우를 예로 들면 ‘배영과 유턴 사건’이라든가 ‘지겨운 독서 사건’과 같이 재미있는 제목을 붙이는 것이다. 213-217p

 

 나는 프레젠테이션 능력도 능력이지만 단점을 숨기려고하면 약점이 된다고 생각해서 활짝활짝 드러내는 편이다. 남을 가지고 웃기보다는 나를 가지고 같이 웃는 것이 편하고. 그렇게 웃고나면 확실히 이야기를 하는 것이 편해지더라. 그리고 나의 단점을 알아차리지 않을까 불안하지도 않고.

 

 나는 엄청나게 칠칠 맞다. 올해 이미 핸드폰을 3번 잃어버렸다 찾았다. 물론 그 외에 잃어버린 것도 많고. 빅뱅 티켓을 받자마자 10분 안에 길바닥에 흘리기도 했고, 며칠전에는 주머니에 만원 짜리가 어느 순간 없어졌다. 친구들은 농담삼아 나 따라다니기만해도 밥벌이가 될거라고도 많이 이야기한다.

 나는 상당히 멍청하다. 관심 분야에 대해서 공부하는 것은 워낙에 좋아하지만 일반 상식은 거의 전무하다. 얼마전에 했던 무한도전의 뇌순녀 정도의 수준이다. 한자도 워낙 약해서 ‘납,득,해’에 달아준 한자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전혀 모른다. 한 글자도. 의대를 가기는 했지만 원래 문과인데도. 상당히 무식하다.

 자랑이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자랑은 아니지만 숨길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괜히 모르는 거 아는 체 하고 싶지도 않고,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내가 일하는 분야에 대해서 꾸준히 공부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언제나 스스로를 발전시키려고 노력하고 열심히 생각하고 또 나의 생각에 맞게 행동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까 부끄러울 거 하나도 없다. 단지 노력의 방향이 세상의 평균이 되기 위한 일반 상식들이 아닐 뿐이니까!

 칠칠 맞은 것은 조금 부끄럽지만 완벽한 인간은 매력이 없다는 것으로 스스로를 합리화 하고 있다. 그리고 칠칠 맞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내가 지나간 자리를 주변 사람들이 한 번 더 살피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어찌 됐든 간에 이것만은 기억해두기 바란다. 세상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직장’이나 ‘이상적인 가정’은 모두 환상이다. 그런 것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으며, 찾으려는 시도 자체가 잘못이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의 수업을 되돌아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눈앞의 현실에 눈을 감고 ‘어딘가에 나에게 딱 맞는 직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또는 실제 직장 생활에 필요한 능력이나 기술은 익히지 않고 학교 수업에만 몰두해서 점수를 올리는 것. 이것은 완전히 퍼즐의 조각을 찾는 ‘정답주의’의 발상이다. 한 조각의 퍼즐을 찾지 못한면 퍼즐은 영원히 완성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한편으로 성숙사회에 필요한 것은 퍼즐과 비슷하지만 좀 더 입체적인 레고형의 ‘수정주의’다. 필요한 블록이 없다고 하더라도 다른 블록을 대용해서 자신이 그린 이상에 가깝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기성품의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손으로 ‘납,득,해’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220p

 

 내가 글을 쓸 때 어쨌든을 워낙에 많이 쓰는데 이 책의 마무리에서 ‘어찌 됐든’을 발견하고 괜히 반가웠다. 그리고 이 부분이 이 책의 엑기스이기도 하다. 완벽한 답, 정답은 없다. 기성세대들은 그것을 모르고 우리에게 그대로 정답을 요구하겠지만 이제는 그런 정답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 누군가 나에게 정답을 알려주지도 답을 떠먹여주지도 않을 거다. 귀찮겠지만 나의 답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자. 게임이라고 여기면 생각을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거다.

 

 이 책의 리뷰는 상당히 힘들었다. 그 이유는 ‘ ’가 너무 많아서. 그거를 제외하면 상당히 재미있게 일었다. 나는 처음에 제목이 20살을 위한 진짜 공부라고 해서 워낙 흔하게 널려 있는 ‘20대에 해야할 것 혹은 배워야할 것 몇 가지’ 이런 류의 책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라 크리티컬 씽킹 Critical thinking 에 관한 책이었다. 철학적 사고보다는 조금 더 실용적인 사고를 끌어내게 만드는 크리티컬 씽킹. 지금 세상에 앞서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능력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 능력을 원한다면 선생님이 아닌 선배의 책을 통해서 세상 공부의 힌트를 얻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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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소설 리뷰는 언제나 힘들고 조심스럽다. 중요한 반전들을 노출시켜서 스포일러를 해버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거든. 그러면서도 그 결말이나 결말을 노출시킬 수 있는 요소들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들이 있어도 그 마음들을 자제하면서 섬세하게 리뷰를 남겨야 하니까.

 사실 주인공이 책이 시작하고 얼마지나지 않아서 사망했을 때 이 책의 리뷰를 대체 어떻게 남겨야 하나 막막했다. 주인공의 사망은 소설 안에서 굉장한 사건인데 이 것이 스포일러에 해당하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뒷표지를 보고 남겨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억울해서 도저히 그냥 죽을 수 없는 사람들의 사후 7일간’ 주인공이 죽고 사후의 7일을 보낸다는 것은 처음부터 알고 읽는 작품이었다. 물론 나처럼 책은 별 사전 지식 없이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깜짝 놀랐지만.

 

 이 책은 SBS 수목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의 원작 소설이다. 요즘 한국 드라마를 잘 안 챙겨봐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비가 복귀하는 작품이라고 기사를 몇 번 봤던 것 같다. 일단 시놉시스를 요약하면 ‘세일이 한창이던 백화점에서 이 백화점의 과장 김영수씨(41세)가 사망하고, 죽음 이후에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역송체험의 기회가 주어진다’ 로 이 책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은데 등장인물을 봤을 때는 전혀 다른 작품으로 보이기도. 기회가 되면 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와 원작 소설인 이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을 비교해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런데 7일이면 드라마로 제작하기 너무 짧지 않나? 기간을 길게 늘렸나? 잘 모르겠다. 그리고 사후의 7일간은 생전 자신과 다른 모습 - 정반대되는 모습으로 남자는 여자가 될 때도 있고, 야쿠자가 학자가 되어서 돌아간다 - 으로 현세에 돌아오는 데 그 부분도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궁금함!

 

 "저쪽으로 돌아가봤자 좋은 일은 하나도 없을 겁니다. 나도 이런 식으로 하루에 몇 명씩 만나고 있지만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돌아가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더군요“

“하지만 나한텐 그에 상응하는 사정이...”

“그 상응하는 사정이라는 게 뭐죠? 현세에서 살아 있을 때, 살아 있어야 하는 상응하는 사정을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죽을 때 죽어야만 하는 상응하는 사정도 생각해보지 않았겠지요? 그런 사람이 다시 돌아가야 할 상응하는 사정이 있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94-95p

 

 이 부분의 대화에서 주인공은 속으로 화를 냈지만 나는 ‘현세에서 살아 있을 때, 살아 있어야 하는 상응하는 사정을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를 읽으면서 나는 과연 지금 살아있는 의미가 무엇이 있을까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죽음을 마주할 때야 진정으로 삶을 생각하기 시작한다고들 하는데 직접 죽음에 다가가지는 않더라도 이런 다양한 간접체험을 통해서 죽음을 마주해보는 것은 상당히 의미있다. 내 삶에 진짜 하고 싶은 일들, 정말 소중한 사람들을 추릴 수 있게 되는 것도 있고,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지금 해야할 것들도 챙겨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이 그리는 죽음의 모습이 상당히 특이해서 더 새로운 시각으로 삶을 바라볼 수 있었다. 죽음으로 엄청난 슬픔이 몰려오거나 결말으로 엄청난 카타르시스가 몰려오지도 않는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다. 죽고 나서 분류를 당하고 강의를 듣고 자신의 죽음에 항의를 하고 환생가방을 들고 특별역송조치를 하는 이 소설을 현실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웃기지만, 이 책의 컨셉과 달리 소설 안의 인물들이 생생하고 현실적이다.

 내가 죽어도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나의 소중한 사람들도 물론 슬퍼하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세상이 멈추지 않는다. 내가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큰 상처를 준 사람이 있다. 죽고나서 괜히 알았다 싶은 진실도 있고, 죽음에서 돌아왔음에도 모든 진실을 파악하지 못하기도 한다. 가족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속마음을 이름도 모르고 처음 본 사람에게 털어놓는 모습도 나오는데, 그 부분 역시 크게 공감이 갔다. 가족이 소중한 사람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가족이기에 할 수 없는 말들이 있다. 상처 받을까봐 입을 닫고, 살아온 시간동안 어차피 통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서도 감정을 눌러담는다. 그리고 그런 감정들을 오히려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흘리고는 한다.

 이 책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모두 어느 정도 공감이 가고 또 연민이 생기는 인물들이어서도 또 현실적이다. 절대적 선과 악의 대결은 속 시원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별로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알고보면 좋은 사람’인 경우가 상당히 많다. 또 ‘사정이 있는’ 사람들도 많고. 이 책에서는 중간중간 화자를 바꿔가면서 각자의 사정을 보여준다. 그 사정이 전부 죽음에서 돌아온 사람들에게 전해지지는 않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특별역송조치 기간을 보내고 돌아간다. 제한시간 엄수, 복수 금지, 정체의 비밀 유지. 이 세 가지를 지키는 사람도 있고 지키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위에 적었듯이 그냥 모르고 죽었어도 좋았을 일을 알게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다들 나름의 클로저를 만들고 세상과 이별한다.

 

 나는 공상과학 소설 종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상상의 요소가 들어가더라도 현실에서 시작하는 작품을 좋아한다. 그래야지 내가 그 안에서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기 편하니까. 그리고 그런 상상이 나를 더 발전시켜줄 거라고 생각한다. 소설을 읽으면서도 자기계발을 하려고 하는 자신이 웃기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그래왔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나는 이 소설 속 세계에서 어떤 모습을 하고 살아가고 있을까 생각해봤다. 이 작품은 현실 속에서 상상이 뻗어나가서 소설 속으로 들어가기가 어렵지도 않았고. 심지어 자살한 사람들, 특히 자살할 만한 사정이 없는데 자살한 사람들(그걸 어떻게 판단하지?)에게는 리세트, 인생을 다시 다만 더 가혹하게 살아가야한다는 것도, 사후 세계의 직원들도 공무원 같은 처리 방식을 한다는 것도 왜인지 모르겠지만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만일 내가 죽는다면 특별역송조치를 통해서 돌아올 것인가. 난 아마 안 돌아올 것 같다. 살짝 언급이 되었듯 ‘인간에게 닥치는 모든 불행의 원인이 생명 그 자체’라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고, 언제 어떤 상황에서 죽어도 그 상황은 내 좋을대로 합리화하고 넘어갈 것 같아서도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또 기본적으로 모범생 스타일에 새로운 상황에 반발하기 보다는 빠르게 적응하는 것을 추구하는 것도 있고. 돌아와서 딱히 할 일도 없을 것 같다. 그리고 7일이라는 기간 동안 내려왔다가 다시 떠나는 것이 더 마음 아플 것 같기도 하고, 내려왔다가는 3대 규칙을 지키기 못할 것이 뻔하기도 하고. 만일 내려온다면 에라이 모르겠다 하고 사후세계에 대해서 블로그에 포스팅해버리고 끌려갈지도!


 책의 내용도 재미있었지만 나에 관한 이런저런 상상을 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보통 작가의 약력을 펼쳐보는 일이 거의 없는데, 이 작가는 다른 작품도 찾아볼까 고민하다가 알게 된 사실. 부잣집에서 태어나서는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20대에는 야쿠자 생활을 거쳐 다단계판매도 해본 작가다. 정말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경험하고, 굴곡이 넘치는 삶을 살아와서인지 보통 같으면 일단 부정적으로 바라봤을 상황에 대해서도 이해의 시선을 던진다. 꼬이고 아픈 현실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연민을 잃지않는 그 모습에 나 역시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 사후세계가 있지만 에라이~ 난 일단 현실에서 열심히 살아야지! 특히 제일 어려운 소중한 사람들을 소중하게 대하기,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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