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찾아가는 자기돌봄 - 삶이 고단하고 불안한 이들을 위한 철학 읽기
크리스티나 뮌크 지음, 박규호 옮김 / 더좋은책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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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을 통해서 어떻게 더 행복한 삶을 찾고, 또 자기돌봄을 시도할 것인가.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의문이 먼저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철학의 모습은 행복을 향해가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멀리하더라도 끝까지 사고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게다가 이 책을 첫 번째 읽으면서는 살짝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던 목차가 워낙 구체적이라(일상의 골칫거리들로 머리가 아플 때, 나쁜 습관과 이별하고 싶을 때, 타인이 지옥처럼 느껴질 때, ‘여자답게’라는 말에 주먹을 날리고 싶을 때, 생존을 위한 호신술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등 - 그렇게 구체적 챕터 제목에 대해서 과연 이런 그럴 듯하고 복잡한 말들이 해법이 될 수 있을지. 계속 겉도는 느낌이었따.. 하지만 리뷰를 정리하기 위해서 이 책을 다시 한 번 읽으면서야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겨우 전달되었다.

 자기계발서가 문제집 & 해설집이라고 하면 이 철학을 이용해서 자기 발전을 이끌어주는 이 책은 교과서나 사전에 가깝다. 작가가 ‘철학적 치료제’라고 표현한 이 내용들은 그냥 읽었을 때 효능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올바른 투약 방법이 필요하다. 단순한 철학사나 사고의 오류, 이론적 허점에 매달리는 것을 멀리하면서 비판적인 숙고와 검토를 통해서 자기 자신의 것을 만들어야 한다. 과연 이런 글들 - 게다가 실제적인 조언이 아니다! - 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라는 의심도 가지고 있었는데 그에 대해서도 작가가 언급을 한다. [철학의 위안]이라는 철학서의 이야기를 통해서 말이지. 무뚝뚝하고, 딱딱하고, 차갑고 추상적인 이런 글들이 실제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 때 기억해야 할 부분. 철학적 위안을 다른 누군가의 가르침과 현명한 조언을 받아서 위안을 얻게 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끌어내는 것이다. 철학적 위안의 내용보다도 자기 자신의 감정과 상황에 대면하면서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서 노력하는 방식에 집중해야한다. 그처럼 이 책도 마찬가지로 내가 자기돌봄을 하기 위해서는 또 행복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조언을 기대하지 말고 이 책을 통해서 스스로와 대면하는 과정을 거쳐야 치료제 효과가 제대로 나올 수 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책을 읽었고, 위에 적었듯이 처음 읽을 때와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 덕에 지금까지 내가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철학에 대한 인식들이 상당히 바뀌었다.

 소크라테스 하면 ‘너 자신을 알라’

 니체 하면 ‘신은 죽었다’

 보부아르 하면 ‘제2의성’ 작가

 사르트르 하면 [지금 외롭다면 잘 되고 있는 것이다]에서 읽었던 ‘혼자 있을 때 외로움을 느낀다면 같이 있는 사람, 즉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이정도. 게다가 왠지 내가 생각하는 철학자는 최소 몇 백년 전 사람인데 사르트르는 1900년대 사람이고, 1980년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도 살짝 충격이었다.

 

 이렇게 생각했던 철학자들의 모습이 이 책을 읽으면서 상당히 바뀌었다.

 소크라테스가 마지막에 죽음을 결심한 것이 굉장히 고집스럽고 꼬장꼬장하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악법도 법이라니 그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속터졌을까 싶었고. 그런데 그게 아니라 사후의 삶을 믿고, 또 주어진 삶의 시간을 훌륭하고 올바르게 사용했기에 아무런 후회도 없어 죽음을 받아들였다니. 그렇다고 그를 보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겠지만, 현재의 삶을 만족스럽게 마무리했기 때문에 죽어도 괜찮다는 사람이라면 덜 안타까웠을 것 같은 느낌도.

 그리고 니체의 ‘신은 죽었다’라는 단어가 사람들에게 허무라는 감정을 안겨줬다는 것도. 신은 우리가 고통과 부당함과 운명의 시련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여기면서 그를 견뎌낼 수 있도록 돕는다. 그 때까지는 신이 세상을 살아가는 기준이었기에 신이 죽었다는 것으로 의지할 곳도 인생의 방향도 사라져버렸다는 거. 그 과정을 따라가다보면서 나의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이 살짝 넓어진 느낌이었다.

 

 각각의 철학자와 작가가 그 철학자로부터 뽑아낸 철학적 치료제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많다. 특히, 이 책을 읽게 만든 <현대 여성 운동의 핵심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 - ‘여자답게’라는 말에 주먹을 날리고 싶을 때>. 그녀가 여자만을 위한 여성 운동을 한 것이 아니라 남녀 모두 성 역할에 대한 사회적 압박에서 벗어나 여자도 남자도 같이 편안해질 수 있기를 바란 거. 그에 격하게 동의하는 만큼 하고 싶은 말도 너무나도 많지만 이 책의 서평 기한이 오늘까지라 이정도로 마무리 한다.

 

 [행복을 찾아가는 자기돌봄]이라는 제목에 끌려서 편안한 에세이나 자기계발서를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는 책이다. 제목보다도 ‘삶이 고단하고 불안한 이들을 위한 철학 읽기’가 더 이 책을 잘 설명해주는 것 같다. 나 역시 두 번째 읽을 때야 이 책에 접근할 수 있었듯이 평소에 철학에 대해 관심이 크게 없다면 진입장벽이 살짝 느껴질 수 있다. 그렇지만 그를 넘어섰을 때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자신을 끌어올려줄 수 있는 생각과 가치들을 발견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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