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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그의 빛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9월
평점 :

돈이라는 건 눈부시게 빛나기도 하지만 그 빛에 눈이 멀기도 하니까요.
248쪽
눈이 멀 정도의 돈을 본 적이 있던가? 내 인생에 그럴 일은 없었으며 앞으로도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걸 나는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를 꿈꾸면서 읽는 것이 소설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건너편 아파트의 초록빛을 길잡이 삼아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위대한 개츠비』에 비하자면 연지의 남편이 말하는 집안 대대로 어쩔 수 없는 부자는 데이지겠고, 제이 강은 개츠비를 연상하게 하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제이 강은 개츠비보다 현실적인 사람으로 느껴졌다. 아마도 암 진단 키트와 암호 화폐 등의 소재가 충분히 그럴 만하다는 개연성이 가능성을 높였던 것 같다.
환하게 빛나던 그들의 삶은 결국 잉걸불이 되어 우리 주변에 어른거리듯 이야기로 남았다. 위대한 그의 빛은 읽히고 읽혀 숯이 될까? 잉걸불이 다시 활활 타오를 수 있는 건 마른 장작을 만났을 때다. 책을 덮으며 요즘 같아선 현실이 소설 같고 소설이 더 현실 같아서 누군가 규아와 연지와 재웅을 불붙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일었다.
눈부시게 빛나는 돈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혹시 눈이 멀까 걱정되어 적당한 빛이라도 마주쳤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나는 독자이면서 방관자로 남는 게 좋겠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