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골동품 서점
올리버 다크셔 지음, 박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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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뒤편 진열대를 정리하다가 전에는 못 보던 책상 하나를 발견했다. 사실은 못 봤다기보다 탁자로 쓰고 있어서 탁자인 줄 알았다고 하는 쪽이 더 정확하다.(중략)

몇 주 후에 책꽂이가 필요해서 다른 진열대에 덮인 식탁보를 걷어냈더니 또 하나의 책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에는 이전의 관리 책임자가 남긴 서류 더미가 그가 떠날 때의 상태 그대로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359~360쪽)



골동품 서점이니 이 정도의 세월과 기억 그리고 망각은 필수이던가... 물건에게 나이를 셀 수 있는 기능이 있다면 이곳의 나이는 과연 얼마나 될까 상상했다. 아마 지구가 생겨날 때보다 더 오래전이지 않을까. 공룡이 형님~ 하며 인사를 할 정도로 말이다.



예술과 외설(124쪽)의 경계에서 고객의 물건을 값을 매길 수 없을 때 서점 직원으로서 나는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 작가와 함께 고민하며 읽었다. 알라딘 중고 서점에서 값이 매겨지기를 기다리며 점원 앞에 서 있던 내 모습과도 겹쳐졌다. 여하튼 우리 사이에는 책이 있었다. 또는 세월이 깃든 무언가가 다음 세대를 맞을 수 있을 건지 없을 건지 결정의 기로에 섰다. 



보관이 잘 되어 있다면 또는 보관이 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오케이! 쪽으로 속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원래 있던 곳으로 다시 가져가야만 한다. 내가 서점 직원이었다면 웬만하면 다 받아줬을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중고서점 직원이 안 되었는지도.) 특히 오래된 책이라면 보관법까지 속속들이 공부해서 값어치를 높이기 위해 고민할 것 같다. 

시간의 흐름을 막을 방법은 없다. 책이 결국 필멸하는 것을 막을 방법도 없다. 책을 금고에 넣어 단단히 잠그고 아무도 그 책을 감상하는 데 시간을 쓰지 않는다고 해도 그 책은 조금씩 먼지가 되어갈 것이다.

(180쪽)



마치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그래서 나는 골동품 책을 덮고 나의 책장에서 골동품이 되어가는 책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일주일에 열 권씩 정리해 볼까? 아니면 스무 권? 얼마가 되더라도 시간을 막을 수 없다면 잘 흘려보내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시간에 책을 태워보내기로 결심했다.



#기묘한골동품서점

#RHK

#출판사가제공한책을읽고솔직하게작성한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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