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Zone
차동엽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처음 책을 펼치자마자 바보가 많이 나온다. 작가는 바보에 대한 이미지를 여러 모습으로 재해석해 놓았다. 내가 이미 바보에 대한 선입견을 가졌기 때문인지 아무리 좋게 해석해도 그 “바보”라는 단어는 계속 거슬렸다.
사실 책 중간쯤까지 내내 거슬려서 내 마음을 열려는 노력이 필요했다. 아무리 故 이수환 추기경의 삶을 대입해도 내가 할 수 없을 것 같은 삶들과 “바보”라는 단어는 내가 수용하기엔 무게가 있었다. 누구든지 자기 수준에서 상대방의 말을 수용하는 법이라고 한다.(책중에서)
바보는 한가지에 몰입하기위해 그 분야의 바보가 된다. 센몬빠가(한 분야에 바보스럽게 몰입하는 사람)는 일본 나름대로 학벌을 중시하면서도 한 분야의 전문가를 최고로 쳐주는 문화에서 만들어낸 작품이다.
바보는 창의적이다. 바보는 거꾸로 생각할 줄 알고 상식을 뒤집을 줄 안다.
이런 바보의 여러 특성들이 나를 사로잡기 시작했고, 나는 바보가 되고 싶어졌다.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의미있는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이다.
<12가지 바보 블루칩>
1. 상식을 의심하라
2. 망상을 품으라
3. 바로 실행하라
4. 작은 일을 크게 여기라
5. 큰일을 작게 여기라
6. 미쳐라
7. 남의 시선에 매이지 마라
8. 황소걸음으로 가라
9. 충직하라
10. 투명하라
11. 아낌없이 나누라
12. 노상 웃으라
“나”라는 사람이 바보로 살기 위해선 정말 많은 부분 수정이 필요하다. 나는 상식선 내에서 말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하며 현실적인 꿈을 꾸려고 한다. 한참을 생각하고 실행하기 보단 포기할 때가 더 많다. 누가 중요하지 않은 것을 중요하다는 듯 요구하면 짜증이 날 때가 많다. 큰일이 잘못되면 동동구르게 된다. 남의 시선을 너무 신경쓰고, 성격이 너무 급해서 뭐든 급하게 해버린다. 내가 쓰고 남은 것이 없으면 나눌 줄 모르고 내가 바쁘고 피곤하면 웃지 않을 때가 너무 많다.
이처럼 바보의 삶과는 대조적인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 시간이었다.
<바보존>에는 작가의 많은 지식들이 가득 담겨있다. 적절한 예시들을 읽을 때마다 무릎을 치며 깨닫게 되곤 했다. 너무나 적절하고 깊은 감동을 주는 예시들을 하나하나 내 삶에 적용하고 싶어졌다.
“마부위침” 중국 최대의 시인 이백의 일화에서 유래한 이 말은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을 지닌다. 이 일화에서 나온 할머니의 말 “그만두지 않으면 가능하다네”는 평생 잊어서는 안 될 귀중한 말이다. 이백은 이 말을 듣고 크게 깨달아 다시 학문에 정진했다.
또한 세계적인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후에도 6시간씩 매일 연습하는 이유에 대한 대답은 나를 가슴 설레게 만들었다.
“연습을 통해 지금도 내가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세계최고가 아닌데도 연습을 게을리 할 때가 너무 많은데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말이다.
바보의 시간에 대한 정의가 조급한 나를 향해 다시 한번 깊은 생각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과거와 미래라는 것은 인간의 이식 안에만 존재할 뿐 우주 어디에도 없으며, 존재하는 것은 오직 현재뿐!
이렇게 현재, 지금 당장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보다.
조금은 느리지만 끝까지 그만두지 않고 지금 현재에 충실하는 바보
이런 바보들의 특징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바보라고 코웃음 쳤던 나 자신을 후회하게 된다. 바보야 말로 이 시대를 가장 의미있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오늘날의 바보로 살아가는 것은 분명 많은 것을 희생하고 내가 사랑하는 어떤 부분을 버려야 할지도 모르는 힘든일일 것이다. 그러나 바보로 살아가는 사람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그들의 의미있는 삶을 보며 우리 모두는 감동하고 있다. 바보로 살려고 다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바보들이 모여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바보 작가의 귀중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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