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3일

읽은 페이지: ~~ 2장 (우린 할 수 있어)까지.












며칠째 아이가 읽는 책과 내가 읽는 책은 이 두 권으로 압축된다.



길게 이어지는 장마 탓인지 아이는 오나리 유코의 <비 오니까 참 좋다>를 들고 와 읽어달라고 한다. 덕분에 이 멋진 그림책을 실컷 즐기고 있으니 좋은데... 내가 읽고 있는 오바마의 <약속의 땅>은 답답하다 못해 속이 터질 지경이다.



무엇보다 책의 판형이 너무 크고 두꺼워서 도저히 들고 누울 수 없는 게 문제다. 내 독서 스타일은 온전히 베개에 머리를 대고 누워야 완성되는데 정좌로 앉아 독서대에 의지해 읽어야 하니 불편하고 어색스럽다. 더욱이 아무 때나 팔랑팔랑 펼쳐 읽을 수도 없어 슬프다. 다른 분들은 이토록 두껍고 무거운 책을 어떻게 읽으셨는지 궁금해 찾아봐도 자세에 대한 이야기는 일언반구 없다. (왜 ㅡㅡ;;; 나만 불편해?)


그래서 출판사에 항의 좀 해야겠다( 누..누가 이 글을 읽어준다고 이래?) 왜 이렇게 크고 불편한 책 만드셨는지(그래도 한마디 정도는 할 수 있자나?) 차라리 분권으로 나눠서 가독성 좋게 만드실일이지(너 목소리 작아진다?) 그래서 2권 나오면 안 읽을거냐고 하면 또 그건 절대 아니다(뭐야, 너!) 왜냐면 내용은 정말 말할 수 없이 귀하니까..


그래도 저 책을 좀 보라지. 내 평생 책을 읽으며 표지가 저렇게 너덜거리긴 처음이다. 대체 사서 읽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부터 이러냐고. 그리고 표지를 벗겨보자면 @@!! 이건 뭐야? 귀티가 없다?




그 옛~~~날 옛적에 몇 질 서재에 들여놓으면 뭔가 있는 집 분위기가 났다던 그때 그 시절의 표지 아닌가? (니가 그때를 어떻게 알아?) 아니~~!!! 책의 표지가 중요합니까? 책의 내용이 귀하고 값지면 된 거 아닙니까?라고 어디선가(출판사에서) 항의하는 환청이 들려오는 듯...( 벌써 환청이 들려? 다 때려치고 병원가자 병원 가~) 그.. 그래도 이왕 만드시는 거 가독성 좋고 표지도 좀 더 이쁘게 만들어주세요 네?? (대체 누구한테 말하는 거야? 마음 아파서 더 못 들어주겠다 흑~)



2장까지 마무리하며 포스트잇이 제법 늘었다. 살면서 전직 대통령을 흠모하게 될 줄은 몰랐다. 오바마 대통령의 인품과 인성이 단단하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면서부터다. 책은 어떤 방식으로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풀게 되었고 유년기 시절 가족의 울타리가 얼마나 끈끈해야 하는가를 느끼게 되었는데 어린 시절 다져온 단단한 토양이 삶을 어떻게 지탱해 주는가는 그의 삶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툿은 수지 균형을 맞추는 법과 필요 없는 물건을 사지 않는 법을 내게 가르쳐주었다. 내가 가장 혁명가 같던 젊은 시절에도 건실하게 운영되는 기업을 높이 평가하고 경제지를 읽은 것, 다 무너뜨리고 백지에서 사회를 재건해야 한다는 허황한 주장을 무시해야겠다고 느낀 것은 외할머니 덕분이다. 그녀는 열심히 일하고 일이 맘에 들지 않아도 최선을 다하는 것, 불편하더라도 책임을 완수하는 것의 가치를 가르쳤다. 열정과 이성을 겸비하고, 삶이 잘 풀린다고 해서 환호작약 하지 말고 삶이 안 풀린다고 해서 의기소침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이 모든 가르침을 내게 심어준 사람은 캔자스 출신의 나이 든 쓴소리 꾼 백인 여성이었다. 선거운동을 하다가도 문득문득 그녀의 사고방식을 떠올렸다. 아이오와 농촌에서나 시카고 흑인 거주지에서 만난 많은 유권자에게서 그녀의 세계관을 목격했다. 그들에게도 자녀와 손자녀를 위해 치른 희생에 대한 조용한 자부심, 허세 부리지 않는 태도, 소박한 기대가 있었다. p162

(여기서 툿은 외할머니를 말한다)





2장까지의 내용은 민주당 대표로 선출되기까지 막강한 적 힐러리와의 대립 속에서 갖게 된 여러 가지 난제와 그 난제를 돌파해 대통령 후보에 오르고 당선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그런데 글이 얼마나 간결한지 고통의 순간에 함께 일그러지지 않고 3자의 시선으로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기분으로 책이 읽히는 것 같다. 특히 흑인이라는 이유로 갖은 협박과 살해의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서도 끝내 신념을 져버리지 않고 길을 걸어간 또 그 길에 가족과 동행한 그 과정들에 시선을 떼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나는 내가 맞서고 있는 적의 진짜 성격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나는 힐러리 클린턴이나 존 에드워즈나 심지어 공화당 후보와 맞서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과거의 무지막지한 무게, 그로 인한 무기력 , 숙명론, 두려움과 맞서고 있었다.p178


선거 운동이 진행되는 동안 미셸은 - 그녀의 고조할아버지는 사우스캐롤라이나 벼농사 농장에서 노예의 자식으로 태어났다- 악의 없는 흑인 여성들로부터 선거에서 지는 쪽이 남편을 잃는 쪽보다 나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당선되면 틀림없이 암살당하리라는 의미였다. 희망과 변화는 사치라고, 열기에 시들어버릴 외래종 식물이라고 주민들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p179



2장에서 주로 캠프에 참여했던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이 그려지는데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모습과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사람들과의 관계가 경직되고 활동의 범위가 좁아지는 상황에서 느껴지는 고립감 등이 인상적이었다.  



3장에서는 백악관에 입성한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이 그려질 것이다. 자 이제 어떤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으려나. 크고 무겁고 두껍지만 너무 재밌는 저 책과 또 한바탕 씨름을 해봐야겠다.



※ 책을 읽으며 '환호작약'이란 단어를 보고 이 번역가님이 얼마나 대단한 고생을 하셨을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어떤 문장에서는 조금 꼬인듯한 말에 어안이 벙벙해질 때도 있었는데 아마도 오바마 대통령이 말을 길게 쓰면서 뭔가 우리말로 풀어내기 어려웠던 부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그린우드를 떠난 후에도 그날 내내 운동원 중 누군가를 가리키며 자꾸 물었다. "준비됐어?" 결국 이 문구는 선거 집회 구호가 되었다. 이렇듯 도식할 수 없는 측면, 계획이나 분석을 거부하는 측면이야말로 정치에서 가장 큰 즐거움을 주었다. 이 측면이 효과를 발휘하면 우리는 선거운동이, 더 나아가 민주주의가 독창이 아니라 합창임을 깨닫게 된다. - P140

블랙 아메리카가 있고 화이트 아메리카가 있고 라틴 아메리카가 있고 아시안 아메리카가 있는 게 아닙니다. 아메리카 합중국이 있는 것입니다" - P162

" 때로는 해야 하는 일을 그저 해야 할 때도 있단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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