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말이 늦어요 - 집에서 직접 하는 엄마표 현실 언어치료
서유리 지음 / 카시오페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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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읽으면서 머릿속에서 말이 솟아나올 것 같은 기분, 참 오랜만에 느낀다.

왜냐하면 책을 읽으며 너무 화가 치밀어 올랐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 서유리' 님과 그녀의 아이 '꿈'이에게 화가 났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평균적이라고 말하는 영유아 검사 항목에 화가난 것이다. 대체 이런 기준은 어디서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예전에 딱 한번 영유아 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당시 우리 아이는 또래에 비해 발달 상황이 늦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다지 문제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발달이라는 것은 그것도 영유아 발달이라는 것은 아이마다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다면 어느 정도 너그러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언어영역에서 체크할 부분이 없던 아이였기에 그대로 제출하게 되었다. 그런데 간호사분이 심각한 표정으로 나오시면서 이렇게 제출하면 점수가 너무 낮게 나온다면서 고쳐보라고 다시 돌려주시는 게 아닌가?  영유아 검진이라는 것은 아이의 발달 상황을 체크할 뿐 아니라 문제되는 상황은 없는지 체크할 수단이어야 한다. 혹시 언어적인 발달 지연이 자페적인 성향(혹은 또다른 발달상의 특정한 문제)의 문제는 아닌지를 관찰하는 '도구'로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너무 영유아 발달 영역이라는 틀에 끼워맞춰 아이를 판단하고 있지는 않나 생각해볼 문제다. 상담을 통해 아이에게 특별한 문제는 없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 혹시 이후에 언어 발달이 늦는다면 그때는 전문 기관에 도움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는 조언을 얻었을 뿐이다. 



33월 우리 아이의 언어 발달은 또래에 비해 꽤 늦은 편이다. 처음 엄마라는 단어는 정말 일찍 터졌고 꽤 오래 지나서 아빠라는 말을 하다가 다음 말이 오빠였다. 내가 신랑을 부르는 소리를 흉내내는 소리였는데 자동차를 밀고 다니면서 '엄마아빠오빠'라며 중얼중얼 매일 반복 되었다. 그러다 30개월이 넘어서야 '안해, 안먹어, 안가, 와봐'라는 단어를 표현하긴 하지만 아주 가끔 부정확한 소리로 말을 하기도 한다. 지금 이 상황에서 언어치료 센터를 다녀볼 수 있지만 나는 기다리는 중이다. 언어가 발화되어 나오는 과정은 오직 '아이'에게 달려있기 때문에 뜸을 들이는 심정으로 딱 아이의 세돌 까지만 기다리다가 그래도 발전이 없으면 여러 기관에 도움을 받아볼 생각이다. 



이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핵심 포인트는 아이의 발달 상태가 이전보다 변화되고 있는 것인가를 체크하는 일이다. 한 달 전보다 신체적인 능력이 향상되어 가고 언어를 이해하는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간단한 심부름을 시키면 수행할 수 있는 이해력이 향상되어 가고 있는가 그리고 사회성(상호작용)이 발달해가고 있는가를  체크하면서 상황을 지켜볼 뿐이다. 우리 아이는 꾸준한 변화가 보인다. 확확 눈에 띄게 보이진 않지만 그전에 표현하지 못했거나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에 소통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너무 활동적인 아이고 흥이 많은 아이라 눈마주칠 시간이 없었는데 요즘은 부르면 꽤 눈을 맞추고 입을 쳐다보는 시간이 길어져간다. 그러면 단어를 말할 때 천천히 길게 말을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아이의 언어가 자연 발화되어 빛을 보여주지 않을까.



나는 왜  책에 화가난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책의 표지에 적인 "치료"라는 단어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책에 등장하는 아이 꿈이의 성장을 보면 지극히 정상적으로 보인다. 엄마의 언어 개입이 아이의 발달에 자극을 주었고 더 많은 발화가된 힘이라고 판단된다. 24개월에 말문이 트이지 않아 걱정이었지만 33개월에는 표현하는 단어가 제법 되었다. 영유아 발달 검사를 토대로하자면 비교적 늦은 수준일지 몰라도 우리 아이를 기준으로 보자면 꽤 발화가 된 상태였으며 엄마의 놀이 활동 덕분에 더 많은 표현이 가능하게 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과정을 굳이 '치료'라고 해야하나? 생각해볼 문제다. 차라리 '엄마표 언어놀이'라고 했다면 받아들이기 쉬웠을 것이다. 우리는 너무 '치료'라는 단어를 쉽게 받아들이고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것도 아직 작고 작은 씨앗 같은 아이를 대상으로 말이다.



 아동 복지과를 졸업하고 유아교육 기관에서 5년여 정도를 근무하며 참 다양한 아이와 부모님을 만났다. 다 꽃같이 이쁘고 사랑스러웠던 아이들이었지만 같은 연령 같은 개월 수라도 아이들의 발달 상황은 천차만별 이었다. 그런 아이들은 다들 각자만의 방식으로 성장을 해갔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적절한 보육 환경과 양육 시스템이지만 더더욱 절실히 필요한 것은 뜸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아이를 바라볼 수 있는 어른들의 역할인 것 같다. 아이에게 특정한 발달의 문제점을 필히 체크하되 그게 아니라고 판단된다면 기다려볼 수 있는 기다림, 그것은 양육자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언어 발달이 느린보 같은 내 아이를 키우는 나에게 하는 말이자 지키고 싶은 다짐인지도 모르겠다. 기다리겠노라고. 네 스스로 빛처럼 환하게 발화되는 그 시간까지. 언제나 어느 순간에나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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