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세 골든타임 책육아
남미영 지음 / 스마트베어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며칠 있으면 33개월을 맞이하는 우리 아이는 언어 발달이 무척 느린 편이다. 비언어적인 부분에서 의사소통, 예를 들어 원하는 물건을 얻기 위해 그림을 손으로 가리키거나 물건을 가지고 와서 뚜껑을 열어달라는 제스처등은 기막히게 표현해 때때로 놀랍게 한다. 그러나 언어적인 측면에서 가끔 '안해' '안먹어'' 안가' '아파'등 표현할 때가 있지만 그게 너무 가끔하는 편이라 언어적인 측면에서 보완적으로 도움을 주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그런 필요에 의해 책을 더욱 가까이 두는 편이다.


 

 아이의 독서 스타일은 참 흥미롭다. 아침에 눈을 뜨면 좋아하는 책을 가지고 나와 읽어달라는 신호로 아침을 맞이했다. 그리고 하루종일 손을 잡아끌고 읽고 또 읽고 또 읽자며 졸라댔다. 때때로 너무 힘든 나머지 책장에 몰래 숨겨두며 잠시 상황을 모면했던 적도 있지만 며칠 후 난장판이 된 책장에서 좋아하는 책을 찾은 아이가 함박 웃음을 지으며 읽어 달라고 쫓아올땐 귀여운 꼬마 악마로 보이기도 했다.  방안 가득 책을 세워서 집만드는 놀이에 빠져보기도 하고, 좋아하는 기차에 좋아하는 책을 가득 싣고서 밀고 다니다가 기차 바퀴가 안굴러간다고 울기도 했으며 물놀이를 할 때 좋아하는 책을 물속에 집어 넣어서 물에 젖은 책이 수두룩하다. 책마다 좋아하는 기차 그림을 그려 넣어서 기차도 보고 좋아하는 그림도 즐기며 추억을 담기도 하고 외출할때 좋아하는 책을 모조리 들고 가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눈물바람으로 데리고 나가야했던 적도 수두룩하다. 아이에게 책은 "좋아하는, 즐거운" 대상이며 늘 곁에 함께 있기를 원했고 반복해서 읽으며 즐거움을 가득 쌓아간다.








오랜 시간 독서를 즐기고 있는 나 역시 책은 '즐거움'의 대상이다. 그 즐거움의 대상에  제한적 영역은 없다. 에세이, 소설, 경제, 어학, 만화,  실용서, 육아서등 흥미가 있고 궁금함이 생기면 어떤 분야든 가리지 않고 책을 구입하거나 빌려서 읽곤 한다. 때때로 받는 위로  때때로 받는 에너지 뿐 아니라 책마다 넘쳐흐르는 호기심을 충족해주는 '책읽기의 기쁨'은 끊임없이 독서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내게 독서는 그렇게 '즐거움' 그 자체인 셈이지만 아이처럼 한 권의 책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지는 않는다. 그런 면에서 아이의 독서 습관이 부럽다. 나도 아이처럼 한 권의 책을 무한 반복해 읽으며 더 깊게 느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곧 포기하고 만다. 왜냐하면 읽고 싶은 책이 너무나 많으니까. 그런데 아이들은 이렇게 많은 책 중에서 어떻게 좋아하는 책만 반복해서 읽을 수 있을까. 왜 어른인 나는 그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다른 책으로 넘어가는 것일까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그래서 때때로 나는 아이처럼 독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의미에서 <골든타임 책육아>는 읽는 동안  불편한 마음이 컸다. 처음 이 책을 구입했을 당시에는 연령별 그림책을 소개하고 책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를 소개하는 책일거라 짐작을 했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0~6세 까지 연령별 육아에 대한 조언과 연령별 독서요령에 대한 설명으로만 언급된 내용이었는데 그 내용이 다소 '학습적'인 부분에 치중된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거웠다.




예를 들어 0~6세 까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아이의 뇌 발달과 연계가 있음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성적의 상위권에 있는 아이들은 중상위층에서 책을 읽고 성장한 아이들이었고 성적이 하위권에 있는 아이들은 유년기시절 책 읽기를 하지 못했던 저소득층 아이었다고 설명하는 부분들이나 뇌를 똑똑하게  만들지 우둔하게 만들지는 독서가 결정한다던 이야기들이 다소 불편한 마음을 갖게 했다.  유년기 시절 독서를 좋아해 세계적인 부자가된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게이츠를 잠시 언급하는 부분도 그러하다.  빌게이츠의 아버지가 지은 책 <게이츠가 게이츠에게>라는 책에보면 유년기 시절 빌게이츠가 얼마나 책을 좋아하는지 언급되는 부분이 있고 가족이 책을 관계로 어떻게 소통하면 좋은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담겨있기에 기억에 오래 남아있다. 그래서 빌게이츠의 책 사랑이 유별났다는 점도 익히 알고 있다. 책을 통해 성장했고 대부호가 된 지금에도 책 읽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하나 짚어봐야 할 부분. 그의 도덕성까지 좋았다고 할 수 있을까. 현재 황혼이혼의 배경이 된 불륜스캔들은 무시한채 책 읽기로 성공했던 그의 삶을 아이에게 표본으로 말할 수 있을까. 또 한사람의 예로 일론 머스크. 책에 언급된 부분은 아니지만 일론 머스크 역시 어린시절 과학 소설을 탐닉했고 현재도 책을 가까이하는 '괴짜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은 테슬라의 창업자이자 시대를 선도하고 있는 멋진사람. 그러나 그의 변덕스런 말 한마디에 가상화폐 시장을 들쑥날쑥 만들어 버리는 그의 태도는 과연 합당할까. 결론적으로 독서는 '성공'이라는  수식어가 틀린말은 아니지만 그들의 '도덕성'까지 설명할 수 있을까. 아이에게 멋진 사람이라고 소개할 수 있을지는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으로.



역시 더 아쉬웠던 부분은 책읽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 부모의 독서습관에 관한 조언이 담긴 부분이다. 아이에게 책 읽기는 '행복하고 즐거운 것'이라는 인식을 위해 아이 앞에서 책을 읽을 때는 늘 밝은 표정으로 웃으면서 읽어라는 부분이나, 책은 앞에서 뒤로 읽어야 한다고 가르쳐야 한다는 부분이 그랬다.  아이를 위해서 라는 면목으로 책 내용과는 상관없이 ' 밝고 즐겁게'라는 표정은 억지스럽지 않을까.  또 아이들은 좋아하는 책은 좋아하는 그림에서 부터 출발한다.  그 부분이 어느 페이지건 상관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부분을 읽고 또 읽으며 즐거워할 뿐이다.  어떤 날은 중간에서 시작해 뒤죽박죽 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뒷 부분에서 시작해 앞으로 넘어오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앞 표지에서 시작해서 마지막 표지까지 샅샅이 읽어내기도 한다. 그런 아이에게 책은 앞에서 부터 뒤로 읽는 것이라고 꼭 알려줄 필요가 있을까.



내가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은 이 책이 '학습적'인 부분에 치중한 나머지 '책 읽기의 즐거움'에 관한 이야기가 빠진듯 하다. 책육아의 제일 기본은 아이의 관심사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떻게 하면 아이의 관심 영역을 확대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아이가 관심을 갖는 책을 더 빨리 찾을 수 있을지에 관한 노하우나 정보가 없다는 부분도 그렇고 연령별로 나뉘는 한계성이 아쉽다. 마지막으로 책을 구입할 때는 가급적 새책으로 사줘야 한다고 이야기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아이가 관심있어 하는 책은 중고로 검색해서  깨끗한 중고책은 감사한 마음으로 사들인다. 또 없으면 새책으로 구입해 아이와 읽는다. 이때 아이가 중고책이라고 해서 느낌이 다르다거나 읽지 않겠다 거부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저 엄마랑 함께 읽고 있다는 것이 아이에게는 즐거움일 뿐이다. 그게 중고책이라고 해서 아이가 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은 온전히 어른의 시선이 아닐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마냥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학습적인 부분만 살짝 걷어내면 연령별 육아팁에서 아이와 책을 읽으며 발생하는 문제점등에 관한 조언들이 눈여겨볼 만하다. 또 말이 느린 아이를 위한 소상한 팁도 유용해서 노트에 기록해 냉장고에 부착하고 수시로 노력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특히 실천 가능했던 팁 중에서 '아이의 감정에 호소하라'는 부분이 좋았다. 책을 잘 찢는 아이에게 책을 찢으면 아프니 반창고를 붙여주며 감정에 호소하라던 이야기. 바로 찢어진 책에 실천을 해봤다. 아이에게 반창고를 붙여주게 하니 호호~하고 뽀뽀하듯 불어준다. 이런 방법을 이제라도 알게되어 감사했다.







아이에게 독서습관을 만들어 줄때 가장 좋은 점은 아이 주변에 책을 잔뜩 늘어놓는 것이다. 평소에 잘 보는 책과 관심 있어 할 만한 소재의 책들을 주변에 늘어놓으면 놀다가 집어 들고 지나가다가 집어 들며 앉아서 휙휙 넘겨 읽는 시늉을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아이가 책을 함께 읽자고 들고 오면  몇번이고 읽어줄 수 있는 인내심과 넉넉한 마음이 아닐까 싶다. 그러면 알게된다. 책 읽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그 천진하고도 순수한 마음에 중독 되어 당분간 독서 슬펌프는 얼씬도 못할것 같다. 아이에게 책은 '즐거움' 그 자체인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