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3
2021년 6월 2일 새벽 4시.
뒤척이는 아이 때문에 잠이 깼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제 분명히 아이를 재우고 책을 읽고 자야겠다 생각했는데 그대로 잠들어버린 모양이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거실로 나와 읽다만 페이지를 펼쳐들었다.
어제에 이어 테이퍼링에 관련된 글을 읽고 있는데 유튜브로 들었을 때보다 책으로 읽으니 이해도 잘 되고 정리도 잘 되는 것 같다. 유튜브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무척 많지만 어쨌거나 '공부한다'라는 개념만으로 놓고 보자면 영상을 시청하면서 들이는 시간에 비해 머리속에 정리되는 양이 짧다. 20분이건 30분이건 흘려듣기만 하다보면 내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를 잘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으로 읽다보면 내가 모르는 부분에서 멈춰서 생각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들이기 때문에 훨씬 더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것 같은데 일례로 '양적 완화"가 그렇다.
내가 알고 있던 '양적완화'란 경기가 침체에 빠졌을때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해서 경기를 안정시킨다'고만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책에서 이런 글을 읽게 되었다.
금리가 0%인 상황에서 금리를 더 이상 내릴 수 없는데 경기 침체에 빠지는 상황이 오면 연준(연방준비제도)에서는 직접 자산(국채 및 MBS 채권)을 매입한다. 당시 (2008년) 연준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는 이를 '대규모 자산 매입'으로 불러주길 원했지만 금융업계에서는 '양적완화'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두 개가 서로 같은 말이라고 생각되나요? 버냉키가 '신용완화'라는 용어를 강조했던 이유를 아는 게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연준이 돈을 푸는 이유가 '자산 가격의 하락을 막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자산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서 연준이 모든 자산을 직접 매입할 수는 없습니다. 그 대신 장기채권을 매입해 장기금리의 하락(혹은 진정)을 유도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낮아진 채권금리는 시장에서 더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환경이 됐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따라서 낮은 금리로 돈을 더 빌려서 다른 자산을 구입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이로써 자산 가격은 안정화되는 것이랍니다." P73
그런데 이 부분을 읽고 머리를 긁적긁적. 보통적으로 물건이 시장에 쏟아진다 그러면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늘어 가격이 하락한다는게 일반적인데 시장에 채권이 늘어나면 채권 금리 가격이 하락하고 반대로 채권을 연준에서 사들이면 채권이 줄어들면서 채권 금리가 상승해야 하는게 아닌가. 그런데 책에 설명대로라면 연준에서 채권을 대거 사들이면 채권 금리가 떨어진다고 되어있다. 그렇다면 채권이 시장에 유통되는 것이 적을수록 금리가 낮아지는가 보다.
이렇게 양적완화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 생각했는데 조금만 더 깊게 파보면 버벅거리는 부분들이 발생하는 것. 이런 부분은 책을 읽고 공부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기에 유튜브 시청 시간보다 책읽는 시간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다.
더불어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돈)을 공급해 안정시키는 연준의 창고는 이런 이유 때문에 자산 속도가 빨리 증식하고 있다고 한다. 2009년 1조 2000억 달러였던 자산이 2020년 6월 10일에는 7조 1500억 달러까지 증가했다고, 연준의 자산이 증식하게 되었다는 말은 '만기가 되어서 상환되는 채권의 규모만큼 재투자하는 것은 물론 그 이상으로 더 산다는 것'(P81)을 의미한다고,
그렇지만 연준에서는 이런 상황을 계속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채권을 사는 비중을 줄이겠다는 발표를 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테이퍼링'이라고. 다시 말해 테이퍼링은 '서서히 줄이겠다, 점점 줄어든다'는 의미이지 긴축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고. 그러나 2013년 금융시장에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그 일로 '테이퍼 텐트럼'이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하는데 텐트럼은 '성질을 부리다'.'역정을 내다'라는 뜻이라고 한다.(P89)
이런 일화(유동성을 공급했던 연준이 갑자기 테이퍼링을 언급해 테이퍼 텐트럼을 일으킨) 때문에 연준에 입장을 사람들은 잘 믿지 않고 언제 다시 테이퍼 텐트럼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생각에 잔뜩 긴장된 시장의 분위기가 감지되는가 보다. 하지만 이효석 저자는 연준의 입장을 받아들이고 믿어야한다 주장한다. 또 그런 동영상을 자주 봤는데 이유는 연준이 일으킨 테이퍼 텐트럼으로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을 경험했기 때문에 섣불리 나서진 않을 것이라는 입장인거 같다. 2013년 연준이 테이퍼링을 언급하고 긴축이 되기까지 무려 6년(2018년) 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임을 느끼게 된다. 어쨌거나 키를 쥐고 있는 곳에 답이 있을터, 연준의 입장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과거의 사례가 있으니 좀 진정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벌써 몇달째 박스권에 갇힌 시장이 답답하고 탈출욕구를 불러 일으키니 말이다. 이렇게 정리하다 보니 새벽 5시가 넘었다. 이제 책을 좀 더 읽다가 조금 졸다가 아침 준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