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장 엄마의 영어책 읽기 습관 - 아이를 키우면서 나를 잃지 않는 법
장정아 지음 / 레몬컬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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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책 1권을 완독했다. 그동안 아이를 재우며 한 손에 휴대폰을 쥐고 전자책을 읽다가 온전한 책 한 권 손에 쥐고 한 장씩 읽어나가는 재미, 읽던 페이지가 덮일세라 손에 잡히는 관리비 용지를 사이에 끼워 넣거나 책날개를 사이에 끼워가며 읽다가 아이 손에 빼앗겨 읽던 페이지가 사라져버리면 다시 한 장씩 읽어가며 읽던 부분을 찾아가던 재미까지 느끼게 해준 고마운 책. 물론 전자책으로도 완독은 했지만 전자책의 허전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완독을 했어도 한 것인지 의문만 쌓이던, 실체가 없는 것에 실체를 찾아가는 뭐 그런 요상한 기분에서 벗어나 비로소 완전히 한 권 끝났구나. 아직 내 독서력은 죽지 않았다는 작은 성취감을 맛보게 해준 책이다. 육아하며 성취감을 얻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던가!


아이가 성장하면 할수록 참 아이러니하게도 뿌듯함 만큼이나 공허해지는 마음을 알아차린 건 꽤 오래전인 것 같다.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보려 발버둥도 쳐보고 잔뜩 할 일 꾸러미를 풀어놓고 꿈에 부풀어 계획을 그려봐도 그 실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시간이 없으니, 피곤하니 온전히 시간을 빼내기 힘들다는 여러 변명만 잔뜩 부풀린 체... 그 과정 속에서 딱 하나 그래도 영어만큼은 해내고 싶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영어는 필수 항목이 될 텐데 그 과정에서 책을 통해 함께 소통하며 그렇게 성장하고 싶었으니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29개월인 된 아이는 슈퍼심플송, 코코멜론, 데이브 앤 에바를 너무 좋아해서 온종일 배경음악으로 틀어놓고 생활하는데 정말 아쉬운 것은 내 영어실력이었다. 아이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회화를 할 수 있었더라면 내가 좀 더 풍부한 회화 실력을 있었더라면 아이가 더 즐겁게 받아들일 텐데 하는 아쉬움 들. 아쉬운 마음으로 영어 동요를 외워 놀이할 때 자주 불러주곤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 이 책 < 하루 한 장 엄마의 영어책 읽기 습관>이 눈에 띄어 주문하고 도착하는 대로 서둘로 읽게 되었다.



구성은 총 4챕터로 이뤄졌다. 첫 챕터에는 영어 원서 읽기가 필요한 이유를 이야기한다. 육아에서 오는 공허함과 무기력함에서 벗어나고자 가장 좋아했고 잘하는 부분을 떠올렸던 저자는 과거 외국 항공사 승무원이 되기 위해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고 승무원을 거쳐 영어 강사가 되기까지의 일들을 회상하며 다시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전화영어를 시작했고 공인어학시험인 OPIc에서 만족할 점수를 얻어냈지만 마음에 가득 찬 공허함이 사라지지 않더라던. 그래서 고민하던 중 책장에서 꺼내 읽게 된 스펜서 존슨이 쓴 <선물 The present>를 원서로 읽으며 좋은 구절을 만나 비로소 무기력과 공허함을 떨쳐낼 수 있었다는 이야기. 그러면서 저자는 이야기한다.



'이것만 하면 행복할 거야'라는 생각으로는 어떤 행복도 얻을 수 없다고. 행복은 이미 있는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얻어 가는 과정에서 생긴다고. p29


이후 마이크 비킹이 쓴 <휘게 라이프, 편안하게 함께 따뜻하게 The Little Book Of Hygge>나 잭 캔필드의 <Chicken Soup for the Expectant Mother's Soul>등을 읽으며 많은 위로를 받게 되면서 원서 읽기를 꾸준히 하게 되었다고.


두 번째 챕터에는 영어 원서 읽기의 실천 공식을 담고 있다.

실행 첫 번째로 영어 원서라고 하면 쫄고 마는 이 시대의 맘들에게 쫄지 않는 처방전으로 ' 자신의 장점과 성취 경험을 적어보라'라는 조언이다. 작은 성취감이라도 적어가다 보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는. 그리고 <자존감 수업>을 토대로 일단 움직이거나 몸부림쳐보라는 주문을 건다. 인상적인 부분은 김미경 강사님이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영어로 강의한 사연을 소개하며 50대에 시작한 영어였지만 55세가 되던 해 영어로 강의도 하고 인터뷰도 하시는 등의 일화를 들려준다. 그러니 늦은 나이는 없다고. 일단 시작해보라고. 감정이 행동을 이끄는 것 같지만 행동과 감정은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라는 <자존감 수업>의 한 대목도 살포시 일러준다.



그렇다면 정말 궁금해지는 부분이 생긴다. 도대체 육아를 하면서 어떻게 책 읽을 시간을 확보한단 말인가! 이에 대한 대답으로 저자는 아이가 혼자 놀이할 때 틈새 시간을 활용해 책을 펼치거나, 아이와 놀아줄 때 배경음악처럼 깔아놓는 영어 cd를 활용해서 영어 동요를 외우고 부르기 혹은 아이 애니메이션 시청 시간에 가 이유와 같은 생활 영어 애니메이션을 함께 시청하며 동시에 말하는 쉐도잉 훈련을 통해 영어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이어갈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런 활동들에 집중한 나머지 엄마의 기력을 모두 소진하면 안 된다는 주의점도 눈길이 머문다.


' 누구에게나 똑같이 24시간이 주어진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하루를 40시간처럼 살기도 하고 10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처럼 살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미 심신이 지친 엄마들에게 1분도 허투루 쓰지 말라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자신의 삶에서 무엇을 추구하는지, 중요한 게 무엇인지 파악해서 그것을 중심으로 일상의 흐름을 재배치해보라는 이야기다.'p66



그러므로 자신이 좋아하는 장소에서 좋아하는 시간을 선정하고 자신의 취향이 무엇인지를 살펴 좋은 원서 한 권으로 시작해보라는 부분으로 챕터 2는 구성되었다.



챕터 3 영어 읽기 활용법에서는 원서 읽기에 앞서 자신에게 꼭 맞는 수준별 원서 고르는 팁이 있는데 한 페이지에 모르는 단어가 2~3개 정도가 나올 때 읽기 수준에 적절한 원서라고 생각한다고. 이 대목을 읽으니 <영어 그림책의 기적>을 쓰신 전은주님이 자신에게 알맞은 책을 고르는 캐나다 학교의 '파이브 핑거 룰'이라던 규칙이 떠올랐다.

캐나다 학교에는 도서관에 주먹 그림이 붙어있다고. 책을 읽을 때 주먹을 쥐고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손가락을 펴는데 한 페이지에 0~1개는 너무 쉽고, 2~3개는 지금 읽기 딱 좋은 책, 4~5개면 한번 노력해봐라 5개 이상이면 너무 어려우니 다른 책을 읽어보라는 룰이라고 한다. 이 파이브 핑거 룰은 아이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새로운 책을 읽게 될 때 사용해볼 수 있는 방법인듯하다.



원서 읽기를 하며 지치지 않기 위해 구체적이고 정확한 목표를 세우는 일이 무척 중요하다 강조하며 정해진 장소에서 읽을 수 있는 각종 팁을 이야기한다. 원서 읽기 루틴을 만들기 위한 과정으로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읽을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정하되 하루도 빠짐없이 작은 분량이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조금씩 성취감을 쌓게 되면서 자신감도 얻고 즐거움도 찾게 된다던 이야기를 다룬다. 더 나아가 원서 읽기를 넘어 좋은 구절을 필사하고 필사에 자신의 생각을 덫데여 나가면 먼 훗날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변화해가고 있는지 느낄 수 있는 좋은 일기장 같은 역할이 되며 필사한 문장을 변형해 영작하기나 오디오북을 활용해 쉐도잉하며 자신의 영어 스킬을 키울 수 있는 노하우도 전수하고 있다.



책 속에는 민트색 페이지에 별도 가이드 라인이 함께 제시되는데 원서 읽기도 단순하게 읽고 필사하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단어를 찾고 정리하기까지 세부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 예로 1단계에서는 5분 읽기 → 모르는 단어 형광펜으로 표시하기 → 사전에서 뜻 찾아 적어두기(모르는 단어는 꼭 3번씩 따라 말해보기) → 필사할 문장을 형광펜으로 표시해두기( 5권 정도의 초급 과정의 책을 읽었다면 2단계로 넘어간다)



가이드라인을 읽으며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막연히 책을 읽고 필사하고 정리한다는 광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하루 딱 5분 10분 20분 등등으로 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에 집중적으로 해낸다는 점이다. 어떤 일을 하다보면 사람은 참 늘어지기 쉽다. 필사를 하다 화이트나 지우개를 찾다가 집중력이 흐트러지거나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찾는다고 휴대폰 키고 들여다보다가 다른데 정신이 팔려버리는 경험을 자주해본 사람으로서 모르는 단어를 바로 찾지 말고 각종 펜으로 표시를 해둔 후 책을 읽은 후 찾아보자는 조언이나 (이때 중요한 점은 모르는 것을 절대 그냥 넘어가지는 말자이다) 딱 알맞은 시간을 정해서 재미와 집중력을 놓치지 않게 유지시켜 준다는 점이다.






마지막 챕터에는 원서 읽기를 통해 얻게 된 안정감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타인을 돕고 번역가라는 새로운 꿈을 품게 된 사연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곧 우리 자신이다'p200 라는 말에 너무 뜨끔했다. 어쩌면 육아라는 시공간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해보려고 조금이라도 내 시간을 쓰고 싶어서 아주 간단하게 과자나 빵으로 때로는 거뜬하게 한끼 정도야 물로 채워버리고 마는. 때로는 앉을 시간도 아까워 씽크대에 서서 후루룩 마셔버리는 마는. 그럴때 언뜻 '내가 나를 아껴주지 않는데 누가 나를 아껴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모두가 이런 비슷한 환경과 생활 속에서 육아를 하면서도 나름대로 자신을 치유하며 생활하는 모습에 책을 읽으며 많은 공감을 했고 위로를 받았다.



이 책 속에는 무수히 많은 책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가 그간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또 위로받았는지 느껴지기도 했고 익숙한 책들에 관한 이야기가 많아서 공감이 되면서 읽고 싶은 책들이 잔뜩 생겼다. 같은 연령의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반가움과 아이를 키우며 느껴지는 현실과 육아 사이의 괴리율에 괴로웠던 심정에 깊은 안도와 공감을 했음을 잠시나마 마음이 정말 평온해지는 안락함을 맛보았음을 고백한다. 

영어공부, 원서읽기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시간을 들이고 가꿔 나가다보면 미래에는 더 큰 꿈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들. 마치 육아로 지치고 괴로운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처방전을 받은 기분이 든다.



그러나 조금 아쉬운 부분은 '엄마표 영어'라는 주제로 책을 읽어왔던 사람에게는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의 영어 공부'라는 타이틀이지만 들여다보면 결국 아이와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영어라는 측면으로 살펴봐도 틀리지 않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 더 아쉬운 점은 초급에서부터 상급까지 읽을 수 있는 책들을 소개하고는 있지만 나 같은 왕왕 초보자들 그러니까 알파벳은 알되 문법 기반이 너무 약한 사람들이 시작할 수 있는 노하우 팁을 상세하게 소개하지는 않는다. '엄마표 영어' 책들을 살펴보면 모두 원서 읽기를 지금 막 시작하셔도 무리 없으신 분들의 이야기였다는 점이 아쉽다. 다시 생각해보자면 원서를 읽으려는데 문법도 모르고 어떻게 읽어!라고 돌을 던지신다면 그 말이 맞다 고개를 끄덕거릴 것이다. 그래서 아주 무에서 유를 창출(?) 하기 위한 팁들 노력들 정리 법 등 그런 이야기를 다룬 책을 아직 만나지 못한 게 언제나 아쉽다. 그런 책이 있긴 한 걸까 싶은 궁금증도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엄마표 영어'를 처음 생각하시는 분들이거나 '엄마로 살면서 뭔가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시는 분들' 혹은 육아로 지친 마음에 한줄기 위로와 공감과 덤으로 책 좋아하고 배움을 좋아하는 언니(사실 나보다 배움이 많으신 분들은 다~ 언니다)의 기를 팍팍 받기 원하시는 분들을 위한 좋은 안내서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2018년 1월 27일. 열 달 전 선물처럼 찾아온 아이가 드디어 세상에 태어났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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