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보인다, 나의 특별한 실험책 - 자연의 아이들
라이너 쾨테 지음, 이자벨레 딘터 그림, 김영귀 옮김 / 풀빛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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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무한한 가능성이 존재한다. 호기심에 충만한 어린이들은 사소한 변화도 빨리 감지해내고, 다양한 체험으로 넓고 깊은 사고를 발휘하는 능력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떤 시기보다 더 폭 넓은 경험을 만들어 주고 빨리 원리를 체득하게 하여 과학의 기초 원리를 미리 탄탄히 다져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어려운 과정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이를 위해 직접 보고 느끼는 여러가지 과학실험은 꼭 필요함에 분명하다.

사실 아이들에게 다양한 과학실험을 접하게 하는 데는 무리수가 적지 않다. 그렇다고 주위에 과학의 기초 원리와 실험을 소개한 도서가 적다고 할 순 없다. 단지 대부분의 우리 주변의 과학 도서는 구하기 어려운 교구 위주의 실험을 소개하고 있고, 과학지식을 잘 모르는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힘든 용어가 무수히 등장해 과학공부에 곤란함을 겪게 하거나 되려 과학의 흥미를 잃게하는 부작용을 낳곤 했다.
초등학교 과학 교과서만 펼쳐보더라도 입학하기 전에, 혹은 고학년으로 올라가기 전에 꼭 알고 넘어가야 하는 과학의 기본 원리와 시험에도 등장할 개념과 용어는 산더미처럼 많은데, 아이들 스스로 실험내용을 완벽하게 소화하게끔 하거나 원리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끔 만드는 특별한 방도가 없어 부모님의 입장이 난감했던 것은 사실이다.

나는 이 리뷰를 통해 이 모든 어려움과 부작용을 최소화한 도서가 풀빛에서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려 한다. 그 도서는 바로 "과학이 보인다, 나의 특별한 실험책"이다. 도서를 소개하기 앞서 기대만큼이나 도서 내용도 훌륭하고 만족스러웠음을 이 자리를 빌어 소개한다.

"나의 특별한 실험책"은 그 날 탐구 주제마다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간단한 실험 도구 만으로 신비한 자연 현상을 관찰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과학에 흥미 없어하고 어려워 하는 아이들도 친숙한 자연현상을 보다 더 폭넓게 바라보며 이해력을 키우고 자세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읽을 거리가 되어 준다.

단순히 물이 마르고 비가 내려 다시 어딘가로 스며드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아이들은, 최종적으로는 교과서에 등장하는 물의 순환 원리를 배운다. 또한 실험으로 알게된 용어들을 (습도, 구름, 일기예보같은 초등학교 저학년에 등장하는 단순한 개념) 알기쉬운 아이들의 언어로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고학년으로 갈수록 자주 등장하지만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용어인 표면장력, 광합성, 섭씨온도같은 개념들도 폭넓게 이해하고 머리속에 쏙쏙 들어오는 설명이 곁들여져 있다.
아주 쉽게 이해한 자연계의 특징적인 현상은 아이들의 눈높이를 높여주고, 그 원리를 쉽게 이해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껴 아이들로 하여금 과학의 매력을 한껏 느끼게 해 준다.

특히 과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꼭 이해하고 넘어가야 하는 기초 원리를 완전히 이해하고 나면,
창의력을 필요로 하고 고도의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도 거뜬히 해결하고 문제해결력이 자연스레 늘어난다. 이 도서에서 등장하는 실험의 내용이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생물의 습성과 일정한 자연법칙을 소개했기 ‹š문이다. 그래서 나중에 어려운 문제에 부딪치게 되더라도 아이들이 스스로 "모든 자연현상은 생활환경에 맞게 적응된 모습이다"라는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게 한다.

아이들은 과학에 거는 호기심이 대단하다.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지녔고, 알고나면 더 궁금해지기 ‹š문일 것이다. 일상의 무의식적인 변화도 과학의 원리를 알고나면 굉장한 흥미거리가 되기 마련이다. 옷걸이와 실로 만든 간이저울에 알류미늄 호일로 만든 봉투가 열기구가 되고, 지구의에 전등을 햇빛삼아 이리저리 비추어 보며 아이들은 날마다 해가 떠오르고 지는 모습을 상상한다.

간단한 준비물 만으로도 아이들 스스로 실험해보고 원리와 개념도 한꺼번에 깨우치기 때문에 이만큼 좋은 실험교재가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함께 보고 만지고 느끼며 깊은 탐구정신을 갖고 과학을 매우 가깝게 느낀다.

무엇보다도 "특별한 실험책"은 부모님의 도움이 보다 더 넓고 깊은 체험을 할 수 있게 한다.
모든 교육의 과정이 그렇듯, 도서속의 실험을 그대로 옮기기엔 다소 미숙한 아이들에겐 실수를 보듬어주며 실험 중의 오류를 교정해 줄 수 있는 지도자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 게다가 과학은 책상앞에서만 배우는 과목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자연현상과 무수한 순환의 법칙을 이미 무심코 지나치게 한 건 아닌지, 이제라도 아이의 과학교육에 대해 부모님께서는 일찌감치부터 고민해 보아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어린시절부터 편견을 깨고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을 받은 아이는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한다.
아이의 숨은 가능성을 일깨워 줄 수 있는 강력 도서로 "나의 특별한 실험책"을 추천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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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교사는 이렇게 가르친다
제임스 M. 배너 주니어.해럴드 C. 캐넌 지음, 이창신 옮김 / 풀빛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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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서를 읽으며 훌륭한 교사의 가치와 능력에 감탄하고 그들의 가르침을 몸소 체험하는 계기도 되었지만
과거 학생이였던 내가 지금껏 만난 교육자, 혹은 나름대로 누군가에게 배움을 주길 원하는 주변 사람들과 훌륭한 교사를 비교해보며 나름대로 유형별로 떠오르는 사람을 집어내기도 했고 변하지 않은 우리교육의 잘못과 뿌리박힌 채 퇴색되어 가는 스승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하는 계기가 되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요즘 교육을 바라보는 시선이 탐탁치 않다.
교사들끼리는 부정을 은폐하려만 들고, 나름대로 교육에 최선을 다하는 일부 교사들도 있지만 고루한 수업방식을 벗어나지 못한 채 가르침을 전수할 수 있다는 자격에 자부심만 느끼고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는 교사가 많다는 사실은 들어서도 알지만, 이미 배움을 경험해봐서도 안다.
늘 잘하는 아이에게 치이는 외톨이 아이는 외면당하고, 성적이 좋은 아이들을 편애하는 선생님은 전문화된 자신의 지식만이 교사의 자질이라 생각할 뿐이다. 그러나 전인적으로 그들의 잘못을 집어내는 일은 어렵지 않다. 때문에 이시대 진정하거나 훌륭한 교사를 거의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되었고 교사의 앞날은 불투명하게 되었다.

교사는 이미 스스로를 수업료를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교육노동자(전교조)로 치부해 버린 현실이다. 속으로는 교사들이 편하려고 하는 이기적인 행동밖에 더 돼겠냐는 생각을 했지만 그 선생님들 역시 나라로부터 학생들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자격과 명예를 인정받는 분들이기에 그 하나만으로도 그분들에게 엄숙함을 느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상은 기대할 수도 없었다. 나보다 한참 어른인, 내게 도움을 주는 교사의 자질을 논한다는 것 부터 그 부분은 민감한 문제라 생각했고 어찌되었든 어른이기에 자격여하를 불문하고 그냥 그 위치만으로도 대단해보였던 것 같다. 그러나 이번엔 새로운 시각으로 스스로 좋은 선생님과 그렇지 않은 선생님을 비판했다. 교사를 평가하는 기준도 바로잡았고, 진정한 교육은 무엇인지 이러한 현실속에 교육의 희망은 있는건지 지금 우리나라가 교사를 평가하는 기준은 옳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학생과 거리를 어느정도 두며 그들을 통솔할 줄 아는 교사가 많다. 그보다 효과적인 가르침을 위해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 그 자격을 인정받은 교사는 더 많다. 그러나 책임이 앞선 올바른 가치관을 지닌 교사, 자유로운 학습 여건하에 학생을 우위에 두는 교사, 학생의 상황에서 생각하는 교사, 교사의 참모습과 참된 가르침을 섬기는 교사는 아무도 없는 것 같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전지전능한 신도 실수를 하는데, 선생님 또한 아무리 완벽에 가깝다 해도 한참을 비뚫어진 채 고정된 현실속에서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실천하려는 의지를 보일 선생님도 몇 분 안계실 지도 모른다.

저자는 교사는 공식적으로 임명된 지식 발전의 전문가 집단일 뿐만 아니라 그들이 가진 명예와 권위로 학생의 이익을 추구하는 목적의식을 띄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글귀는 학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라는 말이였다. 자신의 명성을 고집하고 학생의 미래는 흔들려도 좋다는 생각으로 쉬운길만 택하는 지금의 교사들이 이 말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을 지나 교육개혁이 이루어지는 초기단계에서는 학생을 위해 귀 기울여주는 한 분 만으로도 천사표 선생님이 아닐까 생각된다.

학생들은 모르는 척 하고 있지만 모두들 알고 있다.
그가 스승인지, 교육노동자에 지나지 않는지를...

선생님들께 신임을 잃은 학생들도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지만, 그들을 이끌어 나가는 선생님들께서 스스로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스스로 노동자처럼 행동하는 교사에게는 학생에게도 노동자 대우를 받기 마련이다
학생을 따뜻한 품으로 받아주시는 스승님을 그리워 하는 지금 이 시점에서,
지금의 선생님들께서 진정한 교육자로 거듭나길 바란다면 "훌륭한 교사는 이렇게 가르친다"를 꼭 정독해주셨으면 한다.
마음속에 굳게 새길 말들은 굳게 새기고, 여러가지 교육 사례들을 통해 이제라도 최소한의 참교육 실천의지를 보여주신다면 교사의 앞날은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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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에 외계인이
웬디 오어 지음, 김난령 옮김 / 풀빛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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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나는 외계인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왜 그리 외계인이나 미지의 생명체에 대해 집착했는지, 단순한 호기심만으로도 그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고 조금이라도 외계생명체로 의심이 되면 늘 꼬리에 꼬리를 물며 외계인의 실존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렸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 이제는 외계인의 실체에 이해를 못 하며 이러한 이야기들 자체가 선뜻 납득하기 힘든 시기가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외계인은 지구상에서 가장 진화한 생명체이기도 하고(우주상에 생명체는 지구인 하나라는 편견을 깨고 우주 여러곳을 넘나드는 것 만으로도 이미 무한한 가능성을 예고 하고 있기 때문) 어찌보면 한낱 하등한 외계 생물체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등장인물 지드란은 전자에 속한다. 고도의 초능력으로 상대방에게 뇌파를 쏘아 보내는 것 만으로도 모든 정보를 빠른 속도로 교환하기도 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조종하여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누구든 그를 지배하에 둘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기에 지드란에게 처음부터 친구란 없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해도 그것은 하등한 생명체가 주인의 말에 절대적 복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과정 중의 하나이다. 마치 우리가 키우는 애완동물처럼, 지배대상에게 따뜻하게 대해주다가도 일방통행식의 명령을 내리고, 막다른 상황에선 고압적인 어조로 명령을 내리는 막연한 지배자의 역할이다.
지드란은 앤드루에게 그러한 존재였다. 그러나 앤드루는 지드란과는 다른 꿈을 꿨다. 지드란의 초능력을 활용해 자신의 힘이 막대해지고 모든것을 지배할 수 있는 위치에 도달해 결국 쉽사리 얻은 초능력으로 지드란을 애완동물 삼아 이 세상을 정복할거라는 야망이 있었다.

서로는 서로에게 지배관계에 놓인 줄을 모르고, 자신들이 의도하는대로 서로를 조종했다. 다만 앤드루는 서로를 지배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한참 뒤에야 깨달았다. 앤드루가 그런 생각까지 미치기엔 너무 어리기도 했지만 앤드루는 지드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처음엔 그냥 머리속에서 떠오르는 생각의 파장에 충실하고만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드란은 앤드루를 자신이 필요한 노예로 만들고자 했을 뿐이였다. 이 모든 사실이 서로에게 전제된 여행이 그다지 유쾌하다고만은 볼 수 없을 것이다. 처음엔 서로의 존재에 만족스러워 하지만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던 사이에 서로를 넘보고 있다면, 그들은 절대로 친구가 될 수 없을 것 같았다.
갑자기 모든 초능력이 어린 꼬마아이에게 한꺼번에 밀려들때, 그 벅찬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겠지만 그 초능력이 단순한 능력이 아니고, 영원한 부담감으로 다가올 거라는 것을 알게 된 이상 그 과정을 쉽게만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 같다.그러나 앤드루는 그 모든것을 초월하고 있었다. 쉽게 이해할 수 없겠지만,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라고만 생각하지 않고 스스로 억울한 상황을 극복하려 노력했다.

사실 처음엔 초능력을 갖게된다는 것 자체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기쁨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나 역시도 앤드루가 부럽기도 했고, 잘만 사용한다면 영원히 흥미의 대상이 될거라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지배관계에 놓인 지드란의 사탕발림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차피 둘의 관계가 서로를 위해 존재하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엄청난 초능력으로 가는 훈련이 한낱 외계인 지드란의 이상적인 조수가 되는 과정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둘의 관계는 머지않아 깜깜한 암흑과 같아진다고 생각한다.

지드란과 수행원 카니쉬와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가장 고등한 생명체라 굳게 믿는 지드란은 자신보다 하등한 존재에게 각별히 신경써야 하는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결국엔 지드란은 앤드루의 삶을 보고 그 우주의 규칙과는 상관없이 불능상태로 아무런 가망성이 없는 친구를 지켜주는게 도리라는 생각까지 미치게 된다. 무엇이 현명한 방법인지, 깨닫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지드란은 동료 친구 따위의 것들을 가장 원시적이고 쓸모없는 개념이라 생각할 지 모른다. 그래서 그는 어떤식으로든 자신의 선택으로 말미암아 패배자가 되었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행동이 그를 지금보다 더 명석하고 고등한 생명체로 만들어 줄거라 생각하며, 그것이 오히려 그가 다른 하위 생명체를 다스리는데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누구나, 어떻게든, 무엇이든 다스릴 수 있는 것을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할만한 위치는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나치면 모자란 것만 못하다. 앤드루의 초능력은 그의 의식까지 송두리채 앗아갔고, 평소 생활까지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지드란 역시도 그가 동료의 의미를 자각하지 못하는 이상 그의 인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지도 못하고 살고 있다. 그들은 모든 상황을 깨닫고 나서 무척이나 괴로워했다. 한편으론 서로를 아쉬워하며, 나중에라도 마음이 바뀌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게 될지 몰라도 아직도 그들의 공간과 상상을 뛰어넘는 교감은 아물거리며 사라진 기억에 불과할 것이다. 모든것을 뛰어넘으려 했던 초능력은 두 사람의 욕망의 불씨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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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철이의 모험 풀빛 동화의 아이들
주요섭 지음, 유성호 그림 / 풀빛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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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철이의 모험은 당대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여 고전미가 넘쳐 흐르고 풋풋한 고향의 냄새가 나지만
엉뚱하지만 재치있는 표현으로 활력이 솟아나는 소설이다. 지난 일제 강점기의 암울함에 빠진 독자들에게
한편으로는 희망을 선사하며 밝은 미래를 제시하고 한편으로는 어지러운 세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구성인 것 같다. 웅철이의 모험을 요즘처럼 궂이 장르로 따지자면 패러디 기법을 응용한 판타지 문학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평소에 들어 잘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곳곳에 배치해 복합적인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전개하거나 교차될 수 있게끔 하는 구성을 잘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시절 한번쯤 읽고 들어봤음직한 "앨리스의 모험" "불개 설화" "토끼와 거북이" "별주부전"등은 시대상과 맞물려 웅철이의 모험을 진행하는데 한 축이 되고 있다. 이는 문학작품의 한 갈래가 되는 데 기본 역할을 하고 있다. 어린시절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들려주시는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처럼 요즘 아이들이 유년기 시절을 돌아보며 늘 듣곤했던 재미있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웅철이의 모험"이 되기를 바라는 생각이 자리잡았다.

앞서 말했듯 웅철이의 모험은 시대상과 맞물려 당시 우리나라 상황의 큰 틀을 확인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원본의 느낌을 그대로 차용하지 않고 웅철이의 모험만이 낼 수 있는 색깔을 확실히 하고 있다. 같은 이야기라 하더라도 뉘앙스가 다르며, 우리나라의 고유 풍습과 서정적인 느낌을 삽입해 창의성을 띄고 있다.
땅굴 속에서 쥐들이 호콩을 심었는데 사람들이 도둑질 해 가는 것도 모르고 괘씸해하면서도 계속해서 호콩농사를 짓고 있는 쥐들의 이야기는 그 전의 지하세계의 여행 이야기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풀을 뽑을 ‹š마다 고통스러워 한다는 숲의 정령들의 이야기는 동심의 세계를 살짝 건드려준다.
이러한 내용은 우리네 시골풍경을 보다 세련된 표현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보여지며 여러가지 테마를 하나로 뭉쳐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근대문학 치고는 일상적인 모습보다는 뚜렷한 개성적 이야기가 등장해 놀라운데, 이러한 부분은 우리나라 판타지계의 윤곽을 선명하게 드러나게 해주는 것 같다.

극적인 상황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전개되어 새로운 장면이 휙휙 지나가곤 하는데 한국 판타지라 하기엔 믿을 수 없을만큼 독특한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꼭 집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면 중학교 교과서에도 등장할만큼 문학사의 핵심중추를 담당하는 주요셉 선생님 작품들의 공통된 특성을 꼽고싶다. 바로 평양 사투리인데 사투리 덕분에 언어의 표현력이 보다 풍부해지고 맛깔스러워졌으며 요즘 어린이들도 옛 정취를 그대로 흡수할 수 있도록 친근한 느낌이 들게 했다는 것은 좋았지만 배경지식이 없는 아동에게는 다소 매끄럽지 않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전개상 삐걱거리는 부분이 없도록 주석이 덫붙여졌으며, 이는 작품의 전체적인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어휘력 증진에 도움을 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아동문학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누구나 한번쯤 읽어보며 우리나라 문학의 우수성을 확인하는 기회를 마련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누구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쉬운 내용이기 때문에 근대문학과 판타지의 결합의 쌉쌀한 묘미가 만족스러울 것이다.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순간적인 재치와 새로운 문학적 기법의 활용이 놀랍고 감동할 수 밖에 없는 요소라고 생각된다.

근대사의 어려운 시기를 벗어나, 민족성을 자극하는 소설은 많지만 어린이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소설은 흔치 않은 것 같다. 당시 일제 강점기의 어린이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 우리네 풍경의 친근함과 구수함이 녹아들어 있고 우리나라 판타지 역사에 대해서도 다시금 깨닫게 되는 기회가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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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찾은 암행어사 우리 역사 속의 숨은 일꾼 이야기 1
정명림 지음, 김수연.박재현 그림 / 풀빛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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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어른들이 요즘 초등학생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충 인터넷을 배껴 정리하는 모습, 모두 같은 반 친구로 함께 잘 어울리기 보다는 사소한 오해만으로도 친구를 따돌리는 생각을 가지는 모습, 아이답지 않은 태도와 친구를 생각하지 않은 채 함부로 말과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모습은 초등학생의 이미지를 바꾸어 버렸다. 순수한 초등학생의 모습을 그리워 하는 어른들은 이런 아이들을 보며 "요즘 애들"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회 현실속에, 반 운영의 숨은 심부름꾼을 자처한 세 명의 꼬마아이가 기특한 이야기를 선사하고 있다. 장난꾸러기이긴 하지만 모두 같은 반 친구로 함께 잘 어울리길 바라는 속 깊은 암행어사 우진, 누구보다도 이유없이 소외당하는 친구를 먼저 알아보는 야무진 아란, 아는 것 많고 착한 친구이긴 하지만 사소한 오해로 인해 따돌림을 당하는 정호라는 세 명의 친구는 서로에게 때로는 셋도없이 좋은 친구가 되어주기도 하고 서로가 곤경에 처했을 때 적극 도우미가 되어주기도 한다.

이 책에서 왕따 문제를 정면 돌파했다는 것은 충격적이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했다. 정호는 이유없이 따돌림을 당하며 괴로웠을 텐데 내색 한번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친구들이 도와주는 것도 아니고 모두들 정호와 어울리면 자신들도 따돌림을 당할거라는 생각에 무심한 척 거리를 둔다. 우연한 기회에 우진은 암행어사가 되어 정호 문제를 내심 마음에 두게 돼는데, 둘 사이의 어색한 기류를 아란은 실질적 도움이 되어주는 역할을 맡았다. 어린 나이에 깊은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 서로의 부족한 점을 이끌어 가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다.

그러나 똑똑하고 야무진 성격이라던 아란이가 우진이 암행어사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 걸핏하면 암행어사를 들먹여 우진에게 부담감을 주고 화를 내는 모습이 아쉬웠다. 우진 또한 누구보다도 먼저 반에서 소외당하고 있는 친구를 떳떳하게 받아들이기보다 막중한 책임감은 다 하지만 정호문제만큼은 쉽사리 이야기 꺼내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그려져 친구 사이의 더 보기 좋은 모습을 기대했던 독자들에게 서운함을 남긴다.

요즘 친구들의 실제 모습을 그려내면서도 누구보다도 이번 기회를 통해 친구의 진정한 의미도 깨닫고 암행어사의 막중한 임무와 책임감을 다하는 모습이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결과였지만, 암행어사가 곤경에 처한 서민들을 보다 더 도와줬던 것처럼 물심양면으로 손길을 내밀어 주는 친구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던 것 같다.

인터넷 뿐만 아니라 현장답사, 문헌조사까지 적극 활용해 보고서를 하는 모습을 "암행어사" 탐구활동에서 눈여겨 볼 수 있었던 장면이 인상적이였다. 요즘 친구들은 탐구조사를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이 의존하려는 경향이 강한데, 탐구과제 보고서를 충실히 해결하려고 국립고궁박물관을 직접 찾아가고 암행어사에 대해 박식한 분들께 조언도 구하며 토론을 나누는 우진이네 반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다. 특히나 서로에게 보고서에 대해 도움을 주고 서로 의견교환을 하는 모습이 우정을 나누는 가치 이상의 도움을 주는 모습으로 비추어 졌는데 역사적인 탐구활동과 친구를 도와주는 착한 마음가짐을 함께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스스로가 암행어사가 되는 과정을 보고 배울 수 있도록 지도해주신 글쓴이 정명림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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