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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찾은 암행어사 ㅣ 우리 역사 속의 숨은 일꾼 이야기 1
정명림 지음, 김수연.박재현 그림 / 풀빛 / 2006년 5월
평점 :
이 책을 읽는 내내 어른들이 요즘 초등학생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충 인터넷을 배껴 정리하는 모습, 모두 같은 반 친구로 함께 잘 어울리기 보다는 사소한 오해만으로도 친구를 따돌리는 생각을 가지는 모습, 아이답지 않은 태도와 친구를 생각하지 않은 채 함부로 말과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모습은 초등학생의 이미지를 바꾸어 버렸다. 순수한 초등학생의 모습을 그리워 하는 어른들은 이런 아이들을 보며 "요즘 애들"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회 현실속에, 반 운영의 숨은 심부름꾼을 자처한 세 명의 꼬마아이가 기특한 이야기를 선사하고 있다. 장난꾸러기이긴 하지만 모두 같은 반 친구로 함께 잘 어울리길 바라는 속 깊은 암행어사 우진, 누구보다도 이유없이 소외당하는 친구를 먼저 알아보는 야무진 아란, 아는 것 많고 착한 친구이긴 하지만 사소한 오해로 인해 따돌림을 당하는 정호라는 세 명의 친구는 서로에게 때로는 셋도없이 좋은 친구가 되어주기도 하고 서로가 곤경에 처했을 때 적극 도우미가 되어주기도 한다.
이 책에서 왕따 문제를 정면 돌파했다는 것은 충격적이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했다. 정호는 이유없이 따돌림을 당하며 괴로웠을 텐데 내색 한번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친구들이 도와주는 것도 아니고 모두들 정호와 어울리면 자신들도 따돌림을 당할거라는 생각에 무심한 척 거리를 둔다. 우연한 기회에 우진은 암행어사가 되어 정호 문제를 내심 마음에 두게 돼는데, 둘 사이의 어색한 기류를 아란은 실질적 도움이 되어주는 역할을 맡았다. 어린 나이에 깊은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 서로의 부족한 점을 이끌어 가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다.
그러나 똑똑하고 야무진 성격이라던 아란이가 우진이 암행어사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 걸핏하면 암행어사를 들먹여 우진에게 부담감을 주고 화를 내는 모습이 아쉬웠다. 우진 또한 누구보다도 먼저 반에서 소외당하고 있는 친구를 떳떳하게 받아들이기보다 막중한 책임감은 다 하지만 정호문제만큼은 쉽사리 이야기 꺼내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그려져 친구 사이의 더 보기 좋은 모습을 기대했던 독자들에게 서운함을 남긴다.
요즘 친구들의 실제 모습을 그려내면서도 누구보다도 이번 기회를 통해 친구의 진정한 의미도 깨닫고 암행어사의 막중한 임무와 책임감을 다하는 모습이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결과였지만, 암행어사가 곤경에 처한 서민들을 보다 더 도와줬던 것처럼 물심양면으로 손길을 내밀어 주는 친구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던 것 같다.
인터넷 뿐만 아니라 현장답사, 문헌조사까지 적극 활용해 보고서를 하는 모습을 "암행어사" 탐구활동에서 눈여겨 볼 수 있었던 장면이 인상적이였다. 요즘 친구들은 탐구조사를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이 의존하려는 경향이 강한데, 탐구과제 보고서를 충실히 해결하려고 국립고궁박물관을 직접 찾아가고 암행어사에 대해 박식한 분들께 조언도 구하며 토론을 나누는 우진이네 반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다. 특히나 서로에게 보고서에 대해 도움을 주고 서로 의견교환을 하는 모습이 우정을 나누는 가치 이상의 도움을 주는 모습으로 비추어 졌는데 역사적인 탐구활동과 친구를 도와주는 착한 마음가짐을 함께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스스로가 암행어사가 되는 과정을 보고 배울 수 있도록 지도해주신 글쓴이 정명림 선생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