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철이의 모험 풀빛 동화의 아이들
주요섭 지음, 유성호 그림 / 풀빛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웅철이의 모험은 당대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여 고전미가 넘쳐 흐르고 풋풋한 고향의 냄새가 나지만
엉뚱하지만 재치있는 표현으로 활력이 솟아나는 소설이다. 지난 일제 강점기의 암울함에 빠진 독자들에게
한편으로는 희망을 선사하며 밝은 미래를 제시하고 한편으로는 어지러운 세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구성인 것 같다. 웅철이의 모험을 요즘처럼 궂이 장르로 따지자면 패러디 기법을 응용한 판타지 문학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평소에 들어 잘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곳곳에 배치해 복합적인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전개하거나 교차될 수 있게끔 하는 구성을 잘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시절 한번쯤 읽고 들어봤음직한 "앨리스의 모험" "불개 설화" "토끼와 거북이" "별주부전"등은 시대상과 맞물려 웅철이의 모험을 진행하는데 한 축이 되고 있다. 이는 문학작품의 한 갈래가 되는 데 기본 역할을 하고 있다. 어린시절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들려주시는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처럼 요즘 아이들이 유년기 시절을 돌아보며 늘 듣곤했던 재미있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웅철이의 모험"이 되기를 바라는 생각이 자리잡았다.

앞서 말했듯 웅철이의 모험은 시대상과 맞물려 당시 우리나라 상황의 큰 틀을 확인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원본의 느낌을 그대로 차용하지 않고 웅철이의 모험만이 낼 수 있는 색깔을 확실히 하고 있다. 같은 이야기라 하더라도 뉘앙스가 다르며, 우리나라의 고유 풍습과 서정적인 느낌을 삽입해 창의성을 띄고 있다.
땅굴 속에서 쥐들이 호콩을 심었는데 사람들이 도둑질 해 가는 것도 모르고 괘씸해하면서도 계속해서 호콩농사를 짓고 있는 쥐들의 이야기는 그 전의 지하세계의 여행 이야기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풀을 뽑을 ‹š마다 고통스러워 한다는 숲의 정령들의 이야기는 동심의 세계를 살짝 건드려준다.
이러한 내용은 우리네 시골풍경을 보다 세련된 표현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보여지며 여러가지 테마를 하나로 뭉쳐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근대문학 치고는 일상적인 모습보다는 뚜렷한 개성적 이야기가 등장해 놀라운데, 이러한 부분은 우리나라 판타지계의 윤곽을 선명하게 드러나게 해주는 것 같다.

극적인 상황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전개되어 새로운 장면이 휙휙 지나가곤 하는데 한국 판타지라 하기엔 믿을 수 없을만큼 독특한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꼭 집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면 중학교 교과서에도 등장할만큼 문학사의 핵심중추를 담당하는 주요셉 선생님 작품들의 공통된 특성을 꼽고싶다. 바로 평양 사투리인데 사투리 덕분에 언어의 표현력이 보다 풍부해지고 맛깔스러워졌으며 요즘 어린이들도 옛 정취를 그대로 흡수할 수 있도록 친근한 느낌이 들게 했다는 것은 좋았지만 배경지식이 없는 아동에게는 다소 매끄럽지 않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전개상 삐걱거리는 부분이 없도록 주석이 덫붙여졌으며, 이는 작품의 전체적인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어휘력 증진에 도움을 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아동문학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누구나 한번쯤 읽어보며 우리나라 문학의 우수성을 확인하는 기회를 마련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누구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쉬운 내용이기 때문에 근대문학과 판타지의 결합의 쌉쌀한 묘미가 만족스러울 것이다.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순간적인 재치와 새로운 문학적 기법의 활용이 놀랍고 감동할 수 밖에 없는 요소라고 생각된다.

근대사의 어려운 시기를 벗어나, 민족성을 자극하는 소설은 많지만 어린이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소설은 흔치 않은 것 같다. 당시 일제 강점기의 어린이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 우리네 풍경의 친근함과 구수함이 녹아들어 있고 우리나라 판타지 역사에 대해서도 다시금 깨닫게 되는 기회가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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