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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 쓰기의 기술부터 작가로 먹고사는 법까지, 누구도 말해주지 않은 글쓰기 세계의 리얼리티
정아은 지음 / 마름모 / 2023년 10월
평점 :
#협찬 글쓰기는 혁명이다!!
저는 글을..
그냥 막 쓰는 편입니다.
바꿔 말하면..
편하게 쓰는 편입니다.
글을 편하게 쓰게 된 것은..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고,
저도 모르게 바뀌어서...
'언젠가부터'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글을 편하게 못 썼던
그 무렵이 문득 떠오른 것 같습니다.
그 무렵은..
21년 5월 1일 무렵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매일 글을 써서 업로드를
하진 못하더라도.... 되도록 뭔가를
매일 쓰고 싶은 욕구가 클 때였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네이버 블로그에서
'매일매일 챌린지' 라는 이벤트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미션에 성공할 경우 얻게 될 보상도
무척 컸던 것으로 얼핏 기억합니다.
농부근성이 있는 저는..
할 수 있으리란 자신감으로
길든 짧든 매일 글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3일 만에였나...
보상을 너무 크게 걸어서 그랬나?
뭐 때문이었는지는 불분명한데..
아무튼 '이벤트 종료'를 선언합니다.
그래도 저는 시작한 김에 계속
이어 나갔습니다. '나와의 약속'
이라는 생각으로요...
그 무렵에 쓰던 제 모습을
떠올리면 흰 모니터 화면에서 커서가
계속 깜빡거리고 있었던 걸 기억합니다.
(매일은 아니지만, 주제를 미리 생각하지
못했던 때만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 무렵 강연을 많이 듣고,
책도 조금씩 읽기 시작했던 시기여서..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자주'
써야한다는 말에 꽂혀가지고...
그래도 계속 썼던 것 같습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을 때라..)
....
그러던 그 무렵, 마왕 신해철님의
마지막 강연, <리부트>라는 제목의
강연을 찾아서 듣게 되었습니다.
(유튭에서 쉽게 찾아 들을 수 있습니다.
제 블로그에서 '신해철' 검색하시면..
제가 요약해서 정리한 내용도 찾아서
보실 수 있으니 참고하시고요.)
이 말 덕분에 저는 굉장한....
'인생의 진리' 하나를 깨닫습니다.
종종 인용하기도 하는 말인데..
이 말이 저는 그렇게나 '슈퍼 파워'를
담고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똥싼다."
이 말에 저는...
엄청난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위로를 얻었습니다.
다 똥 싸는 걸
몰랐기에 그런 게 아니고..
다 똑같은 사람이라는 거잖아요.
요즘에는 이런 감정을..
주로 곤충을 포함한 동물들의
행동에서 느끼곤 합니다.
(그래서.. "우리도 동물이구나"
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강연이 시간 조절을 잘못한 탓에,
갑작스레 종료된 감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그 강연에서 마왕 신해철님이
과정들은 생략하고..
결론으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두 가지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첫 번째,
"무의미한 스펙쌓기 하지 마세요."
외적 동기에 의해, 그러니까 더
정확히는 사회적 압력에 의해서..
자신을 맞추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내 인생 전체에 있어서...
"뭣이 더 중헌지"를 찾아보라는 거죠.
두 번째,
"인생은 '보너스 게임'이라고 생각하세요."
인생은 마치, 산책 나온 것과 닮아 있다고..
보통은 산책 나가서 죽도록 뛰지 않잖아요.
보너스 게임도 비슷한 성격인데..
끝판을 깨고 스코어가 없는 상태로
편하게 즐기는 상태를 뜻한다는데..
저는 옛날 게임에서도 실력 탓에
끝판을 잘 못깨봐서 딱히 동감은
안되더라고요.
(동감은.. 못하지만 뭔지는 왠지
알 것 같은 비유였습니다. ㅎㅎ)
그러고 보니 그때부터
자기계발서도 구매해서 읽고..
(그 전에 눈여겨 봐왔던 작가의 책
혹은 읽고 싶었던 책들 위주로..)
그것을 계기로
정체성을 보다 분명히 한
지금의 블로그를 포함하여,
북스타그램 계정도 새롭게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딱히 수익적인 성과는 없지만..
(오히려 한 번씩 광고로 돈을
지출하지만.ㅋㅋㅋㅋㅋㅋ)
그 과정들이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줬다는 생각을 한 번씩
하게 됩니다.
돌아보면 우연들의 연속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많이, 다양하게
연결이 되어 있음을 뒤늦게 느낍니다.
(잡스가 .. 말은 정말 잘했..... ㅎㅎ;;)
이렇게 한 번씩 부분적인 삶 전체를
(글쓰기에 한정되지만..) 되돌아보게
하는 과정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덧붙임 글에서 이어집니다.)
과거를 과하게 신경 쓴다고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그것에 영향을 받아, 현재를 더
잘 살아갈 수 있게 해주니까요.
어쩌면 고전들의 가장 큰 역할중
하나가 이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얼마 전 하늘의 별이 되신..
정아은 작가님을 추모하며...
일단 이쯤에서 줄이겠습니다.
나중에 시간 내서..
또 다뤄보겠습니다.
제가 읽어본 글쓰기 책들
중에... 가장 좋았습니다.
조금만 더 일찍 알았다면..
작가님과의 작은 추억이라도
쌓을 기회가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았습니다.
그래도 그녀의 의지는 남아,
혁명을 이룰거라고 믿습니다.
(갑자기????)
이쯤 줄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작가가되었습니다
#정아은 지음
#글쓰기는혁명이다!!
#글쓰기대혁명을꿈꾸며..
#북스타그램 #바닿늘
#로로노트
#마름모출판사
@로로노트님의 서평단 모집으로
@마름모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았습니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서, 주관적인 기준으로
작성되었으며..
아래에서부터는 해당 책의 내용을
일부 발췌하여 요약, 수정 하였음을
참조 바랍니다.
"잘 쓰지 않겠다"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은 과한 욕심을 낳는다.
어떤 욕심인가? 여러 번의 퇴고 이후에야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을 처음부터 통째로 거머쥐겠다
는 불가능한 욕심이다. 세상에 단번에 완성도
높은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오죽하면
모든 초고는 쓰레기라는 말이 있겠는가. 초고
는 가건물이다. 세워놓은 뒤 이리 저리 살피다
가, 결국 무너뜨리고 새로 짓기 위해 건설하는,
일종의 제물 혹은 희생양 같은 글더미다.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은 일시적으로 존재하다
사라질 어설픈 가건물을 건너뛰고 처음부터
완성된 형태의 건물을 만들겠다는 불가능한
소망이다. 그러니 진정으로 글을 쓰고 싶다면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잘 쓰지 않겠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끝까지 쓰겠다.
어쩌면 글쓰기란, 잘 쓰고 싶다는 마음과의
싸움이 그 시작이요, 끝인 장르일지도 모른다.
10년 넘게 글쓰기를 업으로 살아왔지만 나는
지금도 이 마음과 싸운다. 그 모든 준비운동과
마음의 각오를 끝내고 마침내 노트북 앞에 앉
아 자판에 손을 올려놓는 순간이 다가오면 이
마음이 솟아오르는 것이다. 잘 쓰고 싶다! 잘
쓸 수 있을까? 아직 준비가 안 된 건 아닐까?
이렇게 준비가 안 된 상태로 쓴 글은 결국 버
리게 되지 않을까? 단번에 써내고 싶은 마음,
즉 한 번의 글쓰기로 모든 걸 해치우고 싶은
조급함이 '쓰기 싫은 마음'(매번 이런 마음이
든다)과 합쳐져 거대한 합창을 해낸다. 나는
천근의 무게를 지닌 손을 가까스로 들어올려
자판에 올려놓으며 부르짖는다.
잘 쓰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잘 쓰겠는가? 나
는 '그냥' 쓸 것이다. 지금 쓰는 것이 쓰레기라
는 거 안다. 나는 절대 잘 쓰지 않겠다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 그리고 이렇게 다짐한다.
나는 그저 많이 쓰겠다.
바로 이 말이다. 많이 쓰겠다는 이 말이, 1부에
서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이다. 1부의 내용, 아
니 이 책을 이루는 네 개의 부를 다 합쳐 단 하
나의 생각으로 응고시킨다면 이런 문장이 된다.
글쓰기는 양이다!
정답이 있으리라는 믿음
잘 쓰고 싶다는 마음과 긴밀하게 엮이어 있는
믿음이 있다. 정답이 있을거란 믿음이다. 쓰고
자 하는 주제에 대해 잘 다듬어지고 완성된 '딱
맞는' 글이 있을거란 믿음. 그런 글이 있을텐데
지금 나는 정답과 거리가 먼 엉뚱한 답을 써내
려가고 있는 것 같다는 불안함과 조급함. 강력
하고 질긴 이 믿음에, 수십 년 동안 글을 쓴 글
쟁이도 발목을 잡힌다. 쓰는 내내 이 믿음이 따
라와 속삭이는 것이다. 지금 쓴 문장, 별로 같지
않아? 완전히 엉뚱한 답안을 써내고 있는 거 아
니야? 지금 쓰고 있는 문장 중 어느 것 하나도
건지지 못할걸? 넌 지금 완전히 시간 낭비를
하고 있어!(중략)
글쓰기에는 정답이 있을 수 없다. 글 쓰는 주체
의 개인적 특성을 잘 드러냈느냐가 관건일 뿐,
정답 같은 건 꿈에서조차 있을 수 없는 것이 글
쓰기라는 장르의 본질이다. 인문학 강연도 마찬
가지다. 인문학은 '사람'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파고들어도 파고들어도 파악되지 않는 사람이
라는 피조물의 마음을 파헤치는 데 정답이 있
다면, 그것은 단 한 순간도 '인문학'이라 불려
선 안 될 것이다. 요컨대 글쓰기와 인문학은
인류가 만들어낸 모든 문화유산 가운데 '정답'
과 가장 거리가 먼 장르인 것이다.(중략)
이렇듯 글쓰기란 본질적으로 힘든 작업인데 거
기에다 한국인은 사지선다형 교육과 몰아치는
근대화 과정에서 체화한 '성과 중심주의'까지
갖고 있다. 잘 쓴 글(=눈에 띄는 성과)을 뽑아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가득 휩싸인 채 글쓰
기장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아마 세계에서
글쓰기를 가장 어렵게 느낄 국민 뽑기 대회를
하면 한국인이 단연코 금메달을 거머쥘 것이다.
왜 자꾸 잘 쓰겠다는 마음을 품게 되는지 이렇
게 길게 설명한 것은, 그 마음을 만들어내는 것
이 무엇인지를 분해해 보여줌으로써 그 요인을
하나하나 격파하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이런 마음을 품고 있다. 하지만
이런 마음을 극복하고 쓰고 또 쓴 사람은 글
쓰기가 주는 효용의 바다에 들어갈 수 있다.
이 바다에 깊이 들어갈수록, 단번에 잘 쓰고
싶은 '마음'을 만들어냈던 요인을 하나하나
뜯어보게 된다. 제 내면을 이루는 거대하고
강력한 습속(*습관이 된 풍속)의 대들보들
을 인식하고, 만져보고, 종내에는 뽑아낼 수
있다. 그 자리에 다른 대들보를 심어 넣을 수
있다. 일단 써야 그다음 단계로 건너가게 된
다는 사실을 깨닫고, 한 번의 시도로 단번에
완성본을 거머쥐겠다는 성급한 마음을 이겨
내게 될 것이다. 성급하게 결과물을 손에 쥐려
는 마음이 생활의 전반에 스며들어 자신을 불
안하고 조급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글쓰기는 혁명이다. 서서
히 진행되는 혁명. 내 내면의 지층을 이루는
요소들을 들여다보고 조금씩 바꾸어나가는,
끝내는 지층 위에 세워진 구조물 전체의 성격
을 바꾸어 나가는 혁명.
2025. 1. 18. 작성 글.
#협찬 솔직함과 디테일..
저는 평소에 솔직함과
디테일을 추구합니다.
솔직함은 자신 있지만..(??)
디테일은 조금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아직 뭐든, 알아가는 단계라.. ^^;;)
얼마 전에..
카톡 오픈채팅방에서 글쓰기방
활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즐거운 추억입니다. ^^)
그때 여러 글쓰기에 대한
기초를 배울 수 있었는데요.
이 책의 에세이 파트를 읽으며..
그때 생각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글쓰기를 장려하는 작가님들의
근거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저는 기본적으로 여러 에세이들이..
이런 '장려'의 성격을 띈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바닿늘글쓰기 를 따로 모으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뭐랄까..
종교를 전도하는 느낌이 듭니다.
저는 종교가 없는
무신론자 입니다만..
종교인에게 감정 이입을
해서 생각을 해본다면..
얼추 비슷한 것 같습니다.
서로 각자가 좋다고 믿는 세계로
끌어오기 위한 노력 측면에서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로
엄청 유명하신 유홍준 교수님은..
실제로 전도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사용하시더라고요.
문화유산을 전도한다는 식으로요.
이 또한 마찬가지겠죠.
친애하는 한 인친님이..
제가 '좋은 한국 작가'를 많이
안다고 말해준 적이 있습니다.
정말 반가운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런 것 같아요.
한국에는 정말 좋은 작가가..
많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러고 보니까..
특히 제가 좋아하는 류의
작가분들은 대체적으로..
솔직하고 구체적인 글을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정아은 작가님의 글처럼요.
많은 경우 이 책을 읽고..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 같습니다.
제가 그랬듯.. ^^
덧붙임 글은 이쯤에서
적당히 줄이겠습니다.
#이렇게작가가되었습니다
#정아은 지음
#솔직함과디테일
#장강명 과 #김현진
#소설가라는이상한직업
#뜨겁게안녕
#엄마의독서
@로로노트 님의
서평단 모집으로..
@마름모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비슷한 주제의 글은..
#바닿늘글쓰기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서, 주관적인 기준으로
작성되었으며..
아래에서부터는 해당 책의 내용을
일부 발췌하여 요약, 수정 하였음을
참조 바랍니다.
장강명과 김현진의 경우(에세이)
소설가 장강명은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유유히, 2023)에서 자신의 일상을 이렇게
그린다.
전업작가 생활 22개월여 만에 청소가 거의 운
전이나 산책처럼 편한 경지에 이르렀다. 팔다
리가 자동적으로 걸레질을 할 때 머리로는 다
른 생각을 한다. 보통은 휴대전화기를 와인 잔
에 넣어서 들고 다니며 영어 회화 교재를 들으
며 청소를 한다. 가끔은 음악을 들으며 할 때도
있다.
장강명은 전업작가가 된 뒤 청소 실력이 늘었
다. 배우자가 "당신이 도우미 아주머니들보다
청소를 더 잘한다는 사실이 안 믿긴다"고 말할
정도로 발군의 경지에 이르렀다.
장강명은 그런 경지에 이르게 된 과정을 꼼꼼
하게 설명한 뒤 이렇게 덧붙인다.
내게는 특히 청소야말로 매우 폭력적인 작업으
로 느껴지며, 이 일을 하면 할수록 나의 남성성
이 강화되는 것 같다. 청소는 예술보다는 공학
에, 이해나 교감보다는 정복과 통치에 가깝다.
청소가 여성성보다 남성성을 띤 작업이라고 설
파하며 일상의 가사노동에 정교하게 의미를 부
여하는 이 에세이는 현대 사회에서 어떤 에세이
가 사랑받는지를 보여주는 전범과도 같다. 시대
정신을 반영했다고도볼 수 있는 이 에세이에는
1) 전통적인 남성성과 여성성의 붕괴 현상과
2) 평범한 이들의 일상을 채우는 작은 행위에
가치를 부여하는 방식이 깔끔하고 유머러스하
게 담겨 있다.
힘겨운 일상과 가난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생
생한 에세이도 있다.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인
김현진은 살면서 몸 담았던 장소와 그곳에서
있었던 사람과의 마주침을 이렇게 그려낸다.
이 조그마한 중국 음식점의 문을 열고 들어간
약 30분 후, 나는 아주머니에게 옆 테이블에서
남기고 간 꿔바로우를 내가 먹어도 되냐고 구걸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남이 남기고 간 것
도 주워 먹으면서 부끄러운 것도 모르고 맛있다
맛있다 이거 왜 이렇게 맛있어요, 를 연발하며
옆 테이블에서 남긴 음식을 주워 먹었다. 아주
머니가 이것도 조금 먹어볼테냐며 내오는 음식
도 뭐든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며 다른 곳의 절
반 가격밖에 안 되는 공부가주를 벌컥벌컥 마
셔댔다. (《뜨겁게 안녕》, 다산책방,2011)
도처에 색색의 음식이 쌓여 있는 시대다. 음식
점과 카페에 가면 누군가 남긴 음식이 식기 반
납대에 남아 있는 모양을 보게 된다. 한입거리
가 남겨진 접시도 있고, 절반 이상이 잔반으로
남은 접시도 있다. 종종 거의 손대지 않은 채
음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접시도 보인다.
《뜨겁게 안녕》에서 김현진이 "비계고 기름기고
뭐고 죄다 주워 먹게 되는 중국 식당"인 미미식
당에서 옆 테이블에서 남기고 간 꿔바로우를 먹
는 장면을 보며 나는 그동안 스쳐갔던 수많은
'남은 음식'들을 생각했다. 그런 음식들을 볼
때면 가져다가 내가 먹거나 포장해 가고 싶었
더랬다. 혼밥을 할 때는 그런 유혹이 더 크게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너무 '없어' 보일
것 같아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이런 내 충동
을 발설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경악했다. "어우,
남이 먹던 게 먹고 싶니? 나는 굶어 죽더라도
그런 건 안 먹어."
누군가 먹다 남긴 음식을 가져다 먹는 것이
'아무도 하지 않는' 행위가 된 건 언제부터일
까? 텔레비전과 식당과 카페에서는 '남은 음
식'이 빨리 버려야 할 무엇이다. 하지만 텔레
비전과 식당과 카페가 아닌 곳에서, 우리 중
많은 이들은 배가 고프다. 의식주를 해결할
돈이 부족하다. 도처에 분명히 가난이 있는데,
가시적으로 가난은 없다. 그런 시대를 살면서
김현진 같은 에세이스트가 쓴 글을 읽는 것은
진한 쾌감을 안겨준다. 그가 방문했던 골짝
골짝의 허름한 음식점과 그곳에서 만난 음식,
그 음식을 만들어 내놓은 사람들 이야기를 읽
으면서, 우리가 통신과 매체와 상술에 휩싸여
차마 내놓지 못했던 인간으로서의 근원적 감정
과 욕망을 들여다보게 된다. '원래 있었던 것을
있었다 말하고, 인간의 허기진 육신과 영혼에
단비처럼 '사랑'을 내려주는 존재로서의 타인
을 귀하게 대면하게 된다.
에세이라는 장르에는 탄력성과 융통성, 무제한
의 소재를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첫 에
세이 《엄마의 독서》를 내면서, 나는 쓰는 사람
의 입장에서 그런 에세이의 특성을 진하게 실감
했다. 《엄마의 독서》 3교 작업을 할 때였다. 곧
책이 나온다고 생각하니 이런저런 부분이 마음
에 걸렸다. 그중 가장 마음에 걸린 건 저녁을 차
리면서 술을 한 잔씩 마셨다고 쓴 부분이었다.
유치원에 다니는 큰아이와 이제 걸음마를 떼고
왕성한 호기심으로 온 집 안을 헤집고 다니는
작은아이 둘을 허덕이며 건사하고 어깨가 축
처질 즈음이면 황혼이 왔고 황혼이 왔다는 건
이제 그날의 가장 크고 무거운 과제인 '저녁밥
차리기'에 돌입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아침과
점심은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대충 차려주고
지나갈 수 있어도 저녁은 반드시 제대로 영양
가가 들어간 밥상을 차려내야 한다는 강박관념
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저녁 할 시간이 돌아오
는 건 어마어마한 스트레스였다.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과를 보낸 뒤 저녁을 하려다 말고
부엌에 서서 냉장고에 남아 있던 매취순을 컵
에 따라 마신 게 발단이었다. 빈속에 달큰하고
새콤한 술이 들어가자 싸하게 위장이 불타올랐
다. 술기운이 저릿하게 몸으로 퍼져나가자 저녁
을 짓는 일이 갑자기 별거 아닌 일처럼 느껴졌다.
저녁을 차릴 때마다 잘 차려내야 한다는 생각으
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한 잔씩 홀짝거린 술을
통해 그런 중압감을 약화시키고 저녁 차리기 의
무를 해낼 수 있었다는 요지의 내용이었다. 그
정도는 써도 괜찮을 줄 알았다. 출간이 코앞으
로 다가오자, 갑자기 '술'이라는 글자가 커다랗
게 부각되었다. 저녁을 차리면서 술을 마셨다고
쓰는 게 괜찮을까? '엄마'라는 사람이?
망설이다가, 그대로 두는 편을 택했다. 어떤
반응을 받을지 알 수 없어 불안감에 시달리는
책 출간 후 초기 몇 주 동안, 술 언급 부분은 항
상 마음에 걸려 있었다.
몇 달 뒤 있었던 《엄마의 독서》 출간 행사와 강
연에서, 놀랍게도 '술 마셨다'는 부분이 좋았다
는 피드백을 들었다. 참가자들은 '나도 저녁 차
릴 때마다 한 잔씩 마셨는데 작가님도 그랬다니
깜짝 놀랐고, 위안을 받았다'고 했다. 알고 보니
저녁상을 차리면서 한 잔씩 마시는 주부들이 상
당히 많았다. 인터넷 서점에 올라오는 서평이나
한 줄 평에도 그런 반응이 가끔 올라왔다. 저녁
차리면서 한 잔씩 마시는 거 진짜 실감 났다고.
자기가 쓴 글인 줄 알았다고.(중략)
이 글을 쓰는 지금, 아이들의 밥상을 차려야 하
는 이들에게 '저녁 차리기의 중압감은 술 한잔
이면 말끔하게 해결된답니다. 그러니 한 잔씩
드시면서 저녁상 준비하세요'라고 권장할 마음
은 추호도 없다. 술에 기대지 않고 다른 방법으
로 해결하는 편이 백배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두 아이의 엄마로 사는 것이 버거웠던
그 시기, 나는 더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중독성 물질에 기대는 못난 선택을 했다. 창피
하지만 사실이었고, 에세이에 그 시절 일을 그
대로 드러냈다.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
다. 독자들이 공감한 것은 그런 나의 '못남'이
었다. 어리석은 줄 알면서도 빠져들고, 그렇게
빠져든 일정 분량의 일탈을 통해 사회가 얹어
준 무거운 임무를 어물어물하게나마 해냈던 나
에 대한 연민과 공감이었다.(중략)
이제 영웅담이나 호기, 객기는 '센 척', '허세',
'일부러 만들어낸 판타지'로 보이는 시대에 접
어들었다. 우리 시대에 진정으로 '있어 보이는'
서사는 '없는 것을 없다고 담백하게 드러내는'
서사이다. 인간의 못남을 정확하게 드러내는
서사, 가까이 있는 사람, 밥 한 공기, 청소하는
행위, 빨래하는 행위에 정성을 들이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서사이다. 인간이 가진
한계와 애정에 대한 끝없는 갈구를 인정하고
담담하게 조명하는 서사이다. 조국을 위해 목
숨을 바치고 대의를 위해 가족을 버리는 모습
은 이제 판타지나 풍자의 대상일 뿐이다.
조국, 대의라는 개념 자체에 의문을 품기 시작
한 시대를 맞아, 진정으로 소중한 것에 대한 기
준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런 시대에 에세이
를 쓰는 이들이 중요한 무기로 사용해야 할 개
념을 꼽으라면 나는 두 가지, '솔직함'과 '디테
일'을 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