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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우주는 없다 - 우주 불평등 시대를 항해하는 인류의 미래를 위한 긴박한 질문들
최은정 지음 / 갈매나무 / 2025년 11월
평점 :
2025. 12. 2. 작성 글.
#협찬 우주 대항해 시대, 뭣이 진짜 중헐까?
평소에 저는 '독점'을
매우 매우 경계합니다.
(중요한 것일수록 더 크게 경계합니다.
독재 또한 독점의 한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어떤 실체를 떠올리면…
거의 언제나 그 안에는
독점적 성향이 자리합니다.
인류 역사를 살펴봐도
'독점의 역사'만 따로 묶어도
엄청난 서사가 나올 것 같아요.
(제가 모를 뿐, 이미 존재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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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랫동안
저는 성선설을 믿고 지지했습니다.
그게 더 아름다운 결말 같고,
그래야 한다고 믿었던 것이죠.
(사실 믿음이라기보다 바람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현실을 조금씩
직시하게 되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지금은 유전자의 압력보다
환경의 압력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유전자의 영향도 절대 가볍지 않다고 봅니다.)
그래서 '시스템 만능주의'까지는 아니어도
시스템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어디까지를 시스템으로 볼 것인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건강한 태도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집합',
즉 깨어 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 역시
저는 하나의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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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이 중헌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은 조금 위축되어 있을 뿐이죠.
하지만 망설이기엔..
시간이 많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으니까요.
너무 장황하게 적은 것 같아
조금 송구한 마음도 들지만..
그래도 기왕 쓴 김에 공유드립니다.
이쯤에서 줄이겠습니다.
끝!!
#모두를위한우주는없다
#최은정 지음
#갈매나무
@갈매나무
우주 독점 타파하고,
우리 우주를 지키자. 투쟁!
#뭣이중헌디 ...
#북스타그램 #바닿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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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닿늘과학
#바닿늘천문학
아래에서부터는 책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우주까지 뻗어나간 독점과 식민지
우주개발의 양면성
"모두를 위한 우주 Space for @ll", 2022년 국제우주대회 International Astronautical Congress; IAC 의 구호였다. 유엔의 외기권조약 Outer Space Treaty; OST, 국제우주정거장 협력 선언, 나사의 교육 캠페인, 민간기업의 미래 비전에서까지 '모두를 위한 우주'라는 말은 가장 이상적이고 보편적인 진실로 통용되는 듯하다. 그러나 이 문장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보면, 지금까지의 우주개발이 실제로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를 숨기는 서사의 장막이 보인다.
국제질서의 새로운 장에서, 인공위성과 궤도의 사용은 정치적 · 경제적 강대국들에게 거의 독점되었다. 우주개발은 분명 인류 전체의 과학적 · 기술적 쾌거이나, 권력 공간을 재편하는 과정으로서 세계질서의 구조적 불평등이나 기술 접근의 편향성, 우주자원의 선점과 같은 방식으로 감시와 통제의 위계를 강화하기도 한다. 미국 · 중국 · 러시아 · 유럽 · 인도 · 일본은 각자 독립적인 우주발사체를 보유하고 있고, 유인우주선 발사와 소행성 샘플링까지 가능한 기술력도 갖췄다. 그러나 현재 인공위성을 하나라도 발사한 나라 가운데 100여 개 이상은 자국 발사체가 없어서 타국의 발사 서비스에 의존해야 하고, 인공위성 제작 기술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이는 단지 기술 격차의 문제라기보다 주권의 외주화에 가깝다. 게다가 궤도 슬롯은 국제전기통신연합에 등록된 국가별 요청 순서에 따라 배정되지만, 실제로는 거대 통신기업이나 군사조직이 선점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불균형은 인공위성 데이터의 접근, 통신망 구축, 감시 체계에서의 비대칭적 권력 구조로 이어진다.
지금까지 지구 궤도로 발사된 2만 2,000여 개의 인공위성은 미국이 61퍼센트로 단연코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러시아가 17퍼센트, 유럽이 7퍼센트, 중국이 6퍼센트, 일본이 1.5퍼센트, 한국이 0.2퍼센트를 차지한다. 절대다수가 10개국 이하의 우주개발 선진국이 발사한 것이다. 위성 통신 · 항법 · 기후 감시 · 자원 탐사 등 지구에서 거의 모든 데이터 흐름을 인공위성에 의존하는 지금, '우주는 모두의 것'이라는 담론은 현실의 불균형을 미화하는 문구다.
21세기 우주개발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민간기업의 급부상이다. 스페이스X, 블루 오리진, 버진 오빗 같은 기업은 단지 로켓을 쏘는 기업이 아니다. 정부가 못하던 혁신을 일으켜 우주 기반 생태계를 설계하고 소유하는 막강한 데이터 제국들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점차 우주가 사유화되고 민간기업이 제공하는 기술이 특정 국가 또는 계약자에게만 독점 제공되는 '우주로부터의 식민지화'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스타링크 위성망이 지정된 국가에만 인터넷 서비스를 허용하거나, 군사작전 중단 요청에 따라 위성 데이터를 제한하는 것, 혹은 지구관측위성 기업들이 국가에 따라 위성 이미지 해상도 제공에 차별을 두는 것처럼 우주 기술은 점점 권력화되고 있다. 개발도상국은 위성 발사도, 데이터 확보도, 궤도 운용도 스스로 하지 못하여 점점 더 기술 중심 국가에 의존하게 되고, 이는 곧 '디지털 주권'을 넘어서 '우주 주권'을 새로운 국제적 이슈로 부상시킨다.
우주는 데이터의 보고다. 정지궤도위성은 수십 년간 지구의 기후를 감시하고 예측 모델을 훈련해왔다. 저궤도위성은 하루에도 수천 번씩 전 세계 주요 도시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촬영한다. 위성항법시스템은 밀리미터 단위의 정밀 위치 정보를 제공하며, 통신위성은 국경을 초월하여 정보를 전달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의 혜택은 모두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군사정찰위성의 데이터는 대부분 비공개이며, 상업용 고해상도 위성 이미지도 일부 국가나 기업에만 판매하도록 제한된다. 즉, 우주의 '감시 권력'은 감시당하는 자들에게는 접근되지 않는다. 특히 기후변화 · 농업 재해 · 해양 주권 · 재해 감시 같은 위성 데이터는 생존과 직결되는 정보인데, 이러한 데이터 접근권도 일부 우주 선진국들이 독점하면서 새로운 차원의 불평등을 낳고 있다. 그래서 많은 국가가 우주개발 전략을 세우면서 '기술 독립'을 강조하고 있다. 우주는 국가 경쟁의 무대이자 자원의 최전선이며, 동시에 인간의 상상력이 확장되는 공간이다. 하지만 현실의 우주는 우주 선진국 중심의 기술 생태계에 귀속되고 있다. 우주는 점점 더 기술을 가진 소수 국가와 기업에 점유될 테고, 기술 접근권 · 데이터 주권 · 궤도 접근권 · 자원 소유까지 모든 요소가 우주개발의 이면으로 나타날 것이다. 우주탐사가 달과 화성을 넘어서는 지금, 우주개발의 낙관주의를 넘어서고 그간 놓친 질문들을 꺼내어 진정으로 '모두를 위한 우주'로서 새로운 우주시대를 만들어가야 한다. p. 14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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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500~2,000킬로미터 사이의 저궤도에 자리한 인공위성은 초속 7.8킬로미터 정도의 속도로 하루에 지구를 열 여섯 바퀴 정도 돈다. 90~120분 정도의 공전 주기를 갖는 셈이다. 저궤도는 인공위성이 통신이나 관측 과학 실험을 수행하는 주된 영역이다. (…)
고도 2,000~3만 5,786킬로미터를 중궤도라고 하는데, (…) 중궤도의 인공위성은 초속 3~7킬로미터 정도의 속도로 3~24시간의 공전 주기를 갖는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GPS 신호는 중궤도를 도는 항법위성들이 보내주는 정보를 활용한 것이다. p. 22
2025년 기준 지구 궤도에서 운용 중인 인공위성 가운데 85퍼센트 정도가 저궤도에 집중되어있다. 특히 미국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와 아마존의 카이퍼, 영국의 원웹 등 민간기업의 대형 군집위성이 급증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p. 24
지구 궤도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지구 궤도는 인류 문명의 필수 기반이다. 이 구도가 무질서해지거나 지속 가능성을 위협받는다면 인류 공동재산 영역이 유지되지 못하는 상황에 도달할 수 있다. 지구 궤도를 지키는 일은 우주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따라서 우리는 위성의 궤도 설계부터 운용, 폐기 전략까지 모든 단계에서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야만 한다. p. 26
우주 지속 가능성은 단순히 우주를 오염시키지 말자는 윤리적 구호가 아니다. 궤도역학의 정확한 이해와 적용 없이는 효율적인 위성 운영이나, 충돌 위험 회피, 우주 쓰레기 제거, 안정적인 우주 인프라 구축이 이루어질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 우주개발은 궤도역학적 지속 가능성이리는 과학적 기준을 반드시 내재화해야 한다. 우주 지속 가능성은 궤도역학을 이해하는 능력에 비례한다. p. 44
다양한 목적으로 다양한 궤도에 달탐사선들이 몰리고 있어서 앞으로 지구 궤도처럼 달 궤도에서도 간섭과 충돌 위험이 증가할 전망이다. 앞으로 탐사선, 착륙선, 수송선이 동시다발적으로 달 탐사 경쟁에 뛰어든다면 달에서의 교통 혼잡은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다. 궤도 진입의 오류나 도킹 실패, 기동으로 인한 충돌 위험은 달 궤도에서의 위험성을 높이고, 소규모 충돌이라도 파편은 오랫동안 생존하므로 장기적으로 달 궤도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 (…) 달 궤도에서도 우주상황인식과 우주교통관리의 필요성이 절실해지는 시점이 된 것이다. p. 83
달 전용 규범과 국제협약이 존재하지 않는 지금, 달에서는 민간기업과 국가기관, 상업적 임무와 과학적 임무, 유인 탐사와 무인 탐사가 읽히면서 우선순위와 통제권 분쟁이 현실화된다. 달에서의 활동은 이미 본격화되었고, 우리에겐 달 궤도에 특화한 새로운 우주교통관리 시스템이 시급하다. p. 88
화성으로 가는 일은 쉽지 않다. 지금까지 화성 탐사는 모두 무인 탐사로 진행되었다. 사람이 직접 화성에 가려면 연료 효율 뿐만 아니라 우주방사선, 극한의 온도, 소행성 충돌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물론 가장 중요한 과제는 바로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p. 98
소행성 탐사의 법적 문제는 국제 우주법의 해석, 국가별 입법의 충돌, 민간기업의 권리와 책임, 자원 소유권, 환경 보호, 국제협력 등 다양한 측면에서 복잡한 논쟁을 야기할 수 있다. 논쟁은 우주 자원의 상업적 이용이 현실화될수록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러므로 국제우주기구, 국가 정부, 민간기업 등이 협력하여 우주 자원의 평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이용을 보장할 통합된 규범과 체계를 구축해나가야 한다. p. 110
민간 우주기업이 우주산업의 효율성과 혁신을 이끌어낸 중요한 주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주의 미래를 민간시장에 온전히 맡긴다면, 우주공간은 결국 지구의 경제 질서를 복제한 채 확장될 뿐, 우리가 꿈꾸는 모습이 아닐 가능성을 염두해야 한다. p. 156
선진국과 우주 강국은 자국만의 보호장치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개발도상국은 우주에서 방어조차 어려운 약자다. 소수의 나라와 기업만이 실질적인 우주 접근이 가능하다면, 재난과 분쟁의 피해는 취약한 지역에 집중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연쇄적으로 세계로 뻗어 나간다. 우주 위기는 통신 마비나 GPS 오류, 금융 장애와 같은 지상 위기로 전이되기 때문에, 실제 피해는 국경을 넘어선다. (…)
다수의 참여자가 상호운용하며 협력할 때 기술 발전은 빨라지고 독점 위험도 줄어든다. 우주를 군사경제 패권을 펼치는 공간이 아닌 인류의 공공영역으로 재정의하는 제도적 틀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주를 개방과 공유의 영역으로 더 넓게 접근할 때라야 공정성의 문제를 넘어 안전한 우주활동까지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p. 164~165
오늘날 우주에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우리에게는 우주 기술뿐만 아니라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먼저 차지한 자의 권력'을 '먼저 잘 운영하는 자의 책임과 보상'으로 바꾸는 규칙, 즉 상호운용을 충족한 운영자에게 인센티브가 돌아가는 제도가 우주라는 신대륙을 약탈의 무대가 아닌 공존의 인프라로 만들 것이다.
우주 패러다임 전환은 선언이 아니라 현장의 수많은 선택이 모여 만들어진다. 우주 불평등은 추상적인 도덕 문제가 아니다. 우주 발사체 · 인공위성 · 지상국 · 데이터로 이어지는 가치사슬 어디에서든, 자본과 기술의 불균형, 규칙 적용의 기울어짐은 즉시 성능과 안전의 격차로 나타난다. 같은 맥락에서 우주 정의는 단순한 규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주가 누구의 것이며, 우리는 그 공간에서 어떤 인간이 될 것인가에 관한 질문이다. 우주 대항해 시대,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소수의 기업과 국가가 지배하는 우주인가? 인류 전체가 평등하게 꿈을 펼치는 우주인가? 우주 정의는 우리 모두를 위한 정의이며, 미래세대를 위한 선택이다. 속도보다 방향을, 소유보다 상호운용을, 독점보다 신뢰를, 그리고 안주하기 보다 도전하는 쪽을 선택해야 한다. 불평등을 지나 인류 공동의 미래로 나아가는 길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바로 지금의 도전에서 시작된다. 작은 시도들이 모일 때, 지배와 독점에서 벗어나 모두 함께 우주를 항해하는 공동의 미래가 만들어질 것이라 믿는다. 그러므로 나는 이상적인 우주 대항해 시대를 오늘도 꿈꾼다. p. 301~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