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 북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26
조셉 러디어드 키플링 지음, 존 록우드 키플링 외 그림,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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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렸을 때, 정글북을 만화영화로도 접했고, 만화책으로도 읽어보았는데, 고전소설로 읽어보는건 처음이었습니다.

제가 보물창고 출판사의 고전을 좋아하는데, 이야기의 시작 전과 후에 책과 작가님, 그리고 책의 내용과 관련된 배경지식이 다양하게 담겨 있어서 책의 내용 이외에도 읽을거리가 풍부해서 좋더라고요. 이번 책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러디어드 키플링이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건 알고 있었는데, 역대 최연소 수상자인건 이번 기회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저의 작은 소망(?) 중 하나가 고전 책 가득 쌓아놓고, 제가 좋아하는 장소에서 아무 방해받지 않고, 실컷 읽는건데, 아이들이 좀 더 크면 그 소원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그때 제 곁에 보물창고 고전책들을 한가득 쌓아두고 싶네요.

겉표지를 넘기면 마주하게 되는 그림과 '호랑이! 호랑이!' 중에 실려 있는 글귀가 나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시어 칸이 행동이 못마땅했지만, 이런 캐릭터가 있어야 글이 더 흥미로긴 하지요?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리디어드 키플링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초판본, 동상, 다양한 정보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 책 한 권 손에 들고, 직접 저 곳들을 방문하면 얼마나 즐거운 고전 여행이 될까요. 상상만 해도 즐겁습니다.

차례를 살펴볼게요. 정글 북에는 총 7편의 단편이 함께 엮여 있습니다. 정글 북 하면 '모글리'가 딱 생각나지요?

너무 어렸을 때 봤던 내용들이라 기억이 조각 조각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제대로 읽을 수 있어서 기대가 됩니다.

다양한 동물들이 어울려 사는 정글에 인간의 아이가 등장합니다. 하마터면 시어 칸에게 잡아먹힐 뻔 했지만, 정글의 법칙에 따라 아이는 늑대의 무리가 되지요. 그리고 아이에게 '모글리'라는 이름을 지어줍니다. '모글리'가 '개구리'라는 의미인지 처음 알았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동물들의 캐릭터가 굉장히 입체적이고, 전형적이지 않다는 것이었어요.

우리가 으레 특정 동물을 떠올리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이 있잖아요. 이 소설에서는 그런 전형성을 담고 있지 않고, 새롭게 캐릭터를 해석하고 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정글 북의 주인공이 '모글리'라고 생각했는데, 7편의 단편 중에서 모글리는 3편에 등장하더라고요. 이 책의 주인공은 등장하는 정글의 모든 동물이라는걸 새롭게 깨닫게 됐습니다.

동물들 속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수 년의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인간들이 사는 마을로 가게 되고, 또 인간과 동물의 갈등과 조화를 보여주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동물들이 의인화 되어 등장하고, 자연, 동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내용이다 보니 어른 뿐만 아니라 어린 아이들도 쉽고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예요.

그래서 만화나 뮤지컬,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로 각색되서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은거겠지요?

'모험'을 좋아하는 친구라면 눈을 반짝이고, 귀를 쫑긋거리며 재미있게 읽을 책입니다.

고전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를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예전에 고전 강의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고전소설을 읽는 것은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이지요.

책의 뒷부분에는 이 책의 시대적 배경과 이 책으로 파생된 다양한 문화 콘텐츠, 사회적 현상 등이 담겨 있습니다.

이 부분만으로도 아이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거예요.

좋은 책 선물해주신 덕분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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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 튤립 가든
김소윤 지음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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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서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바로 이 책을 쓴 작가님이었어요.

중학교 2학년 여자친구가 쓴 소설이라니, 한 때 글 쓰는 일을 꿈꿨던 저의 마음 속 무언가가 '꿈틀'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답니다.

15살 여자아이는 어떤 주제로 어떤 내용을 담아냈을까, 매우 궁금했습니다.

표지에는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고양이를 안고 있는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보이네요. 그 주변에는 노란 튤립이 한가득 피어 있고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가 됩니다.

그렇게나 궁금했던 작가님에 대한 이야기가 책날개에 실려있네요.

저도 학창시절에 '해리포터 시리즈'를 아주 좋아했어요. 제가 중학생이었을 때, 그 시리즈가 시작됐는데, 잠시 그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이 책 이전에도 여러 편의 글을 썼네요. 다른 책도 어떤 내용일지 찾아봐야겠습니다.

차례를 살펴볼게요. 표지 그림에서 보였던 고양이, 튤립, 정원 등이 챕터 제목으로 나오네요.

똑부러지게 공부도 잘 하고, 야무진 주은이가 이 책의 주인공입니다. 그리고 주은이의 새로운 이웃이 된 윤호가 등장하고, 둘은 아파트 정원에 거의 버려지다시피 한 정원과 길고양이를 함께 돌보면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아직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지만, 내년에 5학년이 되는 큰 아이가 떠올랐어요.

저도 주은이 엄마처럼 나보다는 더 나은 사람이 되었으면, 더 나은 삶은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에게 이것 저것 '제안'이라는 명목 하에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가.. 고민을 해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거의 잊고 지내던 제 학창시절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요즘 중,고등학생들은 제가 지나왔던 학창시절보다 더 치열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요?

저희 아이들만 봐도 제가 어릴 때 보다 할 것도 많고, 더 바쁘게 살아가고 있거든요.

한창 자라고, 웃고, 행복한 시간들로 채워도 모자랄 아이들을 너무 이르게 경쟁으로 내몰고, 외로움 속에 방치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됐습니다.

책 속 주인공와 작가님의 연령이 비슷하니까 더 현실적으로 이야기를 담아낸 것 같아서 마치 우리집 이야기인 듯, 친구 아이네 이야기인 듯 술술 읽혀내려갔습니다.

그리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이야기의 전개가 매끄러워서 몰입도 잘 됐고요.

저는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이라 그런지, '어떻게 이렇게 글을 잘 쓸까.' 라는 생각을 내내 하면서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곧 다가올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엿보는 기분이 들기도 했고요.

결국은 아이들의 행복이 무엇인지 그 본질을 깨닫는 것, 그리고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을 잘 돌보는 것, 그리고 아이에게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는 걸 느끼게 된 책이었습니다.

좋은 책,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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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 지능이 높은 아이는 흔들리지 않는다 - 결국 해내는 아이들이 지키는 8가지 태도
박경미 지음 / 빌리버튼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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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면서 1순위로 두는 것이 매 시기마다 달라지지요. 뱃 속에 품고 있을 때는 건강하게만 태어나기를, 한창 자랄 때는 정상적인 발달과정을, 학습이 시작되면 똑똑하기를, 친구와 선생님을 만나게 되면 관계를 염려하게 되고, 끝도 없이 생각과 고민을 거듭하게 됩니다. 이 책은 그 수 많은 고민 중 가장 중요한 것을 담고 있습니다.

이 모든 고민의 끝에 다다르면 아이의 행복으로 귀결됩니다. 우리가 바라는 그 수많은 바람들 속에는 아이의 행복이지요. 아이가 행복한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꼭 추천드려요.

어떤 작가님이신지 살펴볼게요. '경찰 엄마'의 눈으로 바라본 오늘날의 아이들은 어떤 모습인지, 보다 바른 아이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이 책에 가득 담아 두셨네요.

'잘 모를 땐 무조건 그 길을 먼저 간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가라는 것'

평소에 아이와 책을 읽으면서 고전의 중요성을 늘 실감하곤 하는데, 생각보다 고전을 챙겨 읽는게 쉽지 않잖아요. 작가님의 프롤로그를 보니 또 한 번 고전이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지혜를 주는지 깨닫게 됩니다.

차례를 살펴볼게요.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바른 인성을 가진 아이가 되기 위한 실천 가능한 방법, 다양한 주변 사례, 작가님의 경험담 등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우리 가족의 하루를 들여다보면 아침에 눈을 떠서부터 눈을 감고 잠드는 늦은 밤까지 정말 쉴틈없이 가득 차 있어요. '아이와 느긋하게 10분 대화할 틈이 있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시간이 없다는 핑계는 이제 그만두고, 서점에 가서 아이 취향에 맞는 인문고전 책을 한 권 사서 단 한 문장이라도 함께 읽으며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고전책을 한 권 골랐다면 '칭기즈(스)칸' 전략을 꼭 실천해보세요.

저도 아이와 함께 책과 노트를 챙겨서 꾸준히 실천해 볼 생각이예요. 아이들이 스스로 정한 목표에 대해서는 핑계나 거부가 확실히 덜하더라고요. 거기다 적절한 보상까지 이어지니 그 재미로라도 꾸준하게 하게 되지요.

제가 늘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우리집이 아이에게 어떤 의미인가?' 인데요.

아이에게 따뜻하고 포근한 쉼터인지, 불평과 불만이 가득한 공간인지, 어쩌면 이 모든 감정들이 뒤섞여 있는 곳이 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아이의 비빌 언덕이었으면 하는 마음은 분명합니다.

작가님께서 언급하신 3가지 모두 나름 노력하며 실천하는 내용들인데요, 그래도 우리 부부가 노력하며 아이들을 키우고 있구나 라는 위안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매 순간 의식하진 않지만 숨쉬듯 보고, 듣고, 느끼는 부모의 말과 행동, 그 외의 모든 것들이 아이의 세상을 만들어가겠지요? 그런 생각을 하면 어떨 땐 아찔하기도 합니다. 늘 부족하다 생각하는 나인데, 그런 나를 보며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이에게 난 어떤 부모일까 하는 고민들 말이죠.

'인사가 만사다' 라는 말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아이와 함께 다니면서 늘 강조하는게 인사인데요. 이왕 하는 인사,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기분 좋은 인사를 제대로 가르치면 좋겠지요.

'부모의 인성교육 최종 도착지는 자녀의 성공이 아니라 행복이다. 부모 없이도 행복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을 아이의 삶이어야 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적힌 문장이 내내 마음에 남습니다. 아이는 언젠가 부모의 곁을 떠나게 됩니다. 내 곁에 있을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아이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기를.. 아이가 부모를 떠올렸을 때, 웃음지을 수 있는 그런 아빠 엄마가 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겠습니다.

좋은 책,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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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예뻐지는 백석 동시, 따라 쓰는 짝꿍시 마음이 예뻐지는 동시, 따라 쓰는 동시
백석 지음, 고두현 엮음, 김혜원 그림 / 어린이나무생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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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백석 시인의 동시라니..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궁금합니다.

표지만 봐도 마음이 몽글몽글하지요? 백석 시인이 동시도 여러 편 쓰셨다는걸 알고 있었지만, 시를 제대로 감상해본 적은 없었는데, 덕분에 아이와 함께 행복한 시 읽기를 하게 되었어요.

표지도 참 사랑스럽지요?

백석 시인의 생애가 간략하게 적혀 있습니다. 얼마 전에 백석 시인의 생애가 담긴 책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예술가로서는 굉장한 업적을 남기셨지만, 한 사람으로서의 생애를 들여다보자면 참 안타까운 점이 많은 분이시지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것도 있겠지만요.

차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총 4장으로 이루어져있어요.

백석 시인은 '동화시'라는 독특한 형식의 글을 쓰셨는데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지요?

시의 소재를 가만 보면 동물이 많이 보이네요.

'동화시'라고 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보편적인 시보다는 내용이 길겠구나 생각은 했었는데, 그보다 꽤 길 내용이 담긴 시네요.

한글을 더듬더듬 읽기 시작하는 친구들도, 독립읽기가 가능한 친구들도 꼭 낭독을 하면 좋을 내용이예요.

가난하지만 마음 착한 우리의 주인공, 개구리 한 마리가 등장합니다. 쌀 한 말 얻으려고 형을 찾으러 가는 길에 곤경에 처한 많은 친구들을 돕는 내용이 이어집니다.

아이들이 평소에 쉽게 접하지 못했던 단어들은 책 하단에 설명이 되어 있어요. 저도 도랑을 들어봤지만 '봇도랑'은 처음 들어보는 단어네요. 새로운 단어를 통해 아이들이 많은 자극을 받을 수 있어요.

내용에 맞는 삽화가 더해져서 시를 읽으면서 머릿 속으로는 영상이 그려지는 기분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내용에 맞는 삽화가 더해져서 시를 읽으면서 머릿 속으로는 영상이 그려지는 기분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소시랑게, 방아다리, 쇠똥구리에 이어 풀에 걸린 하늘소 친구도 도와주는 개구리입니다.

먹을 게 없어 쌀을 구하러 가는 와중이라 얼마나 배가 고플까요. 그래도 어려움에 처한 친구를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개똥벌레도 도와줍니다.

그렇게 시간을 다 보내고 날이 저문 후에야 쌀 대신 벼 한 말을 얻어서 돌아가는데 개구리가 얼마나 지쳤을까요.

어려움에 처한 친구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은 덕분에 개구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그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어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다 같이 밥을 지어 맛있게 나눠먹는걸로 동화시가 마무리됩니다.

마지막에 '모두모두 둘러앉아 한솥밥을 먹었네.' 라는 구절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되시지요.

특별한 꾸밈이 없는 문장이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부분이네요.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 속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 시 속에 담겨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이타적이라는 의미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마음 속에 그릴 수 있는 내용이었어요. 베푸는 순간에는 본인에게 손해가 아닌가, 미련한 행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나의 선행은 언제가 되었든 다양한 형태로 돌아오게 된다고 저는 믿어요.

좋은 책 선물해주신 덕분에 추운 요즘, 따뜻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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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
김보일 지음, 함주해 그림 / 그리고 다시, 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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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이 참 예뻐서 홀리듯 손이 갈만한 그림책이예요.

아빠와 아들이 공을 던지며 주고받고 놀다가 돌아가는 길인가봐요. 제목이 아니었으면 그냥 지나쳤을 모과나무가 표지 오른편에 보이네요. 숲이 빨갛게, 노랗게 물든걸보니 계절은 가을인가 봅니다.

저는 아이들과 책을 읽기 전에 표지를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데요, 그림 안에 담겨 있는 메시지, 그리고 아이들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라 참 좋습니다.

뒷표지도 살펴볼게요. 바스라질것 같은 낙엽들과 테니스공이 보이네요. 글 속 주인공은 모과를 보며 어떤 추억을 떠올리곤 할까요?

저도 모과를 생각하면 늘 아빠가 떠올라요. 아빠는 시골에서 태어나서 거의 30년을 그 동네에서 지내셨어요. 눈 떠서 둘러보면 온통 산, 들, 냇가 이런 곳이었지요. 그리고 밭 곳곳에는 모과나무, 탱자나무가 많았는데, 아빠는 모과, 탱자와 같은 과일을 참 좋아하셨어요. 향이 좋다면서 말이죠. 그리고 노랗고 예쁘게 생긴 모과 몇 개는 꼭 차에 두셨는데, 어릴 적 저는 그 향이 그다지 반갑지 않았거든요. 아직도 아빠차에는 모과가 몇 알 있습니다.

이제는 모과향이 아빠의 향 같기도 해요. 작가님도 저와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계신 모양입니다.

겉표지를 넘겨볼게요. 우리가족이 살고 있는 밤하늘에선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네요. 까만 밤하늘을 수놓은 듯 반짝이는 별이 참 아름답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노란 빛은 해가 넘어가는 장면일까요, 해가 떠오르는 장면일까요?

글, 그림 작가님을 살펴볼게요. 아이들과 같은 작가님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는 재미도 솔솔하지요?

그림 작가님의 '아름답고 지루한 날들을 그립니다.' 라는 글귀 덕에 여러 생각이 드네요. 우리가 사는 반복되는 일상이 어떤 날엔 참 지루하다 싶을 때가 있잖아요. 하지만 별일없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우리는 가끔 뼈저리게 느끼게 돼요. 지루함이 아름답다는 것을 우리는 늘 잊고 살지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살펴볼게요.

한 소년이 아빠와 캐치볼을 하다가 공을 놓쳤네요. 공을 찾으러 갔다가 땅에 떨어져있는 모과를 발견합니다.

그 모과를 주워와서 창가에 두었네요. 모과 향이 공간을 가득 채웁니다. 울퉁불퉁 못 생겼다지만, 자연이 빚은 그 모양은 그것대로 아름답지요.

가을이 완연하게 담긴 장면입니다. 모과나무잎을 갈색으로 변해가고, 그만큼 모과는 더욱 짙은 노란색을 띠며 익어갑니다. 딱 요 며칠전의 계절같아요.

수도권은 어제 어마어마한 올 겨울 첫 눈이 내렸습니다. 딱 그 장면은 그림으로 옮겨둔 듯 하네요.

모과는 점점 검정색으로 변해가고, 향은 더욱 짙어져갑니다. 검게 변해가는 모과를 '숯'으로 비유한게 인상적이네요.

그렇게 겨울이 가고 봄이 왔습니다. 모과나무에 새순이 돋아났네요.

예쁜 꽃이 피고, 모과열매가 대추알만한게 야구공 크기만큼 자랐습니다. 아빠랑 모과열매로 공 던지기 놀이고 하고요.

장맛비가 내리는 여름이 왔고, 열매는 점점 더 알이 굵어집니다.

이제 다시 가을, 태풍으로 떨어진 모과가 아직은 푸른빛이지만 향은 제법 좋습니다. 소년도 1년 전보다 훨씬 자란 것 같아요.

이 장면을 펼칠 때, 탄성이 나오더라고요. 어쩜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한 장면을 가득 채운 모과도, 모과를 닮은 구름이 떠 있는 하늘도 참 아름답지

나무에 걸린 공을 찾으려고 글로브도 던지고, 신발도 던지고, 나무에 이것저것 다 걸려있습니다.

결국은 아이가 직접 나무에 오르네요.

올라간 나무에서 가지 사이로 보이는 달빛과 별빛을 바라봅니다. 낭만이 가득하네요.

저 멀리 자그마하게 보이는 마을 집집마다 불이 켜지고 있습니다. 그 나무에는 친구도 걸려 있고, 구두 수선하시는 할아버지도 걸려 있네요.

아이가 밤새 열이 낫나 봅니다. 그 곁을 엄마가 지키고 계시네요. 무과나무에 올라던건 꿈일까요, 현실일까요?

엄마에게서 나는 모과향을 맡으며 그렇게 다시 잠이 듭니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림과 사계절의 아름다움, 그리고 시를 한 편 길게 읽은듯한 기분이 드는 그림책이었습니다. 좋은책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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