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
김보일 지음, 함주해 그림 / 그리고 다시, 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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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이 참 예뻐서 홀리듯 손이 갈만한 그림책이예요.

아빠와 아들이 공을 던지며 주고받고 놀다가 돌아가는 길인가봐요. 제목이 아니었으면 그냥 지나쳤을 모과나무가 표지 오른편에 보이네요. 숲이 빨갛게, 노랗게 물든걸보니 계절은 가을인가 봅니다.

저는 아이들과 책을 읽기 전에 표지를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데요, 그림 안에 담겨 있는 메시지, 그리고 아이들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라 참 좋습니다.

뒷표지도 살펴볼게요. 바스라질것 같은 낙엽들과 테니스공이 보이네요. 글 속 주인공은 모과를 보며 어떤 추억을 떠올리곤 할까요?

저도 모과를 생각하면 늘 아빠가 떠올라요. 아빠는 시골에서 태어나서 거의 30년을 그 동네에서 지내셨어요. 눈 떠서 둘러보면 온통 산, 들, 냇가 이런 곳이었지요. 그리고 밭 곳곳에는 모과나무, 탱자나무가 많았는데, 아빠는 모과, 탱자와 같은 과일을 참 좋아하셨어요. 향이 좋다면서 말이죠. 그리고 노랗고 예쁘게 생긴 모과 몇 개는 꼭 차에 두셨는데, 어릴 적 저는 그 향이 그다지 반갑지 않았거든요. 아직도 아빠차에는 모과가 몇 알 있습니다.

이제는 모과향이 아빠의 향 같기도 해요. 작가님도 저와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계신 모양입니다.

겉표지를 넘겨볼게요. 우리가족이 살고 있는 밤하늘에선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네요. 까만 밤하늘을 수놓은 듯 반짝이는 별이 참 아름답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노란 빛은 해가 넘어가는 장면일까요, 해가 떠오르는 장면일까요?

글, 그림 작가님을 살펴볼게요. 아이들과 같은 작가님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는 재미도 솔솔하지요?

그림 작가님의 '아름답고 지루한 날들을 그립니다.' 라는 글귀 덕에 여러 생각이 드네요. 우리가 사는 반복되는 일상이 어떤 날엔 참 지루하다 싶을 때가 있잖아요. 하지만 별일없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우리는 가끔 뼈저리게 느끼게 돼요. 지루함이 아름답다는 것을 우리는 늘 잊고 살지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살펴볼게요.

한 소년이 아빠와 캐치볼을 하다가 공을 놓쳤네요. 공을 찾으러 갔다가 땅에 떨어져있는 모과를 발견합니다.

그 모과를 주워와서 창가에 두었네요. 모과 향이 공간을 가득 채웁니다. 울퉁불퉁 못 생겼다지만, 자연이 빚은 그 모양은 그것대로 아름답지요.

가을이 완연하게 담긴 장면입니다. 모과나무잎을 갈색으로 변해가고, 그만큼 모과는 더욱 짙은 노란색을 띠며 익어갑니다. 딱 요 며칠전의 계절같아요.

수도권은 어제 어마어마한 올 겨울 첫 눈이 내렸습니다. 딱 그 장면은 그림으로 옮겨둔 듯 하네요.

모과는 점점 검정색으로 변해가고, 향은 더욱 짙어져갑니다. 검게 변해가는 모과를 '숯'으로 비유한게 인상적이네요.

그렇게 겨울이 가고 봄이 왔습니다. 모과나무에 새순이 돋아났네요.

예쁜 꽃이 피고, 모과열매가 대추알만한게 야구공 크기만큼 자랐습니다. 아빠랑 모과열매로 공 던지기 놀이고 하고요.

장맛비가 내리는 여름이 왔고, 열매는 점점 더 알이 굵어집니다.

이제 다시 가을, 태풍으로 떨어진 모과가 아직은 푸른빛이지만 향은 제법 좋습니다. 소년도 1년 전보다 훨씬 자란 것 같아요.

이 장면을 펼칠 때, 탄성이 나오더라고요. 어쩜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한 장면을 가득 채운 모과도, 모과를 닮은 구름이 떠 있는 하늘도 참 아름답지

나무에 걸린 공을 찾으려고 글로브도 던지고, 신발도 던지고, 나무에 이것저것 다 걸려있습니다.

결국은 아이가 직접 나무에 오르네요.

올라간 나무에서 가지 사이로 보이는 달빛과 별빛을 바라봅니다. 낭만이 가득하네요.

저 멀리 자그마하게 보이는 마을 집집마다 불이 켜지고 있습니다. 그 나무에는 친구도 걸려 있고, 구두 수선하시는 할아버지도 걸려 있네요.

아이가 밤새 열이 낫나 봅니다. 그 곁을 엄마가 지키고 계시네요. 무과나무에 올라던건 꿈일까요, 현실일까요?

엄마에게서 나는 모과향을 맡으며 그렇게 다시 잠이 듭니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림과 사계절의 아름다움, 그리고 시를 한 편 길게 읽은듯한 기분이 드는 그림책이었습니다. 좋은책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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