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인간 과학 - 우주 생명 정신을 주제로 한 석학들의 대화 더 생각 인문학 시리즈 6
한스 페터 뒤르 외 지음, 여상훈 옮김 / 씽크스마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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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과연 과학이 주장하는 대로 우연히 탄생했을까? 아니면 종교가 주장하는 대로 신이 창조했을까? 과학과 철학 그리고 신학 간에 벌어진 오랜 논쟁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평행선을 그리는 듯하다. 물론 일각에서는 서로 접점을 찾으려는 듯 보인다. 서로 타협점을 찾기 위해 대화를 시도하기도 한다. 


『신 인간 과학』


이 책에는 바로 그 시도가 담겨 있다. 프란츠 M. 부케티츠,볼프하르트 판넨베르크,한스 페터 뒤르,클라우스 미하엘 마이어 아비히,한스 디터 무췰러, 이렇게 다섯 명의 생물학자, 신학자, 물리학자, 철학자가 우주, 생명, 정신을 주제로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필자는 다섯 명의 학자 중 판넨베르크밖에 모른다. 몰트만과 함께 현대 신학을 주도한 세계적인 신학자인 판넨베르크가 대화 참여자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 책에 관심이 갔다. 


다섯 명의 학자가 나누는 대화의 깊이는 그리 깊지 않다. 다섯 학자가 각 분야를 대변하긴 하지만 관련된 모두의 동의를 끌어낼 만한 위치에 있지도, 그런 대화도 아니기에 확정적인 결론을 내지도 않는다. 하지만 세계 석학들이 나누는 대화는 점잖고, 상대를 최대한 배려한다는 점에서 우선 보기 좋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주제로 대화를 나누면 결론 없이 감정싸움으로 끝낼 때가 많다. 그런 점에서 석학들의 대화는 본받을 만하다. 


대화가 깊지는 않고 결론이 확정적이지는 않다고 말했지만, 주목할 만한 부분들이 있다. 가령 과학은 우주의 시작을 밝힐 수 없는 대신 종교가 밝혀준다는 대목이다. 물론 모두의 동의를 얻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한 주장이지만, 서로의 가운데에 선을 긋는 것보다는 훨씬 건설적인 주장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통해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법과 신학적으로 사고하는 법 그리고 철학적으로 사고하는 법, 즉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배울 수 있다. 석학들의 대화 방식을 통해 다른 견해를 가진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과학과 신학과 철학에 대한 편협한 사고를 깨고, 좀 더 유연한 사고를 얻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우주, 생명, 정신에 관한 주제는 좀처럼 답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이 책에서 대화를 나눈 석학들이 보여준 것처럼, 다양한 관점이 상대를 배려하며 머리를 맞대면 그동안 보지 못한 새로운 것을 볼 수 있고, 가지 못한 새로운 길을 가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과학과 신학과 철학은 적이 아니다. 서로 상보적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적어도 중세에는 말이다. 하지만 세 분야는 근대를 지나 현대로 넘어오며 서로 적이 되었다.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서로의 한계를 인정하면 된다. 그리고 상대의 지혜를 인정하면 다시 예전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말이다. 쉽지 않지만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셋의 대화와 협력은 보다 나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 인류가 발전하고, 바른길(?)로 나아가려면 셋이 서로를 도와야 한다. 과연 중세 시대와 같이 셋이 상보적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 답을 알 수는 없지만, 그렇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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