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살 겨울이었다. 박완서의 단편 소설에서 어떤 구절을 읽고 간담이 서늘해졌다. ‘나이 들어 세 가지 즐거움이라면 마음 맞는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남의험담을 하는 것이다.‘(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는데, 마침제목도 기억나지 않아서 인용 부호는 쓰지 못하겠다.) 큰 충격과 더불어 어쩐지 후련한 마음, 그리고 양심의 가책까지 동시에 안겨 주는 내용이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심술이 느는 것인가. 한동안 의문과 걱정이 뒤섞인 불편한 감정에 시달렸다. - P115
이러한 개인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학 작품 중 하나가 현대 연극사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다. 연극으로 본 적은 없고 앞으로도 볼 일이 없겠지만, 책이라면 남은 생애 동안 수십번은 더 읽게 되지 않을까. 지금 가고 있는 길에 회의가밀려올 때, 그런데 다른 어느 방향을 택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 큰 결단이 찾아올 때까지 스스로에게 시간을 주고싶어서. - P87
겁쟁이가 가장 먼저 버리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고, 자기자신을 버리게 되면 남들을 배신하는 것도 쉬워지지.- 모두 다 예쁜 말들』 - P51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는 임신부와 미혼 여성에게는 특히 권하지 않는 소설이다. 인간 심리의 어두운측면을 양육과 연결시킨 내용이 충격과 공포를 자아내는데, 그 강도가 어마어마해서 사람에 따라서는 감당하기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인생이 시시하게 느껴지거나자신의 운이 너무 하찮다는 불만족에 시달린다면 이 책을한 번쯤 읽어 봐도 좋겠다. 왜냐하면 불운의 본질을 사색하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소설도 없기 때문이다. - P41
혁명이란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싶다면 그것을 ‘진보‘라고 불러 보라. 그리고 만약 진보란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싶다면 그것을 ‘내일‘이라고 불러 보라. ‘내일‘은 억제할 수 없게 자신의일을 하는데, 그 일을 바로 오늘부터 한다. - P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