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로 되겠어?"
"뭐라는겨."
"그걸로 몇이나 죽인다고.... 우린 둘 다 죽을 거라고! 이제 방법 없잖아! 근데 왜 노력해?"
대답해줘. 나는 속으로 빌었다. 뭐라도 놀랄 만한 대답을들려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신언주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장전을 마친 뒤 한없이 건조하게 답했다.
"나는 사냥꾼이여."
"갑자기 무슨...."
"사냥꾼은 죽을 때까지 사냥질허는 사람이여. 그게 다야.
넌 뭐여?"
"...."
신언주의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 나는 뭘까. 나는 농부인가. 5년 넘게 태봉읍에서 꾸역꾸역 자리 잡고 버텨가며 빵충을 기르고 판매했지만, 스스로를 정말로 농부라고 생각한 적이 있던가. 답은 뻔했다. 아니었다. 내가 나를 농부라고 생각하고 진정 그 삶을 숙명으로 받아들였다면 나는 지금 이곳에있어서는 안 되었다. 내 삶을 바쳐 길러낸 빵충을 껴안고 있어야 했다. 농부는 죽을 때까지 제 손으로 일궈낸 생명과 함께하는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이 직업은 위장이다. 나는 내진짜가 너무 초라해서 도망쳤다. 생각해보면 항상 그랬다.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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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이해한 순간 나는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깨끗한 한 문장이 떠올랐다. 나는 외부인이라는 것. 소속될 곳을 찾는 데 실패했다는 것을 끝끝내 인정해야 했다.
나는 그들의 불안함을 느끼면서도, 도무지 그들과 같은 사람이 될 순 없었다. 함께 있던 사람들과 같은 감각과 생각을 공유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나는 어디서나 이방인이었다. 타바콕, 와인 크루, 태봉읍 귀촌에서 만난 사람들과 있을 때도 그랬고, 심지어는 유진이나 가족과 있을 때도마찬가지였다. 도리어 같은 결을 공유했던 사람은 양미주였다. 아. 나는 고개를 들었다. 눈물이 나왔다. 여기서 눈물이 나온다는 게 어이가 없었다. 자격이 없는 것 같아서 더 깊이 삼켰다. 번데기의 부화가 이렇게까지 위험할 줄은 몰랐다고 합리화한다고 해도, 여전히 나의 잘못이었다. 그녀는 살았을까.
도망갔으면 좋겠다. 개들을 데리고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나를 사냥하러 온다고 할지라도. 이제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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