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뭘 그러나? 정소율 씨처럼 생각하는 빵충도 많어요. 착해빠져서 굶어 죽는 놈. 그게 대부분이지. 꾸역꾸역 살겠다고 가족이나 친구의 살에 이빨을 박아 넣고 살아남는 놈?
드물지. 그래서 이 자이언트 빵충이 비싼 거고, 생존이란 게다 그렇지. 손톱이건 발톱이건 휘두르는 놈이 이기는 거. 안그래요?"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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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이라도 한심하지 않게 살아보고 싶었지만 군중 밖으로 나옴과 동시에 미끄러져 인도 바닥에 얼굴을 박았다. 이건 내가 생각한 제대로 된 삶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저 밟혀 죽지 않기 위해 본능적으로 일어서는 것이 중요했다. 바닥에 흩뿌려진 캡사이신 액이 눈에 들어갔는지 도무지 떠지지 않았다. 눈물이 났다. 누구라도 붙잡고 일어서고 싶었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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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몸안에는 수많은 장소와 시간이 들어 있다. 몸은기쁨과 고통과 욕망과 상실의 부화장이고 사랑의 꿈과 왜곡을간직한 도서관, 마지막 삶이 거처할 최후의 집인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는 재로 사라진다. 개체의 시간을 끝내고 무한에 섞여드는 여정이다. - P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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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딸이 자신만큼 늙은 모습을 보지 못하지만 딸은어머니가 보지 못한 모습으로 늙었을 때 거기에서 어머니의모습을 본다. 어쩌면 경선도 이 이야기에는 공감할 것이다. 봄빛이 이렇게 환한 날에는 햇볕 아래에 앉아 눈을 감고 웃는 누군가가 뜻밖에도 젊고 예뻐 보이더라는 이야기라면 특히나 좋아할 것 같다.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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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잇몸이 내려앉아서 이는 당나귀 이빨처럼 길어 보인다. 근육이 빠져나가 다리가 앙상해지는데도 이상하게 좋아리에만은 덜렁거릴 살이 남아 있다. 매끄러웠던 손등에 지렁이 같은 핏줄이 우락부락 불거지는가 하면 턱밑은 닭벼슬처럼늘어진다. 난데없이 뺨 한가운데에 터럭이 자라나고 머리숱이빠지면서 점점 골룸의 헤어스타일이 되어간다. 찰랑거리던 참머리도 필연적으로 부스스한 곱슬이 된다.
특히 피부가 처지고 늘어지면서 얼굴이 울퉁불퉁해지기 때문에 평화롭게 가만히 있는데도 심통맞고 화가 난 사람처럼보인다. 식도의 연동운동이 둔해져 사레도 잘 걸리고 기침도잦아진다. 귀가 어두워진 탓에 목소리가 커지는데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니 말이 많아질 수밖에 없고 자신이 못 듣는 거면서 무시당한다고 생각한다. 또 입안이 말라 구취가 생기고 그게 아니고도 몸에서 알데하이드인가 뭔가가 배출돼서 노인 냄새가 나게 마련이다.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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