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몸안에는 수많은 장소와 시간이 들어 있다. 몸은기쁨과 고통과 욕망과 상실의 부화장이고 사랑의 꿈과 왜곡을간직한 도서관, 마지막 삶이 거처할 최후의 집인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는 재로 사라진다. 개체의 시간을 끝내고 무한에 섞여드는 여정이다. - P37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어머니는 딸이 자신만큼 늙은 모습을 보지 못하지만 딸은어머니가 보지 못한 모습으로 늙었을 때 거기에서 어머니의모습을 본다. 어쩌면 경선도 이 이야기에는 공감할 것이다. 봄빛이 이렇게 환한 날에는 햇볕 아래에 앉아 눈을 감고 웃는 누군가가 뜻밖에도 젊고 예뻐 보이더라는 이야기라면 특히나 좋아할 것 같다. - P26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노인은 잇몸이 내려앉아서 이는 당나귀 이빨처럼 길어 보인다. 근육이 빠져나가 다리가 앙상해지는데도 이상하게 좋아리에만은 덜렁거릴 살이 남아 있다. 매끄러웠던 손등에 지렁이 같은 핏줄이 우락부락 불거지는가 하면 턱밑은 닭벼슬처럼늘어진다. 난데없이 뺨 한가운데에 터럭이 자라나고 머리숱이빠지면서 점점 골룸의 헤어스타일이 되어간다. 찰랑거리던 참머리도 필연적으로 부스스한 곱슬이 된다.
특히 피부가 처지고 늘어지면서 얼굴이 울퉁불퉁해지기 때문에 평화롭게 가만히 있는데도 심통맞고 화가 난 사람처럼보인다. 식도의 연동운동이 둔해져 사레도 잘 걸리고 기침도잦아진다. 귀가 어두워진 탓에 목소리가 커지는데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니 말이 많아질 수밖에 없고 자신이 못 듣는 거면서 무시당한다고 생각한다. 또 입안이 말라 구취가 생기고 그게 아니고도 몸에서 알데하이드인가 뭔가가 배출돼서 노인 냄새가 나게 마련이다. - P2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남자가 그 얘기를 해주었을 때 안나는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그의 첫 관심이 기뻐서만은 아니었다. 죽음을 생각하고 있던 순간에 그가 자신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독한 결말은 아닐 것 같았다. - P13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잠시 그쳤던 눈이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안나가 와이퍼를작동시켜 차창으로 달려오는 눈발을 밀어낸다. 병실에서 안나가 읽던 책에 주황색 고양이 책갈피로 표시해둔 부분도 눈 내리는 장면이었다. 거기 이런 구절이 있었다. 여든 살에 그녀는계속해서 새 친구를 사귀겠지. 노래도 부르고 게임도 놀면서.
경선의 시선이 그 앞의 한 줄에 가닿았었다. 춤춰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나. - P11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