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넛을 나누는 기분 (시절 시집 에디션)
김소형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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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무룩한 표정을 하고 창밖을 내다봤다. 한참 동안 그러고있으면 메마른 공중으로 가느다란 빗줄기가 번지다 차츰 운동장을 진하게 물들이곤 했다. "비 온다......." 중얼거리면옆자리 아이는 잠시 고개를 들어 바깥을 보고. "뭐야, 진짠줄알았잖아." 심드렁해져서는 이내 난해한 기호들 사이로 숨어버렸다. 그러고는 영영 보이지 않았다. 비가 내린다고 생각하면 나았다. 비를 맞고 있다고 생각하면 견딜 수 있었다. 흙먼지가 풀썩거리는 마음을. 혼자인 시간을 이해할 수 없는 문제들을 잔뜩 두고 한숨만 쉬던 나는 지금쯤 어느 창가를 서성이고 있을까.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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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을 나누는 기분 (시절 시집 에디션)
김소형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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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스티커를 어디에 어떻게 붙일지...... 그런 궁리를하는 게 나는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키링을 가방에 걸고, 어떤 지비츠를 크록스에 매달 건지 정하는 일로 삶에게별명을 불러 줄 수도 있다고 믿으면서요. 그러나 가끔은, 아주 가끔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커다란 일이 시작되고, 보이지않는 것에 가닿으려고 노력하게 돼요. 그때 인생에도 무늬가생기고는 하죠. 보이지도 않는 주제에 없다고 말할 수는 없어서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열심히, 아주 열심히 살아가는 바보(같은 일 또한 삶의 한 부분이니까요. 나는 시를 그렇게 써 왔어요. 볼 수 없는 것을 함께 돌아보자는 약속처럼요.
그러니까 당신이 이 시를 읽어 주었으면 좋겠어요. 이 시도당신을 읽어 줄 테니까요.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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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을 나누는 기분 (시절 시집 에디션)
김소형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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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은 모두 몇 개지?

우산을 나눠 쓰던 네가 묻는다
모른다는 말은
너무나 큰 먹구름일 테니까
단 하나야
셀 수 없는 건 모두 단 하나뿐이라고 말한ㅐ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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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을 나누는 기분 (시절 시집 에디션)
김소형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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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성질내는 친구가
앞으로 착하게 살기로 다짐했다길래
멋지다고 엄지손가락을 들면서
속으로 생각했다과연, 그게 가능하려나

역시 며칠 안 되어 모두 망했다
괜찮다고 친구들 어깨를 쓰다듬으면서
그럼 그렇지,
속으로 생각하다가

아무리 그래도
진심으로 응원하는 게 친구지
오늘부터 진짜 친구가 되어야지 다짐하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안 되겠지? 아마 안 될 거야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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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을 나누는 기분 (시절 시집 에디션)
김소형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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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에는 편지를 자주 썼다. 어렴풋한 기억이지만 돌을 편지 삼아 건네준 적도 있는 것 같다. 어디 돌뿐인가. 아카시아 이파리나 종이학, 카세트테이프나 바나나우유, 한 권의책도 마음을 전하기에 좋은 일종의 편지였다. 구겨지지 않길바라며 편지를 교과서나 문제집 사이에 끼워 놓고 등교하는날엔 가벼운 발걸음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 아침에는누군가에게, 무언가에 또 다른 이름을 붙여 주었다. 그게 시인 줄은 몰랐다. 덕분에 천천히 어른이 되었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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