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천국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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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등의 통증은 등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내 의견을 베토벤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일흔두 살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문제가 있다 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얘기 같았다.
"알고 받아들이기와 모르고 지나치기는 다르지 않겠어요?"
베토벤은 코웃음으로 내 말을 받았다.
"넌 네 인생이 어디로 가는지 다 알고 싶냐? 나는 모르고 싶다."
가만히 생각해봤다. 나도 모르고 싶을 것 같았다. 다 안다면 과연열렬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열렬하게 산다는 건 내가 인생을 존중하는 방식이었다. 그 존중마저 없었다면 나는 험상궂은 내 삶을 진즉에포기했을 터였다.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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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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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 보기 싫은 것과 무서운 것은 다르다. 꼴 보기 싫은 건 견딜 수 있다. 이를테면 옥희 씨 같은 사람. 한 개체가 어떤 것에 대해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반응이 기질이라면, 나는 꼴 보기 싫은 걸 잘 견디는 기질을 지녔다.
견딜 수 없는 건 내 생존을 위협하는 무언가였다. 그것에 대한 내반응은 ‘무섭다‘다. 어제까지만 해도 칼잡이에 대한 내 감정은 꼴 보기 싫다와 무섭다 중간쯤에 있었다. 이제 ‘무섭다‘로 확실하게 넘어갔다. 무서우면 도망치는 게 내 해결 방식이었다. 해결하기로 결정한다면 굳이 이어폰의 의미를 물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조용히 사라지면되는 일이었다.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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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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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녀석과 눈을 맞대던 바로 그때 나는 또 다른 소리를 들었다.
울음소리였다. 처음엔 녀석이 내는 소리인가 했다. 아니었다. 내 머릿속에서 울리는 소리였다. 아마도 살고 싶어 하는 내 욕망이 내는소리였을 것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내는 소리였을 것이다. 너무나 명백해서 어찌해볼 여지가 없는 내 운명에 대한 분노의 소리였을 것이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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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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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때 내가 둘러멘 남자는 제이가 아니라 승주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무의식 속에서 그랬을 거라는 얘기다. 그게 아니고는 내 안에서 폭발한 불가사의한 힘을 설명할 길이 없다. 나는 넘어지지도, 미끄러지지도, 심지어 다리 한번 휘청거리지도 않았다.
마치 캠핑 배낭을 멘 것처럼 몸을 통제하며 구보 속도로 산길을 내려갔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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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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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새벽 이래로 나는 삶에 대해 희망을 품지 않았다. 내게 희망이란, 실체 없이 의미만 수십 개인 사기꾼의 언어가 되었다. 절망의 강도를 드러내는 표지기, 여섯 시간이면 약효가 사라지는 타이레놀, 반드시 그리되리라 믿고 싶은 자기충족적 계시, 그 밖에 자기기만을 의미하는 모든 단어.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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