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등의 통증은 등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내 의견을 베토벤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일흔두 살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문제가 있다 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얘기 같았다.
"알고 받아들이기와 모르고 지나치기는 다르지 않겠어요?"
베토벤은 코웃음으로 내 말을 받았다.
"넌 네 인생이 어디로 가는지 다 알고 싶냐? 나는 모르고 싶다."
가만히 생각해봤다. 나도 모르고 싶을 것 같았다. 다 안다면 과연열렬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열렬하게 산다는 건 내가 인생을 존중하는 방식이었다. 그 존중마저 없었다면 나는 험상궂은 내 삶을 진즉에포기했을 터였다. - P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