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초 편지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야생초 편지 2
황대권 지음 / 도솔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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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선아, 오늘 내 꽃밭이 엄청난화를 당했다. 장마에 쓸려 내려가거나 가뭄에 바짝 말라 버리는등 천재지변을 당한 게 아니라 인재를 만난 거야.
아침에 운동장에 나가 보니, 세상에! 화단에 심어 있던 풀들이마구 뽑혀져 땅바닥에 뒹굴고 있는 게 아니겠어? 한 3분의 1 정도는 되는 것 같더라. 알아보니 교도소 구내 청소하는 사람들이 잡초 제거를 하다가 화단에 나 있는 풀을 멋도 모르고 그만 뽑아 버린 거야. 멍청한 양반들 같으니라구! 둔덕을 만들어서 화단으로꾸며 놓은 걸 보면 몰라? 일부러 키우고 있는 걸 그렇게 무자비하게 뽑아 버릴 수가 있는가 말이야. 아무리 잡초라 해도 그렇지. 하루 종일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우울하게 지냈다. 특히 애지중지 키운 ‘왕고들빼기‘가 처참하게 나동그라진 모습을 보고는 분에 못 이겨 허공에 대고 온갖 욕을 쏟아 부었지.
어쩌겠니? 나는 갇힌 사람이고 저 사람들은 ‘지저분한‘ 교도소를 단정하게 만든다고 한 일인데, 간신히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화단을 보듬기 시작했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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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 편지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야생초 편지 2
황대권 지음 / 도솔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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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모두들 차에서 내려 바람을 쐬고 있는 사이 나는 길바닥에서 나무 조각을 하나 주워들고 땅만 쳐다보며 부지런히 야생초를 캐기시작했지. 요 며칠 가물어서 땅이 어찌나 단단한지 처음에는 캐는족족 뿌리가 중간에서 똑 끊어지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 그러다풀숲에서 큼지막한 철근 토막을 하나 주워 무식허니 푹푹 파 제껴뿌리째 건져 올릴 수 있었다. 그동안 방안에서 틈만 나면 식물도감을 펼쳐 본 덕분에 웬만한 풀들은 꽤 낯이 익었건만, 전혀 보도못한 풀을 만나게 되면 가슴이 설레는 게 꼭 길 가다 예쁜 여자만난 기분이다. 오늘 그곳 풀밭에서 만난 많은 야생초들 가운데 내숨을 일시에 멎게 하는 귀요한 풀을 보았는데, 그 기품이나 초세가 온실에서 자라는 재배화초와는 비교도 되지 않더라구. 언젠가마당 딸린 집을 갖게 된다면 이렇게 기품 어린 야생초를 모두 수집하여 근사한 화단을 꾸미겠노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나중에 도감을 찾아보니 이름이 ‘고심‘이더군. 미처 몇 뿌리 캐지도 않은것 같은데 사람들이 밥 먹으러 가자고 재촉하는 바람에 아쉽게도굽혔던 허리를 펴야만 했다. 방에 돌아와 대야에 담가 놓았으니내일 아침 운동 나가서 화단에 심기만 하면 되는 거지. 아무쪼록모두 되살아나야 할 텐데………….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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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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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적 별명짓기.
카일리 미노그를 듣다 꼬여버린 인생이라 카일리라고지은 건 아니고, 그냥 이름이 예뻐서. 어차피 이것이랑 죽을 때까지 함께해야 할 판인데 나 듣기에 제일 예쁜 이름을 붙여주는 게 낫겠다 싶어서, 카일리.
맞아. 마돈나나 아리아나, 브리트니나 비욘세보단 카일리지. 아무렴.
그 이름을 후회해본 적은 단 한번도 없어.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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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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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정말 아름다운가.
내게 있어서 사랑은 한껏 달아올라 제어할 수 없이 사로잡혔다가 비로소 대상에서 벗어났을 때 가장 추악하게변질되어버리고야 마는 찰나의 상태에 불과했다. 그 불편한 진실을 나는 중환자실과 병실을 오가며 깨달았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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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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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진 방에서 그를 안고 누웠다.
하루 종일 모자를 쓰고 있어 잔뜩 눌린 머리카락과 빳빳하게 굳은 목과 다른 곳보다 온도가 낮은 등의 문신 자국을 만졌다. 그도 나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우리는 작은빈틈도 없이 서로를 꽉 안은 채로 잠시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비로소 나의 몸이며 가슴의 형태, 팔의 길이 같은 것이 그와 맞아떨어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고, 내 가슴에 닿아 있는 그의 따뜻한 머리통이, 이마가 마치 우주를안고 있는 것처럼 거대하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피부로느껴지는 그의 체온과 귓가에 울리는 호흡에 집중하다보니 어느새 나는 나 자신을 잊어버렸다.
나는 내가 아닌 존재로, 아무것도 아닌 채로 순식간에그라는 세상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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