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아, 오늘 내 꽃밭이 엄청난화를 당했다. 장마에 쓸려 내려가거나 가뭄에 바짝 말라 버리는등 천재지변을 당한 게 아니라 인재를 만난 거야.
아침에 운동장에 나가 보니, 세상에! 화단에 심어 있던 풀들이마구 뽑혀져 땅바닥에 뒹굴고 있는 게 아니겠어? 한 3분의 1 정도는 되는 것 같더라. 알아보니 교도소 구내 청소하는 사람들이 잡초 제거를 하다가 화단에 나 있는 풀을 멋도 모르고 그만 뽑아 버린 거야. 멍청한 양반들 같으니라구! 둔덕을 만들어서 화단으로꾸며 놓은 걸 보면 몰라? 일부러 키우고 있는 걸 그렇게 무자비하게 뽑아 버릴 수가 있는가 말이야. 아무리 잡초라 해도 그렇지. 하루 종일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우울하게 지냈다. 특히 애지중지 키운 ‘왕고들빼기‘가 처참하게 나동그라진 모습을 보고는 분에 못 이겨 허공에 대고 온갖 욕을 쏟아 부었지.
어쩌겠니? 나는 갇힌 사람이고 저 사람들은 ‘지저분한‘ 교도소를 단정하게 만든다고 한 일인데, 간신히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화단을 보듬기 시작했다. - P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