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하고 집에 돌아와 아기방 정리하면서 가장 먼저든 생각도 그거였어요. 아, 나 이제 무대에 설 수 있구나. 다시 배우로 살 수 있구나. 슬픈데, 몸이 막 떨릴 정도로 슬픈데, 한편으로는 안도감이 드는 거예요. 남편도더 이상 노력해보자는 소린 못하겠지 싶고. 1년 가까이품은 자식이 원인도 모르고 죽었는데.. 어이가 없어서방 치우다가 저도 모르게 막 웃었어요. 느낌이 이상해서 뒤돌아보니까 남편이 뜨악한 얼굴로 내려다보고있더라고요. 시트콤이 따로 없었다니까요. 하하."
그 순간 오디션장에서 봤던 장면 하나가 은화의 머릿속에서 툭 굴러 나왔다. 문밖으로 새어 나오던 심사위원들의 잔잔한 웃음소리. 평소와 다른 오디션장 분위기에의아한 얼굴로 대기실 벽 너머를 힐끔대던 배우들. 정림이 심사위원들 앞에서 지금처럼 너스레를 떠는 모습을은화는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다. - P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