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인간은 기대할미래가 있을 때 행복하다고. 시간이 빨리 가기를 바라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이 행복이라고. 나에게는 이 찬술 모임이 그랬다. 얼마나 시간이 빨리 가기를바랐는지, 만약 다음 모임까지의 ‘시간 삭제‘ 버튼이 있었다면 바로 눌렀을 것이다. 평범한 내 일상 따위 삭제되어도 전혀 없었다. 오직 그날만을 기다리며 안달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 일상이 보잘것없어서 더 크게 빠진듯했다. 나는 공장을 다니는 동안 영혼을 빼놓은 채 머릿속으로 보그나르 역사를 구상했고, 모임 날이 되어서야 다시 영혼을 장착하고 진짜 내 삶을 살았다. 이런 루틴은 지겹기만 했던 내 삶을 순식간에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공장에서 일어나는 그 어떤 스트레스받는 상황도 그냥 무시할 수 있게 되었고, 답 없는 미래를 걱정하는 일도 없어졌다. 오직 역사서 찬술에 몰두하게 된 거다. 그렇게나 빠져서일까? - P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