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시지. 청소년 시라는게 따로 있나 했다.
어떤 사람도 청소년기를 거치지 않고 어른이 될 수 없다.
여전히 10대에 갇힌 사람도 있고,
누구는 지나간 그 시절을 그리워하기도 하고,
누구는 살짝 언급만 해도 눈물 나는 상처이기도 한 그 시절.
그러나 누구나 그 시절을 거치고 어른이 된다.
시인들의 10대를 엿본 것 같아 흥미롭다.
20250418
p.s: 올해는 유난히 더 책 읽기가 쉽지 않네.ㅠㅠ
골목에서 마주친 길고양이가 나를 멀리 피해 가지 않는일, 막 구운 식빵이 나오는 빵집의 시간표를 알고 있는 일,길 건너 커피를 사러 가다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새삼 떠올리고는 중간에 발길을 돌리는 일, 우리가 이렇게 자주만나서는 안 된다는 말을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듣는 일,한참을 서성거리며 머물러도 눈치 보이지 않는 책방을 찾는 일, 책방 서가와 내 방 책꽂이가 어느새 비슷하게 펼쳐지는 일, 좁은 길을 우르르 달려가는 한 무리의 아이들, 그아이들의 이름은 몰라도 별명만큼은 알고 있는 일, 매번무리 끝에서 달리는 아이와 눈인사를 하는 일, "늘 똑같이살 필요가 뭐 있어? 어떤 모습이든 내 모습인데, 이번에는짧게 좀 가 보자." 하고 미용실 주인이 나보다 먼저 내 머리 모양을 지겨워하는 일,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을 듣는일, 저녁 어스름에 다시 만난 길고양이가 내 바짓단을 쏙한번 훑고 지나 주는 일, 산책길이 익숙해지는 일, 자주 이길을 걷던 흰 개와 늘 그 뒤를 천천히 따르던 어르신이 며칠째 보이지 않는 일, 한밤 잠에서 깨어 물을 마시다가도문득 걱정스러운 마음 탓에 잠들지 못하는 일. - P178
착한 사람 되고 싶었는데 나쁜 일만 떠올랐어요. 저는 그런아이였답니다. 그때, 다 괜찮다고 말해 주는 사람 있었다면다행이었겠지요. 그러면 괜찮지 않아도 괜찮을 수도 있었겠지요. 어른을 원망하던 아이는 사실 어른에게 위로받고 싶은아이였겠습니다. 무섭다고, 지켜 달라고 말해 보고 싶던 아이였겠습니다. 그때의 아이가 질문합니다. 이제는 괜찮아? 괜찮아졌어? 지금의 어른이 대답합니다. 응, 그런 것 같아. 그래도조금은 괜찮아진 것 같아.괜찮아질 거라고. 지금의 괴롭고 두려운 일과 부끄럽고 미안한 일이 스스로 쓸모없고 형편없게 보여도 내가 나를 잘 기억해 준다면 괜찮을 거라고. 아무도 몰라줘도 내가 나를 잃지않는다면 괜찮을 거라고. 당신도 잘 들어 보면 들릴 거예요.멀리 있는 당신이 지금의 당신에게 건네는 인사가. 미래의 당신이 당신에게 아주 근사하게 손을 흔들고 있을 거예요. 이제는 정말 괜찮아졌다고 말하면서요. - P109
시무룩한 표정을 하고 창밖을 내다봤다. 한참 동안 그러고있으면 메마른 공중으로 가느다란 빗줄기가 번지다 차츰 운동장을 진하게 물들이곤 했다. "비 온다......." 중얼거리면옆자리 아이는 잠시 고개를 들어 바깥을 보고. "뭐야, 진짠줄알았잖아." 심드렁해져서는 이내 난해한 기호들 사이로 숨어버렸다. 그러고는 영영 보이지 않았다. 비가 내린다고 생각하면 나았다. 비를 맞고 있다고 생각하면 견딜 수 있었다. 흙먼지가 풀썩거리는 마음을. 혼자인 시간을 이해할 수 없는 문제들을 잔뜩 두고 한숨만 쉬던 나는 지금쯤 어느 창가를 서성이고 있을까. - P97
귀여운 스티커를 어디에 어떻게 붙일지...... 그런 궁리를하는 게 나는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키링을 가방에 걸고, 어떤 지비츠를 크록스에 매달 건지 정하는 일로 삶에게별명을 불러 줄 수도 있다고 믿으면서요. 그러나 가끔은, 아주 가끔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커다란 일이 시작되고, 보이지않는 것에 가닿으려고 노력하게 돼요. 그때 인생에도 무늬가생기고는 하죠. 보이지도 않는 주제에 없다고 말할 수는 없어서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열심히, 아주 열심히 살아가는 바보(같은 일 또한 삶의 한 부분이니까요. 나는 시를 그렇게 써 왔어요. 볼 수 없는 것을 함께 돌아보자는 약속처럼요.그러니까 당신이 이 시를 읽어 주었으면 좋겠어요. 이 시도당신을 읽어 줄 테니까요. - P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