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른다섯 살이 됐다. 내 또래들은 이제 마흔 살의도래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생각을 너무 많이하지 않기 위한 연습을 계속하고 있다. 필요 이상으로 잘하려고 하는 욕심은 오래된 습관 같다. 내가 요새 좀 잘하고 있는것 같고, 조금 더 잘해 보면 뭐든 내 마음대로 될 것 같다는 자만이 들면 욕심은 귀신같이 알고 모습을 드러낸다. 질주할 핑개를 대기 위해 눈앞의 목표를 실제보다 의미가 큰 일로 과장해 내 눈을 가리기도 한다. - P100
웃음이 나왔다. 아, 이런 마음으로 살면 되는 것이었다.내 곁에 누군가를 만들고, 그 이름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살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어디서 혼자 단 하루를 살아도 뜨내기가 되지는 않겠지. 그해 겨울, 동료가 서울을 떠나고 이 집의 다음 세입자는 내가 됐다. 나는 마음속으로 그의 말을 꼭붙들었다. - P83
층간 소음이 난무하는 다세대 주택에 살며 인간 혐오에빠지지 않으려면, 투명한 상식과 모호한 인류애 대신 두껍고묵직한 인내심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오늘도 여전히 건물 곳곳에서 들려오는 다른 집 사람들의 소리를 듣는다. 제발 그만좀 쿵쿵거리라는 짜증 대신 그들이 빨리 잠자리에 들 수 있기를 조용히 응원하기도 한다. - P77
그런데 이 건물로 이사 온 뒤로 소음에 민감했던 감정이조금 누그러들었다. 소음이라는 것이 아예 없으면 좋겠지만있어도 어느 정도는 이해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됐다. 이옷들이 대부분 나보다 훨씬 늦게 귀가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대개 정시에 퇴근해 초저녁에 집에 돌아와서 이런저런 집안일을 하고 밥을 먹고 휴식을 취한다. 그런데 나처럼 아침에 출근해도 훨씬 늦게 집에 돌아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내가 일찌감치 마친 집 안의 일과들을 나보다 훨씬 늦게 시작해야 한다는 걸 생각하게 된 것이다. - P75
그러니 어쩌면 그 겨울밤에 내가 버리기 시작한 것은 수납 상자 속 물건들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커다란 쓰레기봉투에 담겨 제일 먼저 우리 집에서 퇴거한 것은, SNS에 자랑할 수 있는 삶을 갈망하던 보송보송하고 소란스러운 욕심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물건과 들뜬 감정들이 치워진 빈자리에 나는 ‘비어 있음‘을 그대로 놓아두고 살고 있다. 비우고 난집의 색과 함께 살고 있다. 나의 미니멀 라이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 P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