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사진을 찍고 집에 와서 이 그림을 그리며 생각했다.
실수한 선을 지울 필요는 없더라‘ 오늘 하루의 마음처럼 삐죽튀어나간 선이 그림을 좀 더 풍성하고 살아있게 한다. 실수한선이 다음 선을 그을 때 길잡이가 되어주면서 오히려 반듯해진다. 지우고 다시 선을 긋는다고 더 나은 선을 그을 확률은그다지 크지 않다. 지우개 똥으로 지저분해지고 종이만 너덜너덜해질 뿐이다. 그러니 실수한 선을 그대로 놔두는 용기가필요하다. 그림 속 수많은 선에서 실수한 선은 찾기도 힘들 테니까. 어쩌면 인생도 이런 선 수백 개가 엎치고 덮치면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내 인생이 결국 아름다운 거라고 그림 그리면서 배운다.
오늘의 실수한 선을 지우지 않는다. 내일 그어질 선은 좀더 곧게 그어질 거니까. 인생 참 그림 같아서 재미있다. - P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