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어느 날 독서교실에 처음 오는 어린이와 면담 비슷한 시간을 가졌다. 눈빛이 또랑또랑하고 눈썹이 짙고 매우 과묵한 어린이였다. 이 어린이가 내게 어떤 공책을 주고갔다. 담임 선생님이 아침마다 짧은 글이라도 쓰라고 하셔서 공책 한 권이 빽빽해졌다고 했다.
"이걸 선생님이 봐도 될까?"
"네. 보시라고 가져온 거라......."
"로운아, 이걸 선생님한테 보라고 하는 건 어떤 마음에서야? 글쓰기를 어떻게 하는지 보여주고 싶은 걸까? 아니면 엄마가 그러라고 하셨니?"
로운이 대답에 나는 심장이 쿵쾅거렸다.
"제가 하는 거예요. 선생님이랑 저랑 처음 만나서 서로를 잘 모르잖아요. 여기는 제가 생각한 게 쓰여 있으니까, 이걸 보시면 저에 대해서 좀 알게 되실 것 같았어요." - P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