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이 떠난 교실을 정리하다가 문득 둘러보면 교실이 너무 조용하다. 어떻게 이 공간에 그 많은 움직임과 소리와 열기가 있었을까.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무대를 정리하는 스태프의 기분이 이럴까? 폭포처럼 쏟아지는 어린이들의 힘을 받은 것 같기도 하고, 소나기가 그친 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고요한 거리에 서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나의하루에 등장해준 어린이들이 고맙다. 차마 늘 그렇다고 할수는 없지만, 어떤 때는 어린이한테 받은 상처마저도 귀하게 여겨진다. 어린이들이 퇴장했다. 나는 혼자 남았다. - P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