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함수호가에 얼마 동안이나 남아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나는프레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니다. 그는 절대로 바다에서 실종되지않았다. 그는 아마도 마지막 밧줄을 끊고 어느 산호초 속에 숨기로 결심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끝내 그를 찾아내고야 말 것이다. 그리고나는 마지막 시도를 해볼 필요가 있었다. 즉 로마에 있는 나의 옛 주소.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2번지‘에 가보는 것 말이다.
저녁 어둠이 내렸다. 저녁의 초록빛이 사위어가면서 함수호의 빛이점점 더 흐릿해졌다. 물위에는 아직도 몽롱한 광채를 내면서 보랏빛이 감도는 그림자들이 흐르고 있었다.
나는 프레디에게 보여주려고 했던 우리들의 사진들을 무의식적으로 주머니에서 꺼냈다. 그 사진들 속에는 어린 시절의 게이 오를로프의 사진도 있었다. 나는 그때까지 그 여자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었다. 그녀가 눈썹을 찡그리고 있는 것을 보고 그것을 알 수있었다. 잠시 동안 나의 생각은 함수호로부터 멀리, 세계의 다른 끝,
오랜 옛날에 그 사진을 찍었던 러시아의 남쪽 어느 휴양지로 나를 실어갔다. 한 어린 소녀가 황혼녘에 그녀의 어머니와 함께 해변에서 돌아온다. 그 아이는 아무것도 아닌 일로, 계속해서 더 놀고 싶었기 때문에, 울고 있다. 소녀가 멀어져간다. 그녀는 벌써 길모퉁이를 돌아갔다. 그런데 우리들의 삶 또한 그 어린아이의 슬픔만큼이나 빨리 저녁빛 속으로 지워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 P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