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0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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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함수호가에 얼마 동안이나 남아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나는프레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니다. 그는 절대로 바다에서 실종되지않았다. 그는 아마도 마지막 밧줄을 끊고 어느 산호초 속에 숨기로 결심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끝내 그를 찾아내고야 말 것이다. 그리고나는 마지막 시도를 해볼 필요가 있었다. 즉 로마에 있는 나의 옛 주소.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2번지‘에 가보는 것 말이다.
저녁 어둠이 내렸다. 저녁의 초록빛이 사위어가면서 함수호의 빛이점점 더 흐릿해졌다. 물위에는 아직도 몽롱한 광채를 내면서 보랏빛이 감도는 그림자들이 흐르고 있었다.
나는 프레디에게 보여주려고 했던 우리들의 사진들을 무의식적으로 주머니에서 꺼냈다. 그 사진들 속에는 어린 시절의 게이 오를로프의 사진도 있었다. 나는 그때까지 그 여자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었다. 그녀가 눈썹을 찡그리고 있는 것을 보고 그것을 알 수있었다. 잠시 동안 나의 생각은 함수호로부터 멀리, 세계의 다른 끝,
오랜 옛날에 그 사진을 찍었던 러시아의 남쪽 어느 휴양지로 나를 실어갔다. 한 어린 소녀가 황혼녘에 그녀의 어머니와 함께 해변에서 돌아온다. 그 아이는 아무것도 아닌 일로, 계속해서 더 놀고 싶었기 때문에, 울고 있다. 소녀가 멀어져간다. 그녀는 벌써 길모퉁이를 돌아갔다. 그런데 우리들의 삶 또한 그 어린아이의 슬픔만큼이나 빨리 저녁빛 속으로 지워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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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모든 것이 내게는 너무나도 종잡을 수 없고 너무나도단편적으로 보였기에…………… 어떤 것의 몇 개의 조각들, 한 귀퉁이들이 갑자기 탐색의 과정을 통하여 되살아나는 것이었어요..... 하기야 따지고 보면, 어쩌면 바로 그런 것이 인생일 테지요...………이것이 과연 나의 인생일까요? 아니면 내가 그 속에 미끄러져 들어간 어떤 다른 사람의 인생일까요?
그곳에 가서 당신에게 편지를 쓰겠습니다.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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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날 저녁에 지미 혹은 페드로, 스테른 혹은 맥케부아 중 어느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는지 지금은 기억할 수가 없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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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황혼의 그 인적 없는 대로며, 뒤꽁무니로 불똥을 튀기던 보라색 소형 전기 자동차를 탄 드니즈와 계집아이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들 두 사람은 웃고 있었고 계집아이는 나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 계집아이는 누구였을까?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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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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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사람들. 지나가면서 기껏해야 쉬 지워져버리는 연기밖에 남기지 못하는 그 사람들. 위트와 나는 종종 흔적마저 사라져버린 그런사람들의 이야기를 서로 나누곤 했었다. 그들은 어느 날 무로부터문득 나타났다가 반짝 빛을 발한 다음 다시 무로 돌아가버린다. 미의 여왕들, 멋쟁이 바람둥이들, 나비들. 그들 대부분은 심지어 살아있는 동안에도 결코 단단해지지 못할 수증기만큼의 밀도조차 지니지못했다. 위트는 ‘해변의 사나이‘라고 불리는 한 인간을 그 예로 들어보이곤 했다. 그 남자는 사십 년 동안이나 바닷가나 수영장가에서 여름 피서객들과 할 일 없는 부자들과 한담을 나누며 보냈다. 수천수만장의 바캉스 사진들 뒤쪽 한구석에 서서 그는 즐거워하는 사람들 그룹 저 너머에 수영복을 입은 채 찍혀 있지만 아무도 그의 이름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며 왜 그가 그곳에 사진 찍혀 있는지 알 수 없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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