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넛을 나누는 기분 (시절 시집 에디션)
김소형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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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에는 편지를 자주 썼다. 어렴풋한 기억이지만 돌을 편지 삼아 건네준 적도 있는 것 같다. 어디 돌뿐인가. 아카시아 이파리나 종이학, 카세트테이프나 바나나우유, 한 권의책도 마음을 전하기에 좋은 일종의 편지였다. 구겨지지 않길바라며 편지를 교과서나 문제집 사이에 끼워 놓고 등교하는날엔 가벼운 발걸음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 아침에는누군가에게, 무언가에 또 다른 이름을 붙여 주었다. 그게 시인 줄은 몰랐다. 덕분에 천천히 어른이 되었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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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샀는지도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우리나라 새로운 작가의 소설을 읽고 싶었고


표지랑 제목이 맘에 들어 구입했다. 



윤성희 작가의 글은 참~~ 이상하다.


나쁜 건 아닌데, 


읽으면 뭔가 주인공의 삶이 불편하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힘들게 살아가는 인물들을 


보는 내내 불편했다. 


그래도 단편 하나 하나에 


엄청난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


다듬어 진다면 나쁘지 않을 듯~


20250405


p.s: 오늘 식목일이네.


2월 말에 한 편 씩 읽던 단편 소설을 이제서야 다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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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윤성희 지음 / 창비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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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에는 버스를 잘못 탄 것뿐이었어요. 잠을 자다 눈을 뜨니 낯선 곳이었죠. 그래서 내린 곳이 여기예요. 그런데 이상하죠? 그날부터팔년이 지나도록 다시 돌아가는 버스를 탈 마음이 생기지 않는거예요. 트림을 크게 한번 한 뒤에 사내는 평상에 누워 잠을 자기시작했다. 할아버지도 앉은 자세로 꾸벅꾸벅 졸았다. 나는 할아버지가 만들던 목각인형을 만져보았다. 눈, 코, 입이 없는 인형의모습이 슬퍼 보였다. 건너편 정거장에 버스가 섰다. 나는 버스를향해 손을 흔들고는 찻길을 건넜다. 지금 버스를 타지 않는다면사내처럼 영원히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만 같았다. 차가 출발하고 나서야 비닐봉지를 평상에 올려놓은 채 그냥 왔다는 사실을깨달았다. 대신 내 손에는 얼굴 없는 목각인형이 쥐어져 있었다.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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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윤성희 지음 / 창비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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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도대체, 자식을 어떻게 키워야 하죠?" 기자가 물었다. "이봐요. 아가씨! 결혼부터 하고 고민하세요." 그녀는 자신의 딸들에게 하듯 기자의 이마에 꿀밤을 먹였다. "그리고 그걸 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그녀의 말에 사진작가가 네, 맞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그녀는 남편을 잃고오랜 세월 우울증을 앓았다. 우울할 때면 그녀는 네 딸들과 나란히 누워 말없이 시간을 보내곤 했다. 어느날, 그렇게 다섯 식구가나란히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데, 첫째가 말문을 열었다. "엄마. 제가 비장의 우울증 퇴치 비법을 알려드릴게요." 그녀는 얼른첫째에게 천원을 주었다. "우리 집엔 공짜란 없거든." 그녀의 말에 기자가 웃었다. 사진작가도 따라 웃었다. "먼저 초등학교 운동장을 떠올리세요." 그녀는 첫째의 말처럼 학교 운동장을 떠올렸다. 운동장에는 줄다리기용 밧줄이 놓여 있는데, 가운데는 빨간색 리본이 묶여 있다. 이쪽에 열 명의 사람이 줄을 잡고 저쪽에열 명의 사람이 줄을 잡는다. "그게 뭐야?" 그녀의 옆에 누워 있던 둘째가 물었다. "내가 열두살 때부터 해오던 명상법이야. 일명 줄다리기 명상. 이 줄다리기에는 스무 명의 사람들이 필요해.
그러니까 내가 아는 사람 중 스무 명을 떠올려. 그리고 그들을 줄다리기시키는 거지." 첫째가 말했다.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그녀가 물었다. "단 한명의 얼굴도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똑같이 생긴 스무 명의 내가 줄다리를 하는 거예요."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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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윤성희 지음 / 창비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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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공원에서 풍선을 팔았다. 풍선이 날아가지 않도록아이들 손목에 끈을 묶어주며 아버지는 말했다. 이 풍선이니소원을 들어줄 거란다. 잘 간직해라.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기분이좋아졌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도요, 아빠, 내 소원도 들어주세요, 하고 외쳤다. 어린 나는 풍선에 바람을 넣었다가다시 뺐다가 하면서 놀았다. 풍선에 들어 있는 바람과, 아버지가사랑한다고 속삭일 때마다 귓등을 간질이는 바람과, 나뭇가지를흔들어대는 바람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어린 나는 늘 궁금했다.
풍선장사를 해서 어느정도 돈을 모으자 부모님은 공원 입구에다 가게를 차렸다. ‘소원의 집‘이라는 선물가게였다. 아버지는 가게 입구에 빨간색 우체통을 설치해놓았다. 그 우체통에 소원의집이라는 가게 이름을 써넣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람들이그 안에 편지를 넣기 시작했다. 진짜 우체통인 줄 알고 잘못 편지를 넣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소원을 적은 쪽지를 넣었다. 부부싸움이라도 하는 날이면 부모님은 우체통에 들어 있는 편지를 읽었다. 사연들을 읽으면 저절로 화해하고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거였다.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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